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이마에 닿는다. 차갑다. 가을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일상을 탈출해 영화·드라마 속 명소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 장소가 성당이라면 신앙 나들이로 제격이다. 이번 주말에는 성당을 순례하며 영화·드라마 속 주인공이 돼 보면 어떨까. 가을을 맞아 영화·드라마 촬영지 성당이 참여하는 가상 시상식을 꾸며 본다.
‘2008 전국 가톨릭 성전 페스티벌’.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사용돼 국민의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전국 성당들이 후보다.
이번 행사의 가장 돋보이는 주인공은 단연 대전교구 공세리성당(041-533-8181)이다. 최다 출연상, 미술상, 인기상 등에 노미네이트됐다. 1894년에 설립된 공세리성당은 그동안 ‘모래시계’, ‘태극기 휘날리며’, ‘불새’, ‘고스트 맘마’ 등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태극기 휘날리며’로 1174만 관객을 모았다.
무지개 모양의 회색 천장과 성전 밖 300년 된 느티나무의 기품에 힘입어 미술상도 유력하다.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그중 ‘태극기 휘날리며’ 국군병원 장면이 가장 기억이 남는군요. 주인공 원빈과 장동건이 한 장의 편지로 서로의 형제애를 확인하는 것을 지켜봤죠. 앞으로도 계속 역사에 길이 남을 성당이 되고 싶습니다.”
원주교구 풍수원성당(033-343-4597) 기세도 만만찮다. 영화 ‘러브레터’, ‘그녀는 짱’, 드라마 ‘쩐의 전쟁’ 등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쩐의 전쟁’에서 주인공인 박신양과 박진희가 눈물의 결혼식을 올린 장소가 바로 풍수원 성당이다. 유명세로 치자면 원주교구 북평성당(033-521-1784)도 빼놓을 수 없다. 한류 열풍을 맨 앞에서 이끈 배용준, 최지우가 ‘겨울 연가’ 속에서 결혼한 장소가 북평성당이다.
또 다른 한류 열풍의 주역인 권상우가 출연한 영화 ‘신부수업’의 촬영지 대구대교구 왜관 가실성당(054-976-1102), 수원교구 권선동성당(031-237-8845)은 성소후원상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보리울의 여름’에서 차인표 신부를 배출한 전주교구 김제 수류성당(063-544-5652)은 ‘종교화합상’ 후보다. 1889년에 설립돼 119년간 많은 순례자들의 쉼터가 돼온 수류성당에서 차인표는 축구로 불교와 천주교가 화합하는 장면을 연출해 큰 감동을 자아낸 바 있다.
또 전주교구 전동성당(063-284-3222)은 전도연과 박신양 주연의 영화 ‘약속’으로 ‘음악상’과 ‘감동상’이 유력하다. 제시카(jessica)가 부른 감성 멜로 팝송 ‘굿바이(good bye)’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아련함으로 남아있다.
‘무서운 신인상’은 수원교구 안성 구포동성당(031-672-0701)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버럭 버럭 소리를 지르는 주인공 강마에의 달콤 살벌(?)한 연기로 뜨고 있는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인기에 힘입은 것. 목재 소재의 고전적 분위기가 드라마 전반에 흐르는 클래식 음악과 절묘한 짝을 이룬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종영한 아침드라마 ‘물병자리’의 배경이 된 수원교구 하남 구산성당(031-286-3550)은 주 시청자인 아줌마들의 공감대를 자아내 ‘아줌마 부대상’이 기대된다. 이 곳 성당 보육원에서 극중 두 여주인공의 삶이 시작된다. 5·18 광주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의 전주교구 노송동성당(063-282-9661)은 공로상 후보다. 민우(김상경)가 짝사랑하는 신애(이요원)의 기도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명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엄숙한 성당의 분위기가 영화 속 시대 상황이 잘 맞아 떨어진다는 공을 인정받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 화제작으로 떠오르고 있는 드라마 ‘에덴의 동쪽’의 원주교구 황지성당(033-552-2427)과 영화 ‘누구나 비밀은 없다’를 촬영한 서울대교구 우면동성당(02-3462-5959),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서울대교구 고덕동성당(02-429-3420)도 후보에 올랐다. ‘퇴마상’을 노리는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의 촬영지 대전교구 합덕성당(041-363-1061)도 후보로 등록했다.
영화·드라마 속 배경이 돼 우리 가슴 속에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전국 성당들. 올해에 이은 2009년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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