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가 부담스럽다
“고해성사 부담이 커서 냉담을 풀지 못하고 있어요” “죄를 지은 후 고해성사를 제때 못 챙기다 보니 신앙생활도 점점 꼬이게 되고….” “고해성사요? 개신교 신자들은 고해성사 없이도 신앙생활을 잘하던데요?”
고해성사에 대해 부담을 호소하는 신자들이 늘고 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겉으로 표면화 되지 않았을 뿐이지, 고해성사로 인해 냉담하거나 냉담의 위기를 겪는 신자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한다. 고해성사가 냉담성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가톨릭신문사가 지난해 창간 80주년을 맞아 조사 발표한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자료에 따르면 냉담의 원인으로 ‘고해성사의 부담’을 지적한 응답자가 17.1%에 달했다.
고해성사가 신앙에 대한 회의(13.6%), 취미생활(8.1%), 가정내 종교갈등(5.5%), 성직자 또는 수도자에 대한 실망(5.5%) 등 다른 냉담 요인 보다 냉담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설문 조사 결과는 현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10년째 성당에 나가지 않고 있는 ㅅ씨(미카엘.40.인천)는 “판공성사와 고해성사를 한해 두해 미루다 보니 자연히 신앙과도 멀어지게 됐다”며 “다시 성당에 나가려면 고해성사를 보아야 하는데, 그동안 지은 죄가 많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장 활동까지 했지만 현재 1년째 성당에 나가지 않고 있는 ㄴ씨(헬레나.56.서울)도 “주위 사람들에게는 가정내 종교 갈등 때문에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고해성사가 더 큰 원인”이라며 “고해성사에 정기적으로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면 다른 냉담 원인들도 쉽게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사목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천 성안드레아 피정의 집 김태건 원장 신부는 “고해성사가 풍요로운 은총을 선사하는 성사라는 사실이 사목 현장에서 신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며 “고해성사에 대한 사목적 배려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해성사의 참된 의미를 신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대죄를 빼고 소죄만 고백하는 문제, 고해성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풍조 등 다양한 문제점도 함께 대두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교육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사목연구소 차동엽 신부는 “고해성사는 신자들에게 부담스러운 짐을 지어 주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짐을 덜어주기 위해 있는 것”이라며 “고해는 영혼의 제일 좋은 묘약이며 만병의 특효비법일 뿐 아니라 교회를 위해서도 기적을 가져오는 성사”라고 강조했다.
고해성사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제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수원교구 정영식 신부(영성신학)는 “고해성사는 영적 성장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훌륭한 도구 중 하나”라며 “고해성사를단순히 죄의 소멸 차원을 넘어서, 신자들에게 영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으로 생각하고, 사제들이 이에 대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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