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도 엄지족!
“할머니, 요 버튼을 누르시면 쓰신 문자가 손자 분에게 가는거에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문자삼매경에 빠졌다. 무딘 손가락으로 휴대전화 버튼을 꼭꼭 누르며 ‘선생님, 이거 맞아요?’를 외친다.
성남 중원노인종합복지관(관장 박진희)은 8월 4~8일 ‘여름방학 맞이 청소년 자원봉사학교’를 열었다. 모인 학생은 어르신들이요, 선생님은 청소년들이다.
박지영 기획홍보팀장은 “봉사라면 따분하고 힘든 것으로 인식하는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고, 어르신들의 욕구도 반영시킬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자원봉사학교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조부모와 사는 청소년들이 점점 줄어 세대 간 격차가 심해져 서로 어색하지는 않을까 우려했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 어르신들은 어린 청소년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존중했고, 청소년들도 그런 어르신들에게 살가운 태도로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드렸다.
그 결과 전화통화 외의 용도로는 휴대전화를 사용해 본 적 없는 어르신들이 ‘휴대전화기 활용의 달인’인 청소년들의 도움을 받아 손자, 손녀들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꿈에 부풀어 있었다.
김옥춘(66, 분당구 수내2동) 할머니는 “외국에 살고 있는 손자, 손녀들이 사진을 보내준 것이 50여 장 되는데 볼 줄을 몰라 여태껏 못보고 있었다”며 “이런 좋은 기회에 사진 보는 법은 물론 문자메시지 보내는 법도 배워 아이들과 자주 연락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5일간 매일 오후 1시30분부터 5시까지 진행된 이번 자원봉사학교는 봉사에 대한 기초적인 강의시간도 포함돼 청소년들이 진정한 의미의 자원봉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자원봉사학교에 참여한 허연경(리디아, 17, 신흥동본당)양은 “봉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은 몰랐다”며 “제가 알려드린 대로 교육이 끝나고서도 휴대전화를 잘 사용하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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