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 아빠 에카차이(31)의 얼굴이 어둡다. 7월 18일 아기를 낳은 아빠의 모습치고는 안색이 좋지 않다.
“아기를 보고 놀라지 마세요. 많이 좋지 않습니다. 제 딸 이름은 마나사난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동 중환자실. 아기는 기형이었다. 광대뼈가 형성되지 않았고 눈꺼풀과 입술윤곽도 없다. 오른쪽 귀에는 귓구멍이 없다.
병원에서는 트리처콜린스 신드롬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청력을 잃을 가능성이 많고, 50%정도가 학습장애를 보인다. 여러 차례의 수술이 필요하다.
공장에서 힘들게 돈을 벌며 겨우 생계를 꾸려나가는 에카차이가 ‘수술’이라는 말에 고개를 떨궜다. 당장 아기의 검사비용조차 없다. 아내 브라니(30)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다.
“아내에게 말하지 못했어요. 아내가 놀랄까봐 아기를 보여주지도 못했는걸요.”
작은 아기는 엄마 품 대신 호흡기계에 매달려 가쁜 숨을 쉰다. 눈꺼풀이 형성되지 않아 눈도 감지 못했다. 입안에 있는 살점 덩어리는 기도를 막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폐의 산소교환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귀여운 아기를 기대했는데 처음 제 딸을 보고 무척 가슴이 아팠어요. 임신 내내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길 기도했거든요.”
2006년 아내와 결혼해 살림을 꾸리며 그는 아내에게 ‘행복’을 약속했다. 아내의 임신소식을 듣고는 궁핍한 살림에도 좋은 음식을 먹게 하고, 좋은 곳에 가고, 좋은 것만 보여주며 태교를 함께 했다.
“이젠 아기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더 아파요. 기형으로 태어나기는 했지만 제 딸인걸요. 너무나 사랑합니다.”
아빠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딸을 바라본다. 가쁜 숨을 헐떡이는 아기는 눈꺼풀이 없는 눈으로 아빠의 눈동자에 눈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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