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적 생활양식으로 변화해야”
매년 맞는 평신도주일이지만 올해는 특히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올해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1988)이 반포된지 20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인가. 평신도의 소명은 무엇인가. 평생 동안 평신도 사도직 현장에서, 평신도 사도직을 고민해온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홍순 회장을 7일 명동 한국평협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직도 한홍순인가. 평신도주일을 맞아 평신도 소명에 대해, 평신도로 부터 제대로 들으려면 한국평협 한홍순(토마스,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회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1970년대부터 한국교회 평신도사도직의 맨 앞줄에 서온 한홍순 회장은 아직도 생생한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버금가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평신도사도직에 대한 열정, 의지, 애정, 비전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신앙 안에서의 삶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화두를 던진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대답이 나온다. “모든 생활양식을 성서적 생활양식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복음 선포의 핵심입니다.” 한 회장은 “평신도 소명 그 자체가 세상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신도는 하느님 말씀을 세상에 심는, 세상의 영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신도의 삶의 자리가 세상이기 때문이다.
“하느님 말씀은 지식이 아닙니다. 생활현장에서 말씀이 육화되어야 합니다. 하느님 말씀이 삶 속에서 생명력있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늘 하느님 말씀 읽고 묵상하며 삶 안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말씀은 바위입니다. 삶의 집을 모래 위가 아니라 바위 위에 지어야 합니다. 이는 가정 안에서 가장 먼저 구현되어야 합니다.” 가정 복음화가 선결될 때 세상의 복음화도 가능하다는 예기다.
이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한 회장은 교육, 즉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교육입니다.” 여기서 한 회장이 말하는 교육은 단순한 성경 공부, 성경 묵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사회교리교육과 통합된 교육을 의미한다.
“‘주님, 주님’ 하며 기도한다고 해서 진정한 신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일하는 평신도들이 변화시키려면 사회교리교육이 중요합니다. 사회교리교육은 교육 내용을 실천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말로 하는 교육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사회교리의 요체는 ‘증거하는 삶’입니다.”
올해로 평협은 40주년을 맞는다. 평신도 사도직을 위한 한 회장의 헌신의 시간과 같다. 흔들림이 없다는 ‘불혹’(不惑). 한 회장은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흔들리지 말고 앞만 바라보고 나아가자는 예기다. 두 팔 걷고, 주먹 쥐고, 하느님 말씀 드러내는 장본인이자, 생활 현장속 복음화 일꾼으로 그 역할을 해 나가자는 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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