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여기 있습니다
1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교구 대축제. 하지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기쁨과 감동이 컸던 축제였다. 22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사제 부제 서품식은 교구의 희망찬 미래를 확인하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교구 역사상 최대 인원인 53명의 성직자(사제 31명, 부제 22명)가 동시에 탄생하는 순간, 6500여 명의 신자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체육관을 뒤흔들었다.
⊙…감동과 환희는 서품식 시작 전부터 예고됐다. 교구 내 각 본당에서 몰려온 신자들로 5000명 정원의 체육관은 예식 1시간 전부터 복도까지 사람들이 들어찰 정도로 붐볐다. 수품자 부모들을 비롯해 그 가족과 신자들은 지정석에 질서 있게 자리를 잡고 조용한 마음으로 예식을 준비하는 모습.
미사가 시작되자 서울대교구 반포4동본당 대건 챔버 앙상블과 교구 연합 성가대의 주교 영접가 ‘보아라 우리의 대사제’가 울려 퍼졌고, 그 장엄함 속에서 수품자와 사제단, 이용훈 주교, 최덕기 교구장 주교가 차례로 입장했다. ‘세상의 빛, 그리스도’를 밝힌다는 의미에서 초를 들고 입장한 수품자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잠시 후 자신들에게 다가올 성령을 준비했다.
이날 제1독서는 이사야서 61장 1~3a절의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억눌린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도다”였고, 제2독서는 베드로의 첫째 서간 4장 7b~11절의 “하느님께서 주신 갖가지 은총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였다. 복음 환호성은 “너희는 가서 만민을 가르치라, 나는 세상 마칠 때 까지 너희와 함께 있노라”(마태 28, 20)였고, 복음은 요한복음 20장 19~23절 말씀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였다.
오로지 주님께 봉사하겠습니다
⊙…사제 부제 서품 예식이 함께 진행된 탓에 이날 예식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장엄했다. “예, 여기 있습니다.” 제대 앞으로 나온 수품자들이 주교 앞에 섰다. 이어 선발된 이로서의 약속에 나섰다. “말씀의 봉사직을 합당하게 수행하시겠습니까.” “예, 합당하게 수행하겠습니다.” “날로 깊이 하느님과 결합하여 인류구원을 위해 봉헌하겠습니까.” “예, 봉헌하겠습니다.” “나와 나의 후계자에게 존경과 순명을 서약합니까.” “예, 서약합니다.” “서약하였으니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이어진 성인 호칭기도에서 서품식은 절정을 이뤘다. 수품자들은 세속에 죽고 오직 주님께 봉사할 것이라는 뜻으로 땅에 엎드렸다. 이에 신자들은 수품자들에게 천상 은총이 충만하게 내리기를 기원하며 모든 성인께 전구를 드렸다.
이어 최덕기 주교는 이용훈 주교, 사제단과 함께 안수와 서품기도를 통해 수품자들을 축성했으며, 부제에게는 부제복을 입혀 주고 복음서를 수여했다. 또 사제들에게는 옆으로 매었던 영대를 바로 잡고, 제사장의 품위인 제의를 입혀주었다. 사제들에게는 특히 하느님께 제사를 드릴 손에 축성성유를 발라 축성했으며 빵과 포도주가 담긴 성반과 성작을 수여했다. 이후 주교와 사제단, 새 사제들은 진한 포옹을 통해 사제단의 일치와 기쁨을 드러냈다. 사제단의 평화의 인사에 신자들은 10분 넘게 큰 박수로 화답했다.
하느님만 바라보는 착한 사제되소서
⊙…서품식 후 최덕기 주교는 끝인사를 통해 “교구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제가 탄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무엇보다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주교는 또 수품자 부모를 모두 제대 앞으로 초대, 수품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전문으로 보내온 축사를 통해 “서품식을 통해 교황 성하의 사도적 강복과 축하를 당사자와 가족 여러분께 전해드리며, 수원교구 발전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일(대건 안드레아, 평택 비전동본당) 새 사제는 “서품을 앞두고 정한 성구대로, 앞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 사제직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형묵(요셉, 평택 조암본당) 새 사제도 “예수님을 닮은 사제가 되도록 하겠다”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제가 되기 위해 항상 기도하며 생활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들의 서품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심정은 남달랐다. 이광휘 수품자의 부모인 이보열(사도요한, 66, 수원 동수원본당)-정춘섭(레지나, 59)씨는 “아들이 하느님만 바라보며 걸어가는 착한 사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감사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두 아들 모두를 사제와 부제로 봉헌한 조항보(빈첸시오, 58, 용인 수지본당)-한정희(루이제, 54)씨는 “개신교에 다니다 둘째 아들이 태어난 즈음, 천주교로 개종한 것이 돌이켜 보면 모두 오늘을 위한 섭리였던 것 같다”며 “아들들이 아름다운 사제,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영원한 사제가 되었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서품식을 기켜 보며 마음으로 울었다는 아버지 조항보씨는 또 “아들에게 흠이라도 될까 늘 부족함 없는 신앙인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들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겸손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늘 뒤에서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서품식에 참석한 고정순(도로테아, 55, 용인 수지본당)씨는 “수품자들이 하느님의 영원한 일꾼으로 성실하게 소임을 다하는 영적인 사제가 되었으면 한다”며 “항상 하느님 은총으로 살아가시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담(스테파노, 27, 수원 인계동본당)씨도 새 사제들에게 “항상 흔들림 없는 사제로 살았으면 한다”며 “앞으로 성소자 발굴에도 노력해 이 땅에 사제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예비신학생 성기백(라파엘, 20, 안산 시화바오로본당)씨는 “웅장한 미사 분위기가 많은 감동을 주었다”며 “사제가 되기 위해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고, 교리와 성경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말
‘예, 여기 있습니다’ 사제 서품 후보자 선발예식에서 수품자들이 자신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예, 여기 있습니다”라며 일어서고 있다.
‘이 촛불처럼 자신을 불사르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며 초를 들고 서품식장에 입장하는 사제 부제 수품자들.
서품식 후 새 사제를 헹가래 치며 기뻐하고 있는 신자들.
신자들에게 안수하고 있는 새 사제.
성인호칭기도 중 엎드린 새 신부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수품자 어머니.
서품식장을 가득 메운 신자들이 사제 탄생을 기뻐하며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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