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교구의 신앙선조와 순교자
‘복음화의 나무’ 깊게 뿌리내리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한국 천주교 신앙의 발원지이자, 요람이며, 뿌리가 바로 우리가 디디고 서 있는 지금 이 땅이다. 한국교회의 신앙 씨앗이 뿌려지고 싹트고 성장하고 꽃핀 곳이 수원교구 지역인 것이다. 젊고 역동적인 복음화의 중심교구, 수원교구는 또한 평신도 사도직 정신이 면면히 내려오는 신앙 땅이기도 하다.
순교자 성월을 맞아 한국 교회사와 함께한 수원교구의 신앙 선조 이야기와 사적지 순교성지를, 수원교회사연구소 원재연 연구실장이 복음화국 소공동체 교재에 기고한 글을 중심으로 2회에 걸쳐 정리한다.
초기교회 두 기둥, 이벽 성조와 정약종 회장
이벽(요한 세례자, 1754~1763)과 정약종(아우구스티노, 1760~1801)은 수원교구 지역 교회가 낳은 가장 위대한 한국 초기교회의 두 기둥이다.
이벽은 천진암 강학회를 통해 한국교회를 태동시켰고, 정약종은 평신도만의 자발적 신앙 공동체를 보편적인 세계교회에 접목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수행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 비견되는 이벽 성조와, 위대한 교회학자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삶을 닮고자 했던 정약종 회장은 각각 지식인과 일반 대중을 그 대상으로 하는 가톨릭 교리서 ‘성교요지’와 ‘주교요지’를 저술했다.
이들 교리서는 각각 초기 교회인 1780년대와 1790년대 대표적 교리서였다. 이벽과 정약종이 초기 교회에 끼친 큰 영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약종은 특히 명도회와 같은 신심 단체를 조직하여 함께 교리를 익히고 자선활동을 하면서 이웃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퍼져나가는 신앙
이벽과 정약종의 모범적 신앙생활과 교회 활동은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1742~1792), 권철신(암브로시오, 1736~1801), 이승훈(베드로, 1756~1801) 등의 도움으로 한강 수로를 따라 충주 등 내륙 지역은 물론 바닷길과 육로를 통해 충청도 내포 일대와 멀리 전라도 지역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퍼져나간다.
수원교구에서 발아한 신앙의 씨앗이 이제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내포의 사도로 불리우는 이존창(루도비코, 1752~1801)과 호남의 사도로 불리울 만한 유항검(아우구스티노, 1756~1801)은 모두 이벽의 권유로 세례 받은 권일신의 제자양성의 결과였다는 사실은 초기 교회의 건립과 확장에 끼친 이 지역 신앙 선조들의 위대한 활동상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조선교구 설정 공로자 신태보와 성 정하상
수원가톨릭대에 가면 성전 입구에 정약종의 아들, 정하상 성인의 동상이 있다. 신학교 주보성인이 바로 정하상이다. 이렇게 정하상 정신의 발자취는 2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수원교구와 맞닿아 있다.
수원교구에서 전국적으로 뻗어나간 신앙은 그러나 신유박해(1801)라는 큰 시련을 겪게 된다. 이 폐허 속에서 한국교회를 잿더미로부터 다시 일으킨 이는 신태보(베드로, ?~1839)와 성 정하상(바오로, 1795~1839)이다.
신태보는 신유박해 시기 교우촌 건설의 주역이고, 성 정하상은 부친의 순교신심을 계승하여 성직자영입운동에 일생을 바쳤으며 ‘상재상서’를 지어 천주교 신앙을 변호하기도 했다.
이들은 30여 년 성직자가 없던 조선교회를 이단의 침공과 박해의 위협 속에서 지켜냈다. 그리고 끊임없이 교회 공동체를 영적으로 물적으로 성장시켜 1831년 조선교구 설립의 주체적 배경을 이루었다.
한국 성직자 양성의 못자리
조선교회 최초의 본토인 사제로서 한국교회 모든 성직자들의 주보이신 성 김대건(암드레아, 1821~1846) 신부의 성장지와 주된 사목활동 무대도 바로 수원교구 지역인 용인이다.
김대건과 함께 함께 유학생으로 선정된 최양업(토마스, 1821~1861), 최방제(프란치스코, ?~1839)의 성장지도 각각 과천과 남양이다.
그리고 이들의 부모인 최경환(프란치스코, 1805~1839) 성인과 김제준(이냐시오, 1796~1839) 성인, 최방제의 가족이 발을 붙이고 살면서 교회활동을 한 곳도 역시 현재의 수원교구 관할지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수원교구는 초기교회의 평신도 신앙활동의 전통을 박해기에도 계속 이어 나가면서 한편으로는 한국인 성직자 양성의 못자리 역할을 수행했던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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