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지난 1997년 부산교도소를 탈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탈옥수 신창원(41)이 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녀회·63)에게 쾌유를 기원하는 편지를 보냈다.
현재 청송교도소에 무기수로 수감 중인 신씨의 자필 편지는 이해인 수녀를 ‘이모님’이라고 부르며 쓴 두 장과, 샘터출판사에 전하는 말을 쓴 한 장 등 모두 석 장이다.
신씨는 “새장 같은 공간, 그리고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 나약한 의지를 어찌할 수 없는 장벽 앞에서 절망하며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을 때, 바삐 날아온 사랑이 있었습니다”라는 말로 편지를 시작했다.
이어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심정으로 내리사랑만 베푸시다 지금은 알을 품은 펭귄의 헤진 가슴으로 홀로 추운 겨울을 맞고 계시는군요. 처음 이모님의 병상 소식을 접했을 땐 눈물뿐이었습니다”라는 말로 이수녀의 투병을 안타까워했다.
신씨는 그러나 “지금은 울지 않아요. 걱정도 하지 않을 겁니다. 해빙이 되고 들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 밝게 웃으시며 풍성한 품으로 절 부르실 걸 알기에 조용히 조용히 봄을 기다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라며 편지를 끝맺었다.
샘터출판사 관계자는 “이번 편지는 신창원씨가 최근 출간된 이해인 수녀의 신작 시집 ‘엄마’(가톨릭신문 8월 31일자 참조)를 읽고 보내온 것”이라며 “편지는 곧바로 병상에 있는 수녀님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2년 이해인 수녀가 시집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을 신씨에게 보낸 뒤, 수십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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