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얼마나 좋고 얼마나 즐거운가, 형제들이 함께 사는 것이!”(시편 133, 1).
홍보 전산담당 신부로 교구청에 들어온 지도 2년이 지나고 있다. 교구청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본당신자도 없고 주교님과 신부님들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은 교구청에서 신부님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 할수록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깨닫고 있다. 또 함께 살아가면서 얻는 행복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느낀다.
보좌생활을 마치고 첫 본당 주임으로 갔을 때 여러 가지 변화가 있다. 그중에서 식사였다. 이전까지는 주임신부님과 식사를 함께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니 식사속도도 적당하고 또 대화를 통해 즐거움을 느꼈다. 그런데 주임신부가 되니 혼자 밥을 먹게 되었다. 혼자서 밥을 먹으니 밥을 먹는 속도도 빨라지고 소화도 잘 안 되고 밥맛이 없었다. 그제서야 부제실습을 나갔을 때 어느 신부님이 왜 그렇게 부제인 나를 좋아하셨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부제실습을 시골본당으로 갔다. 본당주임신부님은 내가 온 것을 너무나 좋아했다. 특히 식사 때 너무 기뻐하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좋아하시나요, 신부님?”
“부제님, 부제님도 나중에 본당 신부되면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혼자 밥 먹는 것이 즐겁지 않아서, 식복사 자매에게 밥 한 공기를 더 퍼달라고 했고 그 밥 한 공기는 예수님 몫으로 생각하면서 먹었다고 한다. 신부님은 “예수님, 맛있으시죠. 맛있게 드세요”하면서 식사를 했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다음에는 다른 손님을 초대했다고 한다. “그 손님이 누구신데요?”하고 물으니 “텔레비젼입니다”라고 하셔서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교구청에 들어와서의 식사는 참으로 즐겁다. 함께 살 때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행복이다. 함께 지낸다는 것은 함께 기쁨을 누리고 함께 슬픔을 같이 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 것이다. 교구청에 계시는 신부님들은 그 소임이 각각 다르다. 사무처, 관리국, 복음화국, 청소년국, 성소국, 청소년법인, 사회복지, 교정사목, 이주노동…. 신부님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시고 있다. 각자 일을 하다보면 어려움에 직면할 때가 있다. 그때에도 함께 살고 있는 형제 신부들이 있기 때문에 서로 도움과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가끔 각 국에서 큰 행사를 치루고 난 뒤 신부님들끼리 수고했다고 서로 격려해주고 함께 기뻐하는 모습, 축일을 맞이한 신부님을 위해 미사 드려주고, 아침식사 때 모두 모여 축가를 불러주는 모습을 통해 “아, 이렇게 함께 살 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 행복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라 함께 모여 사는 곳에 있다.
함께 살 때 행복도 있겠지만 분명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함께 모여 생활하는 신부님들은 서로 성격, 생활방식, 취향이 다르다. 어느 때는 함께 살기 때문에 사소한 말과 행동으로 실망하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함께 살 때 주는 행복에 비하면 그것들은 참고 견디어 낼만한 것들이다.
교구청에서 생활하면서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려와 인내가 필요함을 느낀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사제공동체이든 어느 공동체이든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이 서로 배려하는 마음과 인내만 있다면 그 공동체는 참으로 행복한 곳이 될 것이다. 예수님은 늘 공동체를 중히 여기셨다. 구원사업을 위해 혼자 일하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을 부르셔서 제자공동체를 만드셨다. 그리고 제자들이 복음을 전하러 갈 때 둘씩 짝지어 보내셨다. 이는 복음을 전파할 때 서로 의지하며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함도 있지만 공동체 안에 당신이 현존하신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둘이나 셋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 내가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던 것이다(마태 18, 20).
교구에서 첫 공동사제관을 라자로마을에 마련하고 있다. 그곳에서 사제들이 함께 모여 공동생활을 하게 된다. 함께 모여 서로를 격려해주고 돌보아주고 아껴주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본다. 그래서 “보라, 얼마나 좋고 얼마나 즐거운가. 형제들이 함께 사는 것이!”(시편 133, 1)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다양하고 많은 사제들이 모여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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