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본당, 벽돌 나르며 빚갚고…
‘천국의 열쇠’ 형상화한 마당 눈길
“힘들다니요! 오히려 본당 공동체가 일치하고 덤으로 빚도 다 갚았는걸요.”
9월 28일 새 성전을 봉헌하게 될 용호본당(주임 이찬종 신부)공동체는 감회가 남다르다.
운송비, 인건비조차 아끼려고 모든 신자들이 공사현장에서 땀을 흘렸다. 벽돌 분류, 나르기 등의 작업에 공동체 모두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했다. 생전 처음으로 해보는 공사 일에 부상자도 생겼다. 벽돌을 나르다 손이 베이기도 하고 접질리기도 했다. 공사 중에 비라도 올 때면 허겁지겁 성전을 향해 뛰어가기 바빴다. 자재들을 젖지 않는 곳으로 옮기고, 물이 차면 펌프로 퍼내야 했기 때문이다. 심야에 자재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벌금도 내야 했다. ‘혹여나 잘못 되지는 않을까’ 가슴 졸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주님의 집을 짓는 일에 일조한다는 기쁨만으로도 ‘노력봉사’를 이어올 수 있는 힘이 됐다.
유자차를 손수 만들어 내다 파는 등 자신들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발 벗고 나서기도 했다. 바닷바람을 맞은 유자가 좋다는 말에 전라남도 금일도로 달려가 유자를 따왔다. 좋은 유자차를 팔아야겠다는 욕심에서다. 자부심을 갖고 시작한 본당 방문 판매. 처음엔 생각만큼 쉽게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1년 남짓 뒤에는 입소문이 돌아 주문판매를 받을 만큼 인기를 누렸다.
행사가 없는 주일이면 성당에서 구역판매가 진행됐고, 비신자들을 상대로 달걀, 돈까스 판매도 이어졌다.
15억의 빚을 다 갚고 성전 봉헌의 기쁨을 누리게 된 본당 공동체는 성전 건축에 대한 자부심 또한 크다. 성당 곳곳에는 의미를 담은 성상과 건축양식이 눈길을 끈다.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신자들을 반기는 마당길은 ‘천국의 열쇠’를 형상화했다. 가톨릭 미술상을 수상한 고 장동호씨의 작품인 성모상은 평범하고 친근한 시골 아낙네의 모습으로 한국적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2층 성당의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시는 모습을 표현한 ‘부활상’이다. 감실은 신자석에 가깝게 위치시켜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성전 꼭대기에 위치한 십자가 또한 예수님의 수의를 형상화해 부활의 기쁨을 나타냈다.
용호본당 주임 이찬종 신부는 봉헌식을 맞아 하느님과 신자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뿐이다. “다른 곳에선 성전 건립금 부담으로 성당 일에 소홀함은 물론 냉담까지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용호본당 신자들은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신앙 안에서 일치를 이루었습니다.”
용호본당 신자들은 ‘마음의 성전’으로 ‘외형의 성전’을 지었다.
사진말 용호본당 신자들이 성전 공사현장에서 벽돌을 나르고 있다.
권선형 기자 peter@catholictimes.org
궁리본당, 쑥 미숫가루 만들고…
순교자 동산 마련해 순교영성 새겨
“신자들의 땀과 정성이 신앙과 영성의 쉼터로 거듭나다.”
2004년 궁리본당에서 새 사제 김종현 신부가 탄생했다. 첫 미사 집전 날, 당시 가건물 성당은 축하 손님 뿐만 아니라 본당 신자들을 수용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본당은 성당 마당에서 야외미사를 드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성당 마당에는 제대와 십자고상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결국 신자들 스스로 야외제대를 꾸미고 통나무를 다듬어 십자고상을 만들었다. 신자들의 정성으로 미사는 무사히 봉헌됐지만, 새 사제가 정식으로 갖춰진 성전에서 미사를 드리지 못했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새 성당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2005년부터 새 성당 건축을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평균연령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본당에서 30억에 이르는 신축비용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자들은 여기서 주저앉지 않고 모두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매년 부활미사가 끝나면 쑥을 캐러 산에 올랐다. 초등부 어린 학생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총동원되어 쑥을 뜯고 다듬고 말려서 쑥 미숫가루 제작, 판매에 나섰다. 이런 사연이 다른 본당에도 알려지자 직접 만든 쑥 미숫가루는 전국으로 판매됐다.
새 성당을 마련하겠다는 신자들의 땀과 정성이 결국 기적을 일궈냈고 360세대 1100명 공동체의 새 성전이 완공됐다.
9월 28일 오전 10시 수원교구 총대리 이용훈 주교 주례로 봉헌되는 새 성당은 103위 순교성인을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순교선조들의 신앙과 영성이 만나는 쉼터로 설계됐다.
성전 천정에는 본당 주보성인들인 103위 순교성인의 전구와 보호를 상징하는 유리화가 매달려 있다. 순교와 생명을 뜻하는 칼, 신적 희생과 봉헌을 의미하는 영대, 말씀과 구원의 빛인 성경과 등불을 형상화했다.
성전 외벽은 예수께서 12사도와 함께 하신 ‘최후의 만찬’ 장면과 고 김남수 주교(2대 수원교구장) 서품 성구인 ‘모두 하나 되게 하소서’를 부조화하여 신앙 공동체의 영적모델로 삼았고 내벽에는 성 프란치스코와 성녀 소화테레사 어록을 담아 성전에 들어올 때마다 영성 쇄신의 기쁨을 얻도록 했다.
이밖에도 성당 외부에 탁월한 영성가였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20세기 살아있는 성녀로 불렸던 마더 테레사의 어록과 흉상을 부조화하여 본당 신자들의 영성의 길잡이가 되게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성당 마당에 마련된 순교자 동산. 한국 교회 첫 한국인 신부인 김대건 신부 동상과 그 뒤로 103위 순교 성인들의 대표적 순교 신앙고백을 새겨 넣은 부조화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순교 선조들의 신앙의 발자취와 순교자 영성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봉헌식을 준비하는 궁리본당 주임 문병학 신부는 “하느님의 집을 봉헌하도록 수고한 모든 이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사진말 궁리본당 신자들이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해 쑥 미숫가루를 만들고 있다.
이우현 기자 helena@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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