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결혼관… 갈등하는 젊은이들… “성사혼 글쎄”
개인주의 신앙 팽배, 가정에서 신앙 전수 제대로 안돼
가정교육이 관건… 면담·성사 후 신앙생활 지원해야
‘취업’과 함께 ‘결혼’은 우리 사회 미혼남녀가 겪는 대표적인 갈등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선 사목자들조차 현재 교회가 청년들이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인정한다. 변화하는 결혼관 등에 둔감하거나, 적절한 사목적 지원을 펼칠 여력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고 밝힌다.
특히 성사혼이 올바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과 관련해서는 신자들의 무관심도 무관심이지만, 보편적인 교육 프로그램 부족 등 적잖은 장애물들이 교회 내에도 산재해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사목자들은 신자들조차도 결혼의 내면적 준비보다 ‘결혼식’ 행사 준비에 치중하는 그릇된 관습에 젖어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실제 혼인교육에 참가하는 예비부부들도 혼인성사를 위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타인의 권유에 의해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회 내 이러한 혼인 실태와 그 대안에 대해 정광웅 신부의 사목적 제언을 들어봤다. 정신부는 이탈리아 로마 우르바노대학에서 혼인법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인천교구 가정사목국장과 인천중구건강가정센터 센터장, 교구 ME 대표, 교구 법원 재판관 등을 맡아 다방면에서 가정사목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정교육에서 출발해 교회 사목활동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혼인 준비를 통해 올바른 도덕성과 가치관을 갖출 때, 혼인과 가정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지니고 참 신앙인으로서 성공적인 혼인생활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정광웅 신부는 신자들 사이에서도 성사혼이 잘 이뤄지지 않는 현실과 관련해 두가지 면에서 원인을 찾는다.
우선 신앙적인 측면에서는 최근 신앙 생활이 너무 개인화되고 가정 안에서의 신앙 전수가 거의 이뤄지지 않기에 배우자 선택 또한 신앙과 관계없이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또한 형식적인 면에서도 현대인들은 간소하고 실용적인 예식 혹은 자신만의 개성있는 예식을 치르고 싶어하지만, 각 성당에서는 사진촬영과 음식 등을 지정해두고 다른 예외 경우를 인정하는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성당 내 예식 관련 서비스 부분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젊은이들을 성사혼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가정 교육’이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생애 전반을 짚어볼 때 혼인 준비는 가까운 준비와 먼 준비, 중간 준비로 나뉩니다. 가나강좌 등은 가장 가까운 직접적인 혼인 교육이지요. 가정 환경상 먼 준비가 어렵더라도 청소년·청년사목 등과 연계해 중간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혼인 교육 내지 혼인 사목은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지속적이며 체계적인 사목으로 자연스럽게 가정 사목과 연결되므로 그 어떤 교육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각 가정공동체 안에서 자녀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부모 교육부터 우선 실시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예비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조차 지원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젊은이들이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시간 할애에 소극적이고, 가나강좌도 혼인성사를 위한 일종의 면허증 취득 과정 정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비부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혼인면담과 형식적인 가나강좌 운영은 냉담한 젊은이들을 교회로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다.
“혼인성사를 위해 본당을 방문했다가 냉담했다는 이유로 주임신부님으로부터 무조건 야단만 맞아, 어떻게 해야 하냐고 교구로 문의해온 사례도 종종 마주합니다. 냉담을 풀기 위해 찾아온 젊은이들은 이런 경우 크게 위축돼 다시 성당에 발걸음하기 어려워 합니다. 올바른 성사혼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가장 큰 문제점은 기존 신자들이 신앙을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혼인성사는 젊은이들이 교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끄는 좋은 기회입니다.”
정신부는 “각 본당 사제들의 경우 여러 사목을 총괄하고 있어 일상생활 중 모두 한결같은 수준으로 혼인교육 등을 지원하기 어렵다”며 “현재 인천교구에서는 혼인성사의 중요성과 문제점을 인식, 조만간 열리는 사제평의회 안건으로도 의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신부는 “혼인법 외에 혼인성사, 가정사목 등과 관련해서는 신학교에서도 별도의 교과목이 없다”며 “사제서품 후에라도 평생교육과 피정 등을 통해 혼인에 대한 사제 교육과 자질 향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정신부는 가나강좌 운영과 관련해 고해성사의 중요성을 재차 역설하고 나섰다.
“가나강좌 참가자들 중에는 5~10년 만에 고해성사를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축복된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신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고해성사에서부터 마음을 열 수 있게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 정신부는 인천교구의 경우 가나혼인강좌 참가자들의 혼인성사 일정과 신혼살림집 주소, 연락처 등을 관할 본당 ME 가족들에게 전달해, 이들이 신혼부부들을 지속적으로 돌보아주도록 연계한다고 밝혔다. 각 본당 신자들과 관계 형성을 맺어주는 이러한 배려는 특히 관면혼을 받은 외짝교우들의 신앙생활과 선교에 실제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교구 법원에 혼인 무효 재판을 신청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관면혼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양한 가정문제의 예방을 위해 결혼 준비시기에는 물론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혼인 교육을 지원하고, 혼인에 더욱 신중하길 권해야 합니다.”
■ 한국교회 혼인강좌 현황
한국 교회 안에서 실시되는 혼인 관련 교육은 ‘가나강좌’가 대표적이다. 직접적인 혼인절차와 관계없이 일반 청년들의 올바른 가치관 함양을 위해 참여를 권할만한 관련 프로그램은 ‘선택 주말’과 ‘틴스타’정도 뿐이다.
가나강좌는 서울(02-318-2079)과 수원교구(031-251-2258)에서 운영하는 약혼자주말 외에 가장 직접적인 혼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또 그리스도 정신에 입각한 혼인관 교육의 장으로서 보다 능동적인 선교활동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이 평가된다.
하지만 각 교구 혹은 지역, 지구별로 운영되는 현행 가나강좌는 교육시간이 짧은 것이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횟수와 운영시간이 부족하다는데 대해서는 참가자와 운영자 모두 의견을 같이 한다. 가나강좌의 경우 실제 교구별로 3시간에서 하루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진행돼, 내적인 혼인준비를 돕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대교구가 약혼자주말 횟수를 늘이고 수원교구도 올해 처음으로 약혼자주말을 마련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보편적인 참가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요원한 실정이다.
가나강좌 강사들과 담당 사제들은 운영의 어려움으로 우선 예비부부들의 수동적인 참여 자세를 꼬집는다.
특히 강좌 참가자 중 관면혼을 받는 외짝교우와 비신자들이 비중이 높고, 신자들 중에서도 일정 기간 냉담한 이들이 많아 몇 시간의 교육으로 그동안의 신앙공백을 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예비부부가 능동적으로 참가하길 원해도 강좌는 혼인성사와 가정, 생명에 관한 기본적인 가르침과 자연가족계획법 등으로 이어지는 주입식 형태가 대부분이다. 교재도 수강자들에게 그냥 나눠주는 수준에 그쳐 활용도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예비부부들은 소속 교구의 강좌 날짜를 맞추기 어렵다거나 수강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시간이 짧은 서울대교구 강좌 등에 몰려드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점이다.
지난해 서울대교구 각 지역 혼인교리 담당 사제 회의에서는 혼인 교육의 장애물로 현행 혼인교리 담당 사제들의 사명감 부족과 형식적인 운영, 교재와 교육시간 부족 등이 지적된 바 있다. 서울대교구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 혼인강좌 운영자 양성교육을 실시 중이며, 내년부터는 전 지구별로 운영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 각 교구 가나강좌 문의
서울 02-727-2070
춘천 033-240-6049
대전 042-256-5488
인천 032-762-8888
수원 031-247-6242
원주 033-765-4224
대구 053-250-3053
부산 051-629-8789
청주 043-257-7633
마산 055-249-7028
광주 062-510-2834
전주 063-230-1070
제주 064-751-0149
의정부 031-870-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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