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반기는 꽃비여라
최경환 성인 유해 본묘 안치식도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의 유해가 그의 땀과 열정이 배인 신앙 터전 수리산성지 성인 본묘에 다시 안장됐다. 1928년 성인 후손의 증언으로 수리산 뒤뜸이 묘에서 발굴돼 명동대성당 지하묘지와 절두산성지를 거쳐 성인 후손들이 모셔 온 지 80여 년 만이다.
수리산성지(전담 차재훈 신부)는 9월 20일 오후 1시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성지 현지에서 ‘성 최경환 프란치스코 순교 169주년 기념 순교자 현양대회 및 유해 안치식’을 가졌다.
‘순교자 현양 음악회’로 막을 연 이날 행사는 안양대리구장 한상호 신부 주례 ‘순교자 현양미사’, ‘유해 안치 및 순교자 현양비 제막’ 순으로 진행됐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이날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성인의 유해를 성지에 다시 모시도록 은총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성인의 부인 이성례 마리아와 아들 최양업 신부가 하루빨리 시복시성의 반열에 오르기를 기도했다.
미사 후 한상호 신부와 사제단, 성인의 후손 등은 성인의 유해를 꽃가마에 모시고 성지 본묘에 올라 유해를 안장했다. 이날 안장된 유해는 성인의 후손들이 성지에 기증한 것이다.
성지전담 차재훈 신부는 “유해공경 차원에서 발굴돼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해 중 일부가 후손들의 뜻에 따라 성지에 다시 모셔진 것은 뜻 깊은 일”이라며 “수리산성지가 서울 뿐 아니라 수원과 인천 일대 신앙의 요람이었음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유서 깊은 신앙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도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수리산 교우촌에서 신앙공동체를 이루며 살다가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이들을 위해 세운 ‘순교자 현양비’ 제막식도 열렸다. 성지 ‘담배촌 기념관’ 앞에 세워진 7개의 현양비에는 이 지역 병인박해 순교자 중 기록이 남아있는 류베드로 회장, 유바오로, 유안드레아, 유요셉 순교자의 기록이 새겨져 있다. 아울러 나머지 3개의 현양비에는 최경환 성인, 이성례 마리아, 이 에메렌시아의 생애가 적혀있다.
한상호 신부는 순교자 현양미사 강론에서 “우리 신앙 선조들이 주님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신 위주치명(爲主致命)은 순교자들을 위한 옛 말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새로 만나야 할 의미 있고 아름다운 본보기”라며 “가장 위대한 위주치명을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와 위주치명의 극치를 드러내신 최경환 성인과 수리산 교우촌 신앙인들을 본받아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아낌없이 내어드리고 순교자의 영성을 살아가는 백색순교의 현장으로 기쁘고 용감하게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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