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먼 곳에, 마음은 한국에
# 장면 1
스페인 남부 무르씨아의 한 중학교. 음악실 벽면이 온통 ‘KOREA’로 가득하다.
학생들은 한국전통음악의 멋에 푹 빠졌다. 부채춤이며 꼭두각시춤을 배워 직접 춘다. 한국성가도 부르며 연신 Bueno(좋다)를 외친다.
최효선 수녀(카타리나. 스페인 위로의 성모 수녀회)의 지도 덕분이다. 매일미사에서도 최수녀가 부르는 한국성가 특송이 인기다.
무르씨아에서는 교회 내 행사 뿐 아니라 일반시민들과 함께 여는 각종 문화행사에서도 한국 전통 음악과 춤이 빠지지 않는다.
# 장면 2
지난 4월 스페인 무르씨아 국립대학교와 예술대극장에서 열린 ‘지성인과 예술인들을 위한 한국 전통문화와 예술’심포지엄. 이 심포지엄의 백미는 한국전통문화의 우수성에 대해 설파하는 최선화(테레사) 교수의 강연이었다. 스페인 국영방송과 라트리부나, 라베르다, 라가세타 등 주요 일간지들도 연일 최교수의 활동상을 소개했다.
각종 스페인 지성인들의 모임에서도 한국을 포함한 동양문화에 대한 관심은 빛난다. 스페인 청소년들의 예술치료 특강도 호응이 높다. 한국 고유의 음악과 정서를 바탕으로 이러한 자리를 끌어가는 이는 최교수다.
# 장면 3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아녜스 마리아 수녀.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가르멜 봉쇄수도원에서 24년째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봉쇄수도원에서의 기도는 은근한 향을 품는 난과 같다. 어디 있는 지 잘 보이지 않지만 수백리 밖까지 향기가 난다.
특히 아녜스 수녀의 기도 안에는 북한 교회가 항상 있다. 굶어 죽는 이들을 생각하며 더욱 깊고 성실한 기도와 봉헌을 이어가고 있다.
아녜스 수녀는 “가난 속에 사랑이 있고, 구원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 세명은 친자매다. 세 자매가 모두 스페인에서 ‘음악’과 ‘기도’를 통해 한국을 알리고 소통하고 있다.
특히 첫째와 둘째인 최카타리나 수녀와 최선화 교수는 스페인 내 각종 종교·문화예술 행사에서 한국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강의하며, 한국 문화와 교회를 알리는 메신저 역할에 열심이다. 스페인인들에게 비공식 한국 홍보대사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무르씨아 위로의 성모 중학교 교장 등을 역임한 최수녀의 활동은 음악을 통해 스페인 청소년들에게 한국 문화와 교회를 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최교수는 교황청 직속 예술대학·대학원인 살라망카 루이스 비베스와 무르씨아 국립대 등에서 한국과 동양문화에 대해 강의하며 스페인 지성인들에게 한국 문화와 교회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또 최교수는 한국 고유 정서를 바탕으로 한 수도자, 청소년 예술치료 특강도 활발히 펼쳐왔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외국인으로서도 여성으로서도 처음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교구 수도자 성음악 담당으로 선임된 최교수는 현재 스페인 대학교의 방학을 이용, 국내에서 예술치료 초청특강에 분주하다.
부모가 남겨주신 ‘신앙’을 유산으로 찾은 세 자매의 성소와 봉사의 길은 우연히도 모두 스페인에 정착했다. 무엇보다 이들 자매가 갖추고 있는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뿌리깊은 의식과 음악적 자질은 한국교회와 스페인교회, 한국인과 스페인인을 연결하는 촉매제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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