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생명윤리 수호 의지 천명
인위적 산아 조절·낙태·억압적 가족계획 정책 반대
오늘날 첨예한 갈등·논란에 대한 성찰의 기회 제공
오늘날 교회가 이른바 ‘세속’의 가치와 가장 첨예한 갈등과 대립을 빚고 있는 영역 중의 하나는 바로 ‘생명윤리’ 분야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교회의 노력에 항상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 문헌이 바로 교황 바오로 6세의 회칙 ‘인간 생명’(Humanae Vitae)이다.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온 교회 문헌 중의 하나인 이 문헌은 교회의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가장 충실하게 담고 있다.
지난 1968년 7월 25일 반포,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이 회칙은 의학과 과학의 발달에 따라 이제는 보편화된 산아조절에 대한 주요한 교회 입장을 담고 있다. 이 문헌에 담긴, 이제는 윤리적 접근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산아조절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혼인과 가정의 가치가 무너지고 있는 오늘날 더 첨예한 갈등과 논란, 성찰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교황청 공보실 롬바르디 신부는 25일 회칙 ‘인간 생명’ 반포 40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의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에 지면 절반 크기로 실린 한 광고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이 광고는 50여개 단체가 공동 서명한 공개서한 형태로, 인위적인 산아 조절에 대한 교회의 반대 입장에 대한 반대의 뜻을 담고 있었다. 서한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인위적 산아 조절에 대한 교회의 금지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 이유를 광고는 주로 에이즈의 확산에 있어서 ‘재앙과 같은 악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한 낙태 지지 운동 단체가 주도한 이 광고에 대해 롬바르디 신부는 그것이 “아무 것도 새로운 내용은 없다”면서 이 광고에 서명한 50개 단체는 오랫 동안 교회의 교도권에 어긋나는 행위를 해왔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이 서한의 잘못은 무엇보다도 그것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 즉 부부간의 인간적, 영적인 관계의 연관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한에서 ‘사랑’이라는 말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그들에게 있어서 “부부와 세상의 희망이 오직 피임에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롬바르디 신부는 특히 교회가 에이즈의 확산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서 이는 “명백하게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교회는 에이즈 퇴치에 적극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로 콘돔의 배포에 바탕을 두고 있는 에이즈 퇴치 정책은 잘못된 것”이라며 “에이즈에 대한 대책은 보다 더 깊고 복잡한 대안을 요구하며 교회는 그 최전선에 서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황청이 발행하는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는 회칙 “인간 생명”(Humanae Vitae) 반포 40주년을 맞아 특집을 마련하고, 이 회칙은 인위적 산아 조절을 반대하고 쾌락주의, 가족계획 정책, 특히 부유한 나라들에 의한 저개발국에 대한 억압적 가족계획 정책에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회칙의 의미와 중요성
교회의 생명윤리 수호 노력에 획기적인 바탕을 마련했던 이 회칙을 반포한 교황 바오로 6세는 회칙이 불러온, 심지어 교회 내부에서조차 격렬하게 일었던 반대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회칙이 교회의 생명 수호 노력에 필요한 입장들을 충분히 담고 있음에 대해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오로 6세의 이 회칙은 기존의 교회 입장과 다른 주장들을 담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이미 1958년 교황 비오 12세가 산아 조절을 위한 배란 억제제의 사용은 일시적인 불임과 같은 비도덕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교황 요한 23세도 1963년 3월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연구 위원회를 설립했고 바오로 6세 교황은 이 위원회를 인정하고 확대했다.
바오로 6세는 1964년 이 주제를 “극도로 심각한” 주제로 간주했다. 위원회는 배란 억제제에 대한 단순한 반대를 넘어서 피임법에 대한 교회의 종합적인 판단을 연구했고 1966년 6월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위원회 안에서 윤리 원칙에 대한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았고 문제 해결의 방식이 교회의 혼인에 대한 윤리적 가르침과도 상충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교황 바오로 6세는 위원회의 의견을 거부하고 별도의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한 뒤 이 회칙을 반포하게 된다. 이후 1978년 6월 23일 바오로 6세이 서거 수 주 전 교황은 회칙에 담긴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주요 내용
31개항 분량의 이 비교적 짤막한 회칙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산아 제한, 즉 낙태, 불임수술, 인공적 피임에 대한 반대, 그리고 자연 주기법에 대한 권고이다. 바오로 6세 교황은 “각각의 그리고 모든 결혼은 생명의 매개자로서 열린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자연법의 주장을 바탕으로 세 가지 산아 제한 기술을 반대했다. 즉 직접적인 낙태,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불임수술, 그리고 부부 행위에 선행, 동반하거나 그 필연적 결과로서 피임을 목적하거나 방법을 강구하는 모든 행위를 배격했다(14항).
문헌은 이처럼 인공적 산아 제한에 반대하면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생식 능력에 내재하는 자연 주기를 이용해서 출산을 조절할 수 있다”(16항)며 자연 주기법이 “정당한 산아 조절의 확실한 기반”이 되도록 하라고 말했다(24항).
회칙이 지적한 우려
이 회칙은 피임과 산아 조절이 일반화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위험성과 도덕적 타락에 대한 예언자적인 문헌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가톨릭교회는 ‘가정 공동체’(1981), ‘생명의 봉사자’(1994), ‘생명의 복음’(1995) 등 인간 생명과 관련된 많은 문헌들을 발표하면서 교회의 가르침을 거듭 확인하고 새롭게 대두되는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밝혀왔다.
오늘날 피임과 불임수술 등 인공적 산아 조절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만연하고 일반화됐다. 비신자는 물론이고 그리스도교 신자들조차 때로는 피임과 불임수술, 인공적인 산아 조절 방법에 대해서 깊은 윤리적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하고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비현실적인 방법이라는 편견과 오해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생명」이 지적한 우려와 경고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거의 예외 없이 현실화됐고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다시 한 번 깊이 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낙태는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200만건 이상이 자행되고 있다. 인공적 산아 조절이 가져오는 반생명적인 의식의 확산 외에도 의학적으로도 인공적 피임이 각종 부작용과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서 증명되고 있으며, 자연 주기법이 실제로 과학적인 근거와 효과를 지닌다는 것도 밝혀졌다.
회칙이 심각하게 우려한 것 중의 하나는 국가와 정부가 부부의 가장 내밀하고 고유한 권리의 영역까지도 침범할 위험성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가 개인과 부부의 생명의 영역까지도 침해하는 사례들이 이어졌다.
반포한지 40년이 지난 지금 회칙 ‘인간생명’의 메시지에 귀 기울일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해졌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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