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어려움 이주노동자들이 겪습니다”
떼인 돈 받아주는 ‘푸른 눈의 해결사’
74년 입국, 노동자들과 인연 시작으로
현재 남미 각지에서 온 노동자들 돌봐
어느 날부터 홍세안 신부에게는 ‘푸른 눈의 해결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주노동자들의 ‘떼인 돈’을 받아주었기 때문이란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허윤진 신부) 남미공동체를 사목하는 ‘푸른 눈의 해결사’ 홍신부를 7월 26일 만났다.
▧ 1974年 그해 여름
“참 많이 못 살았죠.”
그는 1970년대 우리 한국의 모습을 그렇게 기억했다. 많은 한국의 젊은 노동자들은 긴 노동시간을 견뎌야했고 적은 월급을 받아야했으며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홍세안 신부(Miguel Roncin,파리외방전교회)가 ‘노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4년부터다. 프랑스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다음해 여름, 그는 한국에 왔다. 2년간 한국말을 공부하고 바로 사목에 뛰어들었다.
“오류동, 상봉동, 사당동, 대림동 보좌신부를 거치면서 가톨릭 노동청년회 청년들과 인연을 다졌어요. 그때부터 노동과 인연을 맺은 셈이죠.”
그는 아직 월급을 받지 못해 힘겨워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도요안 신부님을 통해 한국의 열악한 노동상황을 알게 됐습니다. 젊은 근로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긴 노동시간과 적은 월급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는 월급을 받지 못해 힘겨워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하루를 꼬박 일하고도 월급을 받지 못해 괴로워했던 한국 젊은 노동자의 얼굴은 월급을 받지 못해 발을 구르는 이주노동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70년대 젊은 한국 노동자들이 겪었던 문제를 이제는 이주노동자들이 겪습니다. 3D업종에서 긴 시간을 일하고도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거죠.”
▧ 2001年 그해 여름
그는 1992년~2001년 벨기에에서 국제 가톨릭 노동장년회 지도신부로 일했다. 8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는 그곳에서 스페인어를 배웠다. 세계 각지에서 열악한 처우를 받으며 힘들게 일하고 있는 남미 노동자들과 인연을 맺고 싶었기 때문이다.
혼자 책을 옆에 끼고 테이프를 들으며 스페인어와 씨름하는 날들이 늘어갔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2001년 한국에 돌아와 남미공동체를 사목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한국어와 스페인어를 자유자재로 하다 보니 그는 자연스럽게 ‘해결사’가 됐다. 상담을 하며 월급을 받지 못해 힘겨워하는 노동자를 보면 그저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2005년에는 사장이 도망쳐 월급을 받지 못한 페루 노동자 2명을 대신해 오랜 노력 끝에 보상을 받아주기도 했다.
“‘당신이 뭔데?’라고 말하는 사장님도 있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 오해가 빚어진 경우도 있어요. 전자의 경우에는 노동청에 신고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함께 의논해서 타협하지요.”
노동자의 건강문제도 홍신부의 몫이다. 상담을 하며 이곳, 저곳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역시 그저 앉아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잘 먹지 못하고, 긴 시간 일하다보니 요즘 없어졌다는 결핵에도 자주 걸립니다. 폐막염에 걸려서 고름을 1리터씩 쏟아내며 괴로워하는 환자를 보면 마음이 많이 아파요.”
그의 바람을 물었다. 그는 한국과 남미가 고용허가제에 의한 인력송출양해각서(MOU)를 맺는 것이라 했다. 현재까지 한국과 양해각서를 맺은 나라는 총 15개국. 필리핀, 태국, 베트남, 스리랑카, 몽골,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캄보디아, 중국, 방글라데시, 키르기스스탄, 네팔, 미얀마, 동티모르가 포함된다.
하지만 양해각서를 맺은 아시아 국가 이주노동자들과는 달리 남미지역은 한국과 양해각서를 맺지 않았다. 때문에 그들은 한국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모두 불법체류자로 변해버린다. 불법체류를 악용하는 한국인 업주들의 횡포, 산재·의료 문제와 함께 마지막 ‘희망’인 미사 참례조차도 조심스러운 것이다. 실제로 불법체류 단속으로 인해 미사를 봉헌하는 남미공동체 노동자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 2008年 그해 여름
이러한 남미공동체의 시름을 알고 있는 홍신부는 지난해부터 페루 대사관과 함께 ‘페루의 날’ 행사를 열고 있다. ‘페루의 날’이란 7월 28일, 300년 동안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온 페루의 독립을 기념하는 날(Fiestas Patrias)이다. 미사봉헌과 식사, 춤과 노래가 펼쳐지는 자리로 남미공동체는 이날을 기념하며 함께 기뻐한다.
홍세안 신부는 남미공동체와 울고 웃는다. 페루, 볼리비아, 멕시코, 콜롬비아, 에콰도르. 남미 각지에서 온 많은 젊은이들은 홍신부에게 의지하며 타향살이를 이겨낸다.
한국에 온지 이제 35년. 얼마 전 회갑을 맞기도 한 홍신부는 “나이가 들어 일할 수 있는 마지막 날까지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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