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보다 실리 … 성사혼 당연 옛말
“신부와 그 가족들이 모두 비신자여서 성당에서 결혼하자고 강요할 수 없어요.”
“혼인날짜를 잡고 본당에 문의했더니 저희가 정한 날짜에서 2개월 후부터나 예약이 가능하다더군요. 결국 성당 이용료를 두 배나 내고 신부님도 따로 모셔, 다른 성당에서 혼배미사를 봉헌할 예정입니다.”
“부모님의 권유로 성당엘 갔는데 혼인면담을 너무 형식적으로 하시는 신부님의 모습에 더욱 실망했습니다. 저를 잘 아는 은사님이 주례하실 수 있는 예식을 하고 싶어요.”
“성당에서 결혼식을 하려면 사진이나 손님 식사도 원하는 스타일로 마련할 수 없어요. 저희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 가까운 지인들만 참석하는 하우스웨딩을 준비 중입니다.”
인륜지대사인 결혼, ‘첫 단추’를 잘 꿰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신자들은 교회가 정한 규범과 혼인법에 따라 ‘혼인성사’를 받을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신자들조차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성당 예식 서비스에 대한 불만으로 성사혼을 기피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 보다 실질적인 사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10년 동안의 교세통계에 따르면 교세 증가율에 비해 성사혼 증가율은 소폭 상승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는 일반 사회혼 건수가 증가한 것과는 달리 성사혼 건수는 되레 줄었다.
성사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혼인장애’는 물론 ‘신앙 단절’ ‘가정 해체’ 등의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아울러 한국교회에서 이뤄지는 전체 혼인 중 관면혼이 차지하는 비율은 59.6%를 차지해, 냉담 방지를 위해서는 관면혼 전후로 보다 체계적인 신앙 교육이 요청된다. 전체 혼인에서 관면혼이 차지하는 비율의 경우 10년 전인 1998년 68.4%에서 지난 2007년 59.6%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성사혼에 비해서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비세례 때 이루어진 혼인을 해소할 수 있는 특별혜택인 바오로 특전혼은 1998년 452건에서 2007년 841건으로, 혼인무효 판결건수는 215건에서 414건으로 각각 두배 가량 큰 폭으로 증가해 이혼 문제의 심각성도 반증하고 있다.
일선 사목자들은 이렇게 성사혼이 올바로 이뤄지지 않는 원인으로 신자들의 의식 부족과 사목자들의 배려 부족, 성당 내 예식 서비스 인프라 미비 등을 지적한다.
아울러 성사혼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비부부 뿐 아니라 결혼 적령기 미혼남녀, 가정 내 신앙 전수를 책임지는 부모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총무 송영오 신부는 “젊은이들의 결혼관이 급변하고 한국사회 전반의 결혼 건수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전체적인 성사혼 건수가 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심각한 문제는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성사혼이나 신자 의무에 대해 잘 모르고 혼인 장애 등의 고려없이 사회혼을 치르는 것”이라며 “일선 사목현장에서 부모교육을 지원하고 청년사목과 연계해 결혼적령기 미혼남녀의 의식을 고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송신부는 “결혼식 비용 및 각종 부대서비스 이용과 관련해 교회 안에서도 일반 예식장에서 겪을 수 있는 각종 폐해들이 있다”며 “신자들이 본당에서 혼배미사와 장례미사 등을 봉헌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각 본당에서도 혼인을 위한 사목적 서비스를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보다 능동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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