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음, 세상을 비추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50대 여교수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5억 원대의 전 재산을 어려운 이웃과 제자들을 위해 기증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7월 27일 향년 54세의 일기로 삶을 마감한 조선대 간호학과 이강오(이레네.54) 교수다.
8년 전 발병했던 유방암이 재발해 힘겹게 투병해오던 이교수는 세상을 떠나기 전 ‘병상유언’을 통해 자신의 전 재산을 아낌없이 사회로 환원했다.
전체 5억 원 중 현금 자산 2억 원은 모교인 조선대에 장학기금으로 내놓았고, 자신이 살던 중형 아파트는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에 기증했다.
별도로 소유하고 있던 소형 아파트도 ‘광주 엠마우스 복지관’에 전달했다.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 측은 기증받은 아파트를 매각해 정신지체 장애인 치료시설 등을 지을 계획이며, 이 시설명은 이교수의 세례명을 따 ‘이레네’(Irene)로 붙일 예정이다.
고인은 살아생전 ‘광주 엠마우스 복지관’에서 제자들과 12년 동안 의료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 인연으로 복지관에 여러 차례 후원금을 전달했고, 마지막 선물로 아파트 한 채를 남겼다.
복지관 측은 “고인의 사랑과 숭고한 뜻을 기억하며 우리 시설에서 살아가는 장애우들의 복지공간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고인은 특히 제자 사랑에 각별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있으면 선뜻 등록금을 내줬고, 제자들과 함께 수시로 봉사활동도 펼쳤다. 조선대에 현금을 기부한 것은 장학기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안타까워해서다.
모교인 조선대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전남 순천 출신인 이교수는 순천여고와 조선대 간호학과를 나와 1977년부터 모교에서만 30년 동안 근무했다. 교수로 재직할 때도 학교발전기금 772만원을 내놨고, 시한부 통고를 받은 후에는 2000만 원을 채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병상에서 1300만 원을 추가로 기탁했다.
고인의 언니 이강순(엘리사벳.59)씨는 “동생은 시한부 삶을 살면서도 재산의 사회환원을 꿈꾸며 구체적인 기부 계획을 세웠다”며 “특히 독신으로 살면서 제자들을 자식처럼 생각했고 각별한 사랑을 드러냈다”고 회고했다.
남동생 이강우(49)씨는 “누나는 어려서부터도 항상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걱정하고 도우며 수도자 같은 삶을 꿈꿔왔다”며 “누나의 이번 선행으로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가 더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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