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현실 … 경제·사회적 안정이 우선
이혼의 원인은 결혼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결혼의 시작부터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근 우리 사회 젊은이들의 결혼관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결혼의 의미와 가치는 경제적 이익, 실용성 등과 저울질된다. 물질주의, 이기주의 등의 파고를 넘어서지 못하는 비뚤어진 결혼관은 가족에 대한 개념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특히 젊은이들의 ‘성(性)’과 관련한 도덕적 해이, 그로 인해 야기되는 각종 문제들은 사회 전체의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지만, 기성세대들조차 이에 둔감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그릇된 의식과 환경에서 가톨릭신자도 비켜서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올바른 ‘인성 교육’과 ‘혼인 교육’이 필요하지만 현행 학교·사회 교육은 물론 신앙 교육 울타리 안에서도 결혼 적령기를 맞은 젊은이들의 의식 고양 기회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음은 20~30대 미혼남녀 4명(신자 포함)이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결혼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주고받은 대화다. 참가한 이는 김선진(요셉·28·회사원), 원훈연(31·여행기고가), 현미연(25·프리랜서), 이정인(마리아·34·기업컨설팅 전문가)씨.
원훈연(이하 원) - 결혼에 한해서는 난 어른들 말씀을 들어서 손해볼 일은 없다고 봐.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는 이들과 적당히 결혼하는게 무난하지 않을까.
현미연(이하 현) -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지위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결혼할 때 외모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잖을까. 외모는 뭐 요즘 돈만 있으면 다 가꿀 수 있잖아.
김선진(이하 김) - 그래. 결혼은 현실이야. 사랑만 가지고 시작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지. 애정도 필수겠지만 돈과 성격, 직업은 꼭 확인해야 할 조건이지. 내가 지금 회사에 취업한 것도 결혼 자금의 압박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커.
이정인(이하 이) -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솔직히 맞벌이를 하면서 출산에서부터 육아, 교육 등을 병행해야 할 생각을 하면 앞으로 20년 이상은 고생문이 훤하겠다 싶어 한숨이 나와. 사회인프라가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여성에게는 결혼이 너무 손해인 것 같아서, 결혼해도 가급적 아이는 낳고 싶지 않아.
현 - 미혼여성이 결혼할 경우 포기해야하는 총 기회비용이 1억4000만원을 넘어선다는 신문기사를 본적이 있어. 결혼을 꼭 손익관계로 따져선 안되겠지만 주변에서도 돈 없인 살기 어렵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
원 - 결혼이라는 것은 생명학적으로도 남성 여성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의미하는 거잖아. 결혼을 통해 사회적으로 공인된 성생활을 하기 위해선 감수해야 할 것들도 당연히 있겠지.
김 - 나이가 들면 결혼할 때가 되었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가장 고루해 보여. 능력만 갖추면 시기는 좀 늦어져도 관계없잖아. 의지하고 기댈 곳을 찾아 결혼하는 것은 무능해보이지.
이 -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과 세상을 함께 살아가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힘이 생길 것 같아.
현 - 우리 또래들을 보고 자꾸 개인주의니 이기주의니 하는데 행복하지 않을꺼면 굳이 결혼이라는 굴레를 왜 쓰느냐는 말이지.
원 - 평생 남남으로 살아가면서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을 얻을 수 없다면 불행하지 않을까. 결혼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도 최고의 방법 같아.
김 - 난 결혼은 주식투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가치투자를 하듯 임해야 하는 거지. 테마주나 인기주보다는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고르듯이 신경을 쓰면 장기적으로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
원 -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으니 평생 같이 살려면 적절한 지적 수준과 취미를 갖췄으면 좋겠어.
김 - 난 배우자의 능력을 최우선으로 봐. 여성도 활발히 사회활동을 하고 자신을 가꿨으면 좋겠어.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미란다 같은 커리어우먼에 끌리는 걸.
이 - 각자 종교가 달라도 피곤해. 연애할 때는 종교가 문제가 안됐는데, 막상 결혼하려니 상대방이 세례받는 걸 주저하더라고. 부모님 때문에 성당에서 결혼해야 하거든.
현 - 상대방이 결혼을 빌미로 종교생활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며 생활하면 되잖겠어.
이 - 종교는 내가 보다 성실히 삶을 살아가는데 자극이 되고 큰 힘이 되고 있어. 하지만 시부모님들과 갈등이 생길까 걱정스럽기도 해. 성당에서 혼배미사를 봉헌하는 것부터 눈치보이고.
김 - 난 가톨릭 신자지만 꼭 결혼제도가 이어져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어. 어차피 약속하는 형식인데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인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한 사람과 평생 잘 살 수 있다는 보장을 누가 해주지?
원 - 결혼하면 부부간의 신뢰를 이어나가도록 항상 노력해야지. 결혼을 하면 법적으로도 보호받는 부분이 있잖아. 그만큼 개인적인 부분 뿐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도 크다고 봐야지.
현 - 그래서 난 혼전동거는 필수라고 생각해. 평생 한번 뿐인 결혼이라면 신중해야 하잖아.
이 - 가톨릭교회에서는 혼전동거를 금지해. 난 신자가 아니더라도 단순히 성적 쾌락을 위해 혼인의 순결을 깨어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해.
김 - 내 직장 동기는 아내가 임신 4개월일 때 성당에서 결혼했는걸. 임신했으면 원래 성당에서 결혼을 못하나? 십계명을 어기는 일도 아닌데 대죄나 지은 것처럼 떨 건 없잖아.
현 - 내 대학동창들을 보면 성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많아. 근데 걔네들은 그게 결혼의 결격사유라고 생각하지 않더라고.
원 - 이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결혼할 때부터 이혼을 원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는 각 종교에서도 도와줘야 하잖을까.
김 - 결혼으로 겪어야 할 이런저런 부담감을 생각하면 혼자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야. 유다인들의 격언에 인생에서 늦어도 괜찮을 것은 결혼과 죽음이라는 말이 있다더군. 현재 내 능력이라면 결혼하지 않고도 인생의 의미를 찾는데 어렵지 않을 것 같아.
◎ 한국 미혼남녀 ‘결혼·배우자 견해’ 설문조사
절반 이상 “결혼 불필요”
최근 각종 결혼정보업체들이 앞다투어 내놓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혼남녀들의 배우자 선택기준은 애정보다 능력과 장래성, 성격, 일에 대한 견해 등이 우선이라는 응답이 크게 늘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남녀 모두 고학력으로 갈수록 수치가 높다.
지난 10년 동안의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총혼인건수는 급속히 줄어들다가 2003년 이후 소폭 상승세를 보여왔다. 이러한 급격한 감소세는 학업연장, 경제활동, 독신선호 등 결혼에 대한 태도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사회통계조사 중 미혼남녀의 ‘결혼에 대한 견해’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남성 22.8%, 여성 11.5%에 불과했다. 또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는 응답자는 남성 25.5%, 여성은 41.8%를 차지했다.
지난해 3월 한국갤럽이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드시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53.7%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는 2005년 같은 시기에 조사한 결과보다 16.5% 증가한 수치다. 무엇보다 이 조사에서는 혼전동거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이들이 49.8%, 이혼할 수도 있다는 응답도 62.4%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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