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진정한 올림픽을 위해.
북경 올림픽이 끝났다. 아름다운 신자의 소식도 잔잔히 들린다. 조용히 십자가를 긋는 한 선수의 순간을 포착한 예리한 눈은 곧 입으로 순식간에 전파된다. 승자의 얼굴에 가려진 패자는 대한민국의 대표선수로서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 가려진 2인자의 모습으로 조용히 사라질 뿐이다. 매우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그들에게 지금까지의 땀방울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지난 6일 장애인 올림픽이 열렸다. 청각장애 무용단과 쓰촨성 지진으로 한 발을 잃은 초등학교 4학년 리웨 어린이의 공연은 가슴 뭉클하게 한다. 그들의 노력과 땀방울도 매우 소중하건만 이미 식어버린 올림픽 뒤풀이 행사처럼 외로운 게임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도다케처럼 당당하게 게임에 임해주길 바란다. 나는 장애인 올림픽이 먼저 치러지거나 정상인과 같이 손잡고 입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다. 차별 없는 올림픽이 진정한 올림픽이 아닐까?
둘째. 교회의 밑바탕은 사랑과 봉사.
교구청에 온 지 만 3년이 되었다. 처음 부임할 때는 매우 힘들었다. 기쁜 마음 없이 왔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도 전문성도 없었다. 본당에서 사목할 때 인근 교구 운영 사회복지시설도 제대로 돕지 못했다. 자활이 무슨 뜻인지, 가정파견센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정부에서 할 일을 교구가 해야 하는지…. 이런 저런 생각들은 당시 부족한 나 자신을 그대로 드러냈었다. 그런 내가 교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시간아 빨리 가거라…’라는 심정으로 시작한 사회복지 일이었지만 어느 덧 개인적으로는 사회복지대학원을 마치게 되었고, 공적으로는 최근 78명에게 사회복지장학금을 전달하는 기쁨도 나누게 되었다. 더 나아가 가장 아름다운 증중장애인 생활시설을 짓겠다는 신념과 꿈을 가진, 변화된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모두 주님의 안배요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변화하게 된 계기는 교구로 부임한지 4개월째에 있었다. 2005년 12월 성탄판공을 도와주던 어느 날 한 장애인의 간곡한 부탁을 받았고 그것이 작은 시작의 계기가 되었으며 이듬해 1월 7일 어느 개신교 신자로부터 전화를 받고부터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오갈 데 없는 장애인을 맡아 달라는 개신교 신자의 간절한 호소는 가톨릭교회로서 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줬다. 그동안 ‘가난한 사람을 위해’ 활동했던 나 자신이었음에도 평생 치러야 할 장애우 부모들의 고통이라든가 장애우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보지 못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봉성체 때 정해진 시간에 맞춰 몸이 불편한 어르신에 대한 배려를 제대로 해 보지 못했고 마음의 여유 없이 살아야 했던 지난 시간들… 오히려 그들이 사제를 배려하며 바쁘신데 찾아오신 것만으로 만족했던 천사들이었다. 나는 그런 천사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는 다른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었다. 그들을 통해 내가 변해갔던 것이다.
청각장애, 시각장애, 발달장애, 신체장애, 정신지체장애 등 많은 장애우들이 교구청 사회복음화국을 오가며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한 작은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다. 교구는 정책을 펴고 그 정책이 모든 기관에 잘 전달되는지를 확인하고 지도해야 한다. 그러나 교구에서는 정부에서 위탁 받는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모두가 기초생활수급자들만을 위한 시설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사목도 필요하지만 더 나아가 함께하는 사목이 필요하다.
그래서 혼자 결심한 것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본당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사회복지 예산을 넉넉히 편성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본당 사회복지 예산이 4%를 넘기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다. 참으로 아쉽다. 교회가 진정 가난한 사람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이 생길 때 복음이 살아 있는 것이다. 말로만 복음을 전한다면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할 것이다. 과거 나 자신도 본당 시설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여기 저기 손을 댔다. 그러나 정작 어려운 곳에 힘을 보태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마음이 아프다. “훗날 나는 반드시 예산 10%는 어려운 이웃과 나누겠다!” 이것이 내가 결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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