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표정, 몸짓에 러시아 정서를 그리다
기존의 이콘보다 밝고 현실감·역동성 배가
모스크바화파 등장 이후 예술성 인정 받아
러시아 미술이 국제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독특한 색체와 느낌의 작품들이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화려하게 등장한 러시아 미술의 기원은 서양미술과 마찬가지로 종교에서 기인한다.
대표적인 러시아의 종교화는 이콘이다. ‘러시아 미술사’(민음in)의 저자 이진숙씨는 저서를 통해 “이콘이 없는 러시아는 상상할 수 없다”며 러시아 미술의 발전에 있어서 이콘의 영향이 컸음을 설명했다.
러시아 이콘 속 인물은 표정이 없다. 흥미와 감동을 끄는 배경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은 현대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러시아에서 이콘이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988년 정교회를 국교로 받아드린 이후부터다. 그리스정교회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에 초기 러시아 이콘 화가들은 대부분 그리스 작가들이었다. 러시아 작가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에게서 기법과 영성을 전수 받았지만 러시아 특유의 민족성이 가미되면서 이콘은 러시아만의 종교예술로 재탄생된다.
그리스 작품들이 엄격한 하늘의 왕, 전지전능한 심판자를 주로 묘사했던 반면 러시아 이콘은 수난과 굴욕을 당하는 그리스도, 부드럽고 자비로운 신의 형상이 주를 이루는 것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색채 또한 더 밝은 색으로 대치됐으며 역동감도 배가시켜 기존의 추상적 상징주의에서 벗어나 현실감과 민족적인 정서를 획득할 수 있었다.
15~16세기는 러시아 이콘의 황금시대라고 불린다. 모스크바 화파가 형성되면서 빛의 효과를 활용한 페오판 그레크와 러시아 이콘의 대표 작가 안드레이 루블료프, 디오시니 등이 등장하면서 러시아 이콘은 예술성을 인정받게 된다.
특히 러시아에서 확산된 ‘성모’ 이콘은 눈여겨볼 만하다. 성모 이콘은 ▲계시의 성모 ▲승리의 성모 ▲자비의 성모 ▲수난의 성모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중 계시의 성모는 신성한 육화에 대한 구약 예언서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12세기 노브고르드 화파에서 즐겨 그려진 이콘이다.
서유럽으로부터 새로운 화풍이 도입된 19세기에는 이콘이 새롭게 부상한다. 강렬한 색채와 기하학적 구도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 말레비치와 곤차로바, 페트롭-보드킨 등에게 강렬한 영향을 미쳤다.
이콘의 목적과 내용
성 바실리오는 “이콘의 가치는 이콘이 그리는 본래의 그 원형으로부터 온다”고 말했다.
이콘을 그리는 목적은 교리교육에 있다. 복음서가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콘은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교리교재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이콘 작품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구약과 복음 그리고 동정 마리아의 삶, 성인들의 순교적 삶과 활동이고 둘째는 성스러운 인물이다. 대부분 성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이콘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콘연구소 소장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본부장)는 “이콘은 초기교회의 정신을 변함없이 이어오기 위해 노력해온 미술”이라며 “영적인 미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 영적인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충만함을 주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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