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결혼하기 너무 어려워요"
전문적인 혼배미사 환경 절실
가톨릭신자라면 누구나 일생에 딱 한번 치르는 결혼식을 성당에서의 혼인미사로 거행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혼배미사는 일반 예식장에서의 결혼식과 달리 절차가 복잡하다. 성당 물색에서부터 인테리어, 피로연 음식, 웨딩 촬영 등 직접 신경 쓰고 챙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직장생활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젊은 커플들에게서는 ‘성당에서 결혼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이유로 성당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기분이 상했다는 부부들도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예식비용
혼기가 꽉 찬 두 아들을 둔 서울의 김연희(카나티라·58)씨는 결혼식 생각만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꽉 막힌다. 주위에서 보고 들은 결혼예식 비용이 만만치 않아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마당에 성당 예식비용도 만만치 않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릴 경우 신부 메이크업과 사진, 드레스를 함께 묶은 ‘패키지’상품은 대개 이용할 수 없다. 성당 측과 계약을 맺은 지정 사진관만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로연 음식도 성당 지정 업체가 정해져 있어 혼주는 가격여부에 상관없이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형편이다.
김씨는 “예식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마음에 성당 문을 두드렸다가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 않음에 놀랐다”며 “동네 예식장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례미사 봉헌에는 성당 사용비를 받지 않으면서 혼배미사 비용은 예식장 수준으로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1년 후 예약까지 다 찼다니…”
본당 청년활동을 하다 만나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게 된 민영기(베드로·30)·이은혜(마리아·27)씨는 결혼식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의 한 성당을 찾았다가 민망한 경험을 했다. 결혼 상담을 신청하자 앞으로 1년 동안 모든 예약이 끝났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성당 사무실 직원은 “우리 성당은 적어도 1년 전에는 예약을 해야 결혼을 할 수 있다”며 “인기 있는 서울의 대부분의 큰 성당들은 모두 마찬가지 상황인데, 어쩌다 이렇게 늦게 성당을 알아보게 됐냐”고 핀잔을 줬다.
민씨는 “예식장 직원들은 예약이 다 찼을 경우 안타까워하고 미안한 마음이라도 전한다”며 “이렇게까지 해서 굳이 성당에서 결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주례 신부 선택의 자유도 없다?’
내년 초 인천의 모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이경훈(스테파노·32)씨는 성당 예약을 앞두고 찜찜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최종 점검에 여념이 없을 즈음 본당 사무장이 이씨에게 다가와 “주례는 우리 본당 신부님이 하실거죠? 다른 곳에서 신부님을 모셔올 경우 제반 준비를 해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
이씨는 얼마 전 서품을 받고 사제가 된 동창 신부를 주례사제로 모시고 싶었으나, 본당 신부님이 주례를 하지 않을 경우 혼구용품과 꽃길, 성가대까지도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하게 됐다.
이씨는 “본당 신부님이 주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예식의 필수 사항을 준비해줄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본당 측은 주례사제 부분은 선택사항임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강요나 다름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낙후된 시설, 보기 민망
지난달 대구의 한 성당에서 결혼식을 치른 임현정(로사·29)씨는 낙후된 성당 시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임씨는 “우중충한 지하 교리실에 떨렁 의자 하나 놓여진 ‘신부대기실’을 보고 실망했다”며 “결혼식 당일 신부대기실을 찾아온 친구들에게 민망해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성당 결혼식의 신부대기실을 꾸며주는 틈새업체도 성황을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임씨 역시 “친구들로부터 소개받은 한 업체로부터 성당 교리실을 아름다운 신부대기실로 꾸며 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며 “그러나 단지 1시간 남짓한 대기 시간을 위해 50만원이 넘는 큰 비용을 지불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혼인강좌도 아쉬움 남아
올해 초 결혼한 김준영(스테파노·33)씨는 ‘혼인강좌’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했다.
김씨는 “성당에서 결혼하기를 원하시는 부모님의 강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혼인강좌를 들었다”며 “단지 수료증이 필요해서일 뿐 내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신부님이 강사로 나서는 것을 보고서는 더더욱 실망하게 됐다”며 “결혼의 경험이 전혀 없는 젊은 신부님이 ‘결혼’을 주제로 두 시간 동안이나 이야기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 가톨릭교회 혼인 절차
가톨릭신자로서 혼인을 하려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혼인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가톨릭교회는 법으로 정해 가르치고 있다. (교회법 제1055조, 제1059조, 사목지침서 제104조 참조)
1. 혼인교리교육 수료
혼인 예정자는 적어도 혼인하기 1개월 전에 배우자와 함께 소속 교구에서 실시하는 ‘혼인교리교육’(가나혼인강좌)을 받아야 한다. 교육을 수료한 후 받은 ‘수료증’을 ‘혼인면담’ 때 제출해야 한다.
2. 서류 준비
혼인에 필요한 서류(혼인신청서, 세례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를 혼인 2개월 전에 본당 사무실에 제출한다.
3. 장소 결정
혼인 장소(성당, 순례지, 수도원 등)를 정한다. 교회법에 따라 혼인 당사자 중 어느 한 편이 소속되어 있는 곳의 본당을 원칙으로 한다. 이외의 장소에서 할 경우 본당 신부를 통해 주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4. 혼인 공시
주례 사제와 장소를 정한 후 본당 게시판이나 주보에 혼인을 공시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혼인을 위한 아무런 장애가 없음이 확인된 경우 공시를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5. 혼인 면담
혼인 공시 기간이 지나면 양측의 서류 일체가 혼인장소로 정한 성당으로 우송된다. 혼인 당사자는 본당 사무실과 조율해 본당 사제와 면담을 갖게 되며, 이 때 혼인교리교육 수료증을 제출하고 ‘혼인전 당사자진술서’를 작성한다. 이 문서는 사제가 직접 당사자를 만나 작성해야 하며, 절대로 타인에게 위임할 수 없다.
6. 증인 세우기
혼인 당사자는 각각 증인을 세워야 한다. 증인들도 혼인예식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며, 혼인대장에 주소를 적고 기명, 날인, 서명해야 한다.
7. 혼인반지 준비
곽승한 기자 paulo@catholictimes.org
▶ 가톨릭교회가 가르치는 ‘혼인’이란
“혼인서약은, 이로써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는 것인 바, 주 그리스도에 의하여 영세자들 사이에서는 성사의 품위로 올려졌다.”(교회법 제1055조 제1항)
따라서 “영세자들 사이에서는 그 자체로 성사가 아닌 유효한 혼인 계약은 있을 수 없다.”(교회법 제1055조 제2항)
가톨릭교회는 1563년 트리엔트공의회 이후 결혼을 성사로 보아왔다. 세례를 받은 남녀가 혼인으로 결합하는 것은 사랑의 표지이고, 주님은 이 성사를 통해 맺어지는 부부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도록 은총을 베푼다. 혼인의 목적은 부부사랑과 생명의 전달 등으로 함축된다.
특히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결합을 뜻하는 단일성과 부부 사이에는 영구적이고 배타적인 유대가 생긴다는 불가해소성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혼인은 사제와 증인 앞에서 이루어지는, 철회할 수 없는 서약인 혼인 합의에 절차로 이뤄진다.
아울러 혼인성사는 원칙적으로 신앙인간의 혼인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신자간 혼인보다 신자와 비신자간 혼인건수가 더 많아 교회는 ‘관면(寬免)혼인’을 허락하고 있다. 관면혼은 혼인 당사자들의 마음자세와 다짐을 기반으로 허락된다. 무엇보다 비신자 배우자가 상대방의 신앙을 존중하고 언젠가는 일치하려는 마음의 자세가 있어야 한다.
관면혼의 경우에도 소속 본당을 찾아가 혼인상담과 지도 절차, 혼인법적 수속 절차를 지켜야 한다. 관면혼을 한 비신자가 이후 세례성사를 받게 되면 그들의 혼인은 즉시 성사의 품위로 올려지고, 성사의 은총을 받는다.
따라서 신자인 배우자는 비신자 배우자가 가능한 한 혼인 전에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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