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해 번 돈, 즐겁게 쓰고 싶어”
자기 몸 하나 돌보기 각박한 세상이다. 자식은 부모를 버리고 부모는 자식을 버린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가 살만한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이웃들과 동행하는 천사가 있기 때문이다. 평생을 모은 수 억원을 어린이재단에 기부한 박춘자(소화테레사·79·수원 성남동본당) 할머니의 소식도 세상을 훈훈하게 한다.
“남들은 몇 십억씩 기부하는데 나는 겨우 3억밖에 못했는데 왜들 난리인지 모르겠네.”
박할머니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별것도 아닌 일에 이렇게 찾아온다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다. 할머니 소식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단순히 기부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평생을 불우한 이웃들과 더불어 살며 사랑을 실천한 할머니이기에 그의 삶 이야기에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할머니는 벌써 20년 동안 장애인 여성들과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작은예수회 후원회원으로 장애인 소공동체를 돌보고 있는 것.
“오갈 데 없는 애들이 불쌍하더라고. 그래서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서 살았지.”
처음에는 홀로 11명의 장애인들을 돌봐야 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어른의 몸을 지닌 어린이들을 돌보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작은예수회 전예수요안나 수녀와 봉사자들이 도와주고 있어 그나마 수월한 편이다.
사실 할머니에게도 남모르는 아픔이 있다. 1951년 결혼을 했지만 할머니가 아이를 낳지 못하자 남편이 떠나갔다. 이후 홀로 살아가면서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공사판에서 식당도 하고 남한산성에서 김밥도 팔았다. 시간에 쫓겨서 먹을 거 못 먹고 입을 거 못 입고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불쌍하게 번 돈이니까 즐겁게 쓰고 싶었어.”
그래서 할머니가 택한 즐겁게 돈쓰는 법이 가난한 이웃을 돕는 것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몸이 아파 공부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했다.
“다 늙은 사람이 돈이 뭐 필요해. 그리고 나는 돈 주고도 못사는 행복을 샀으니까 더 이상 바랄게 없어. 그저 조용히 주님 곁으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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