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웠어요”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하겠다는 생각으로 쓰고 또 썼죠.”
당신은 첫사랑을 기억하는가. 지금은 아득히 기억 너머로 사라져 간 첫사랑일지언정 그 뜨거웠던 가슴만은 기억하리라. 그렇다면 당신이 교회에 첫발을 내딛던 그 순간은 기억하는가. 하얀 밀떡의 의미보다는 맛이 궁금했을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사람도, 남편 혹은 아내의 손에 이끌려 그저 교리반 출석에만 의의를 두고 성당에 나왔던 기억을 끄집어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세례받기 위해 준비하던 그 열정을 기억하는가. 아니, 설레는 마음이라도 있었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앙을 처음 가질 때 ‘참맛’을 모르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난 2월 입교한 은영숙(예비신자·수원교구 하남성정하상바오로본당)씨는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나기 위해 아주 특별한 ‘도전’을 시작했다. 신·구약성경 필사를 마음먹은 것.
처음에는 그저 4복음서 한번 읽어볼 목적이었다. 하지만 필사하다보니 그 맛에 빠져들게 됐고, 신약을 두 달 만에 필사했다. 필사 후 보름정도를 쉬었다. 뭔가 허전한 느낌이었다. 다시 구약성경을 펼쳐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신·구약 완필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어서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필사 도전’이 시작됐다.
“아침에 눈뜨면 쓰기 시작해서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운 생각이 들 정도로 쓰고 또 썼어요. 중요한 모임이 아닌 이상 바깥 출입도 자제하고 필사에 매달렸죠. 성경 필사를 다 하고 나면 ‘주님께서 예쁘게 봐주시겠구나’싶은 마음이 들어 하루라도 빨리 완성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3개월이 지나니 어느덧 구약성경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더라구요.”
필사를 하는 동안 몸무게가 2kg이나 빠졌을 정도로 매달릴 수 있었던 건 남편 유재한(예비신자)씨의 도움이 컸다. 같이 교리반에 다니며 4복음서 완필도 함께 했기에 아내의 노력을 가치있게 인정하고, 기쁨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10월 26일 세례를 앞둔 그는 또다른 ‘맛’을 알기 위해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이제 성경 정독을 해볼 생각이에요. 필사를 하면서는 그저 읽고 마음에 와닿는 구절만 익히는 정도였는데 정독을 하면서 성경 안에 숨겨진 주님 뜻을 하나 하나 찾는 재미에 빠지다 보면 저도 주님의 사랑받는 자녀가 돼있겠죠?”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