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복음 묵상-김대영 신부(요당리성지 전담)
9월 14일 연중 제24주일(마태 18, 21∼35)
비움의 기도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는데 반대 방향에서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대수롭게 생각 않고 그냥 노를 저어 나갔다. 왜냐하면 맞은 편의 배도 이쪽의 배를 염두에 두고 안전하게 노를 저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두 배가 너무 가까이 접근하게 되어 본의 아니게 충돌하게 되었다.
마음을 비워라
물론 상대방의 배도 부숴지고 이쪽의 배도 크게 파손을 당했다. 배를 젓던 사공이 정신을 가다듬고 상대방의 배를 살펴보니 그 배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휘두르며 상대방을 때려눕힐 것 같이 분을 품었던 사공은 허공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왜냐하면 아무도 타고 있지 않은 빈 배와 부딪친 자기 자신이 너무나 바보 같았기 때문이다. 만일 그 배에 누군가 타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서로 얼굴을 붉히며 “야! 너 눈이 있냐 없냐?”라던지, “너 정신을 어디다 팔고 다니는거야?”하면서 주먹다툼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저 쪽의 배가 빈 배였기 때문에 사공은 울분도 참고 이성도 잃지 않고 오히려 자기 자신의 어리석었음을 반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촌스런 이야기이지만 대인관계를 아름답게 엮어가는 매우 중요한 지혜를 가르쳐 주고 있다. 즉 “이웃과 화평하게 살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다. 빈 배를 향하여 욕하는 자가 없고 빈 배를 향하여 주먹을 휘두르는 자가 없듯이 마음을 비운 사람을 향하여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그렇지만 우리는 때때로 우리의 마음을 비우지 못해 나에게 잘못한 형제를 용서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삶을 살아갈 때가 많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신앙의 보화를 내던지고 냉담의 길을 걷는 경우도 가끔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말씀을 통해 끊임없이 나를 비우고, 또 나를 비울 것을 말씀하고 계신다.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모습위에 섰을 때 비로소 그분께서 주시고자 하는 참된 삶의 길을 발견하게 될 것임을 말씀하고 계신다. 그래서 이런 경우가 있었다. 본당에서 열심히 봉사자로서 활동을 하시는 자매님이 계셨는데 어느 날 어떤 자매와의 사소한 다툼으로 신앙생활에 장애가 생기게 되었다.
바로 그 장애는 “나와 다툰 그 자매가 먼저 와서 용서를 청하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완고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내 뜻대로 되는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일에 자신감이 사라졌다. 사목자로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 자매에게 자신을 비우고 먼저 찾아가 용서할 것을 권했다.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망설였다. 하지만 며칠 뒤 용기를 내어 그 자매를 찾아가 진심어린 마음으로 용서를 청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바로 그 상대방 자매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청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자매가 한 말이 있다. “이렇게 쉽고 간단한 일인데 왜 이렇게 일을 어렵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그렇다.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어렵게 만드는 것은 나를 비우지 못하는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의 삶 안에서 끊임없이 “용서하겠습니다. 용서하겠습니다”라는 비움의 기도를 우리 주님께 드려야 할 것이다.
5분 신앙상식-이사야서의 구조와 내용
타락한 시대에 활동하며
하느님의 정의를 외치다
이사야는 ‘야훼가 구원이시다’라는 뜻의 ‘예사야후’에서 비롯한 명칭으로 B.C. 740년에서 B.C. 700년대에 이루어진 설교집이다. 이사야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제1이사야, 제2이사야, 제3이사야로 나누고 있다.
이사야 예언자는 유다 왕족 출신으로 급속한 경제적, 군사적 발전으로 부패와 탐욕이 만연했고 착취가 심했던 시기의 예언자이다.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에 대한 예배는 형식적인 겉치레에 불과했고, 거짓종교의 횡포가 도덕적 타락을 야기시키던 시대의 예언자로서 활동하였다.
그는 왕의 충고자로서 정치, 종교, 사회의 불의와, 윤리적인 삶과 반대되는 도덕적 타락, 형식적인 경신례 등을 고발하고 있다.
구조
①첫 번째 부분(1장∼39장) : 제1이사야 -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전함
②두 번째 부분(40장∼55장) : 제2이사야 - 희망과 위로의 전언
③세 번째 부분(56장∼66장) : 제3이사야 - 귀환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함
내용
이사야 예언서는 특히 하느님의 거룩하심에 대해 강조를 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그 하느님은 포도밭 주인이 포도나무를 보살피듯 이스라엘 백성을 키우고, 크나큰 사랑으로 감싸주며 보호하는 분이라고 소개한다.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이렇듯 이스라엘 백성을 사랑하시지만 이스라엘의 배은망덕과 불성실에 대한 응답으로 그에 대한 징벌을 가혹하게 내리실 수도 있는 분이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사랑을 배반한,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거역한 자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멸망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에 대한 예언자의 신탁인 희망을 표현한다. 즉, 가혹한 시련이 흘러간 후 이스라엘 안에는 소수가 살아남게 되며 이들은 축복받은 자들로서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바를 성취하게 되리라는 희망을 선포하고 있다.
살아남은 자에 대한 개념은 이사야의 메시아 사상을 드러내고 있다. 메시아는 다윗 왕가에서 나오리라는 확신이 있으며, 메시아 탄생을 하느님의 구원 역사에 대한 구체적인 표식으로 이해하고서 메시아에게 임마누엘이라는 이름을 선사함으로써 그의 사명을 규정하고 그의 특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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