수요일 미사 후. 어떤 분이 아기 한 번 안아보자고 하셔서 “한 번 안아주시는데 기도 한 번이예요”라고 했더니 얼른 안아 가시며 몇 째 아기냐고 물으세요.
“넷째예요”하며 웃었어요. 요즘처럼 힘든 세상에 왜 넷째를 낳았냐고 하기에 솔직히 신랑 음주 중 실수로 생겼는데 하느님께서 덤으로 주셨다고 대답했어요.
저희 넷째 아기 유진(마리안나)이는 이제 두 달 보름 된 예쁜 공주에요. 언니가 두 명 있고 오빠도 한 명 있어요. 맨 처음 임신인 걸 알고 늘 말이 없는 신랑(마태오)에게 얘길 했더니 또 낳을 거냐며 병원에 가자고 조심스럽게 얘길 해요. 그래서 아이들 다 데리고 나가서 혼자 낳아 기를 거라며 살짝 화를 냈지요.
며칠 후 병원에 검진하러 가서 초음파로 새 생명의 힘찬 심장소리를 들었어요. 그리곤 귀여운 아기가 태어났지요. 아기를 보더니 애 아빠가 제일 예뻐해요. 화물차 운전을 해서 집에 일주일에 한 번씩 들어오는데 어떤 때는 아기 보고 싶다고 사무실로 아이들 데리고 오라고 해요. 가면 아기도 안아주고 밥도 사주곤 해요. 아이들도 학교에서 오면 손 씻는 척 물만 묻히고 나와 아기 먼저 찾아요.
생활이 넉넉하지 않아 아이들 학원도 보내질 않았어요. 하지만 큰 딸은 글짓기 그림그리기 상을 종종 타오고 둘째 아들은 이번 시험에 두 개밖에 안 틀렸다며 입이 귀에 걸렸어요. 또 첫영성체를 하고 복사단에 들어간 덕분에 평일미사도 자주 드리게 되었어요. 셋째 예쁜이도 책 많이 읽는다고 다독상을 받아왔어요. 모두가 복덩이들이에요. 무엇보다도 밝은 표정의 개구쟁이들이란 것에 더욱 감사해요.
그리고 출산 전 아기위해 기도도 많이 해 주시고 진통할 때 안쓰러워하시며 손 꼭 잡아주신 어머님, 얼마나 고맙고 힘이 되던지 아픈 중에도 앞으로 정말 잘 해드려야지 싶었어요.
제가요, 막내 낳고 신랑한테도 더 잘 하려고 노력해요. 함께 일 할 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늘 혼자 말없이 일하는 신랑 얼마나 힘들고 어깨가 무거울까 싶어 미안하구 고맙고 너무 사랑스러워 보여요. 막내 덕분에 얻은 게 참 많아요. 지금 우리 마리안나는 제 옆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어요. 천사가 따로 없는 것 같아요. 모든 평화를 얼굴에 다 담은 모습이에요.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도 나고 눈시울 뜨거울 정도로 마음이 흐뭇해져요. 어떤 걱정도 다 잊어버리죠. 우리 아기는 분명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일 거예요.
“감사합니다. 제게 맡겨주신 선물 저희 가족 모두 기쁘게 받았어요. 저희 모두 사랑하며 살게요. 저희와 늘 함께 계시다는 거 한순간도 잊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제가 언제 힘든지 흔들리는지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그때마다 늘 도와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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