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처럼 잘 먹어 줬으면…”
7개 구역 여성신자 돌아가며 매주 60여 군인에 점심 봉사
감사하는 마음 세례로 이어져
“어머니 잘 먹겠습니다.”
씩씩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의정부교구 법원리본당(주임 원동일 신부) 내 식당에서 울려 퍼진다. 매주 주일 교중미사가 끝난 뒤에 들려오는 소리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성당 주변에는 군부대가 수없이 많다. 가장 인접한 30사단 포병여단부터 1군단 예하사단까지 군부대가 병풍처럼 이어져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때문에 본당을 찾아오는 병사들이 많다.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찾아오는 병사들도 많지만 이와 더불어 그들에게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 본당에서 제공하는 따뜻한 점심식사 한 끼니가 그 이유다.
이번 주 식사 메뉴는 카레밥. 미사가 끝나기도 전에 먼저 내려온 병사들이 있어 식사를 준비하는 봉사자들의 손놀림이 더욱 분주해진다. 마침성가가 들려오면 동시에 병사들이 우르르 식당 쪽으로 달려온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신자들을 도와 반찬을 나르고 수저를 놓는다. 자신들을 위해 봉사하는 신자들의 노고에 보답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란다.
식사가 시작되자 이야기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저 맛있게 먹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봉사자들은 혹시나 병사들이 급하게 먹을까, 더 필요한 것은 없을까 주변을 맴돈다.
인근부대에서 나온 이승진 상병은 “신자는 아니지만 매주 이렇게 점심을 주시는 어머니들에게 항상 감사하다”며 “기회가 된다면 교리를 받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본당에서 병사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기 시작한 것은 12년 전부터다. 처음에는 한 두 명 병사들에게 적게나마 식사를 제공하고자 시작했었다. 이후 소문이 퍼지고 퍼져 매주 평균 50~60명의 병사가 찾아오고 있으며 성탄절이나 부활절과 같은 큰 행사가 있는 날에는 100명도 넘게 오곤 한다. 본당이 점심봉사를 시작할 당시에는 서울대교구에 소속돼 있어 사회복지회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했고 의정부교구가 분할된 뒤에도 일산 백석동본당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해줘 넉넉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본당자체 예산으로 운영해 조금은 어렵지만 성당을 찾아와 기쁘게 식사하는 병사들을 위해 지금까지 점심식사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총구역장 윤성례(베로니카·59)씨는 “가난한 본당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봉사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 아들인 것처럼 예쁘게 잘 먹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7개 구역에서 여성신자들이 돌아가며 점심을 준비하는 덕분에 병사들은 매주 다른 메뉴와 맛을 즐길 수 있다. 봉사자들의 정성과 사랑이 깃들어서일까. 제대 후에도 본당을 찾아와 감사했다고 인사하는 병사는 물론 세례를 받고 주님의 자녀가 되는 이들도 많다.
본당 원동일 주임신부는 “의정부교구 관할 지역 내에는 군부대가 많아서 병사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본당이 많다”며“우리본당 신자들은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점심식사 봉사를 이어갈 생각이며 이 봉사를 통해 병사들이 신앙을 이어가고 이곳에서의 추억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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