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기쁨 찾기 위해 오늘은 용기를 내어봅니다”
오묘하신 하느님께서 어둠속에서 벗어나 환한 아침을 맞이하라시며 이 새벽에 나를 흔들어 깨어주신다.
나의 부끄러운 경험들이 쉬는 교우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영세한 지 24년이 됐다.
영세한 직후에는 아주 사소한 잘못이나 실수 또는 주위 사람들과의 작은 갈등에 의해서도 죄의식 느껴지는 일이 괴롭게 반복되곤 하였다.
매사에 강박관념을 갖게 되었고, ‘착한여자 콤플렉스’로 인해 지나친 자기희생적 신앙생활이 벅차게 여겨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소심했던 초기시기를 지나면서 단체 활동과 성경공부를 통하여 사소한 죄의식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벌하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가 많으신 하느님’이심을 깨달으면서 점점 신앙의 참 기쁨도 누리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은 냉담이 반복되고 있다. 처음에는 1~2년 냉담기간을 보내면서 “내가 옛날에 천주교 신자였다” 라고 과거형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냉담이 깊어졌다.
그 시작은 주일 미사의 불참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 한다는 적당한 핑계가 있었지만 게으름의 다른 변명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남편의 실직, 사업의 어려움, 둘째 아이의 재수 삼수…. 남편과의 잦은 다툼, 우울증 그리고 불면에 시달리며 주님과 멀어지게 되었다. 그때는 이유를 몰랐지만 갱년기 증후군의 초기증세로 몸과 마음의 변화가 시작되었고 급기야는 결혼 생활의 최대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일은, 물질의 어려움이나 아이의 입시실패에 있지 않았다.
나의 달라진 자아가 남편과의 관계개선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혼 전부터 마음 한 켠에 도사리고 있던 상처와 상실감이 눈덩이처럼 커져버려서 도저히 그 끝을 알 수 없는 방황이 시작돼 버린 일이다.
아이들을 능력 이상으로 뒷바라지했던 일을 지나치게 희생하였다고 여기고, 원래 말이 없어 대화에 서투른 남편을 이젠 나의 동반자나 조력자가 아니라 여기고 무시하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엄마와 아내라는 의무감은 없었다.
그 때의 냉담은 주님을 배제한 나만의 행복권 추구에 있었다. 처음엔 주님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괴로워했지만 곧 덤덤해졌고 사주와 미신에 오히려 의존하였다. 죄의 한가운데 놓이면 죄의식의 감각조차 둔해지는가 보다.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영성체를 하지 않아 주님의 은총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마음 안에 선과 악의 분별력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면서 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의 세력으로 가득 차게 된 것 같다.
다행히 주님은 점점 변해가는 나를 그냥 두지 않으셨다. 벌이라고 여겨질 만큼의 큰 일로 인해 나는 2년 전에 주님께 엎드려 통곡으로 참회하여 주님 안에 되돌아왔다. 그때 냉담 후 첫 미사를 보았을 때 이방인처럼 성가와 전례가 낯설게 느껴졌던 충격이 생각난다. 계속적인 영성체로 예전의 나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렸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다시 미사참례를 못하고 있다. 주님께 대한 사랑보다 내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있다는 구차한 변명을 또 늘어놓는다.
‘고백성사를 보는 일이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걸까?’
‘성체성사의 교리에는 어긋나더라도 성사를 보기 전에 성체를 먼저 모실 수 있다면 주님께 더 빨리 나아갈 수 있을까?’
냉담의 원인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님께 다시 돌아오는 힘은 ‘성체성사의 신비’를 통해서라고 생각한다.
오늘 용기를 내어보자.
참 기쁨을 다시 갖게 되길 희망해본다.
2008. 10. 5 로사(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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