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즐거움에 푹 빠졌어요”
“인생은 칠십부터라는 말에 정말 공감합니다. 요즘 사회에서나 본당에서 나이가 조금만 들면 일거리나 봉사에서도 손을 떼야하는 현실이지만, 노인들이라고 뒷짐 지고 있기 보다는 먼저 능동적으로 할 일을 찾아 움직여야죠.”
부산교구 울산 꽃바위본당 이명애(68, 바울라)씨는 지난해 5월 유치원의 교사가 됐다. 남들은 이미 정년퇴직 했을 나이에 어떻게 유치원교사가 됐을까.
이씨는 우연히 인터넷 공고를 보고 교육인적자원부에서 50~60대 여성의 사회참여를 넓히고 유치원의 교육여건 개선에 도움을 주고자 지원하는 ‘3세대 하모니사업’을 신청했다.
울산 지역 128곳의 유치원 가운데 20곳에서 20명의 보조교사를 뽑았고 이씨는 최연장자로 당당히 합격했다.
“손자들 돌보는 일을 자청할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한번은 미국에 살고 있는 딸을 만나러가서 그곳의 유치원에 손자를 데리고 간 적이 있었는데, 미국의 유치원에는 한국과 달리 노년의 유치원 교사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미국 노년 교사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단지 바람일 뿐이었는데 이렇게 진짜로 유치원 교사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유치원의 동료 교사들은 이씨가 근무하면서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자연스럽게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키우고 인성 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먼저 마음을 열고 웃음으로 대하는 이씨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바울라 선생님’이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이 삶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손자 같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지경입니다. 그리고 유치원을 다니며 건강까지 덤으로 좋아진 것 같아요. 다리며 허리 여기저기 아프던 곳들이 유치원에서 일하면서 통증이 감쪽같이 없어졌어요.”
이씨는 본당에서 신앙생활도 열심이다. 레지오 활동 등은 물론, 안나회장과 연도회장 어려운 일을 도맡았었고 현재는 몇 달 전 분가된 본당에서 사목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본당에서도 노인들을 위한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활동 할 수 있고 나를 찾아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교회에서도 노인들에게 보람과 삶의 희망을 주는 사목적 배려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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