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사목’의 틀 다시 짜고 전략적 접근을
수원교구는 10월 2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위기의 가정, 희망의 사목’ 주제로 제15회 교구 심포지엄을 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정 위기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사목적 방안을 강구하고자 마련된 심포지엄에는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 1300여명이 참석해 교회 가정사목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심포지엄 발표에 나선 교회 가정사목 전문가들은 오늘날 한국 가정 뿐 아니라 교우 가정도 사회 변동에 따라 가정위기와 해체 현상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고, 사목의 큰 틀을 재설계하고 이를 위한 전략을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앞으로 교회가 추진해 나가야 할 가정 사목의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기조강연과 발표내용을 요약한다.
▶ 기조강연
송영오 신부(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총무)
한국교회는 80년대 이후 신자배가운동을 전개하며 양적증가에 초점을 맞추어 왔고, 그 결과 선교율의 상승과 함께 신자들은 늘어났지만 반대로 냉담자 증가라는 달갑지 않은 결과도 야기시켰다. 또 소공동체 운동을 통해 교회 기초질서를 확립하고 냉담을 방지하는 사목적 노력을 경주했지만 가정공동체를 성화하는 것을 우선적 목표로 세우지 못해 부실공사가 되고 말았다. 바탕 없는 신앙! 뿌리 없는 교회! 이 모든 것은 신앙의 뿌리요, 기초공동체인 가정을 외면하고 양적증가에만 치중했던 교회의 잘못이며 가정 중심적 사목이 이루어지지 못한데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가정은 교회처럼 복음이 전달되는 곳이요 거기서 부모는 복음을 전하는 것만이 아니라 생활의 체험을 통해 자녀들로부터 복음을 받을 수 있기에 다른 가정과 이웃에게 복음의 선교사가 되는 것’이라는 교황 바오로 6세의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인류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 있음을 명심하여 모든 사목의 기본인 가정 사목에 관심을 기울이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가정 공동체는 사랑을 보호하고 드러내며 전달해야 할 사명을 깨달아 세상 안에 복음의 증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 발표 1. 통계로 보는 ‘한국 가정’과 ‘교우 가정’
추교윤 신부 (의정부교구 덕정본당 주임)
“교우가정도 신앙교육보다는 세속적인 것에 더 큰 관심“
한국 사회가 산업화, 다원화되면서 기존 가치질서는 무너지고 개인주의적이고 물질적인 가치가 우위를 점하면서 가정에 대한 의식에서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교우 가정 역시 한국 가정의 현실적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게 소가족화의 흐름 속에서 노인가구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교회가 제시하는 가정의 일반적인 의무, 즉 생명에의 봉사와 사회발전을 위한 교육과 신앙교육보다는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에 더 높은 관심을 보여 교우 가정으로서의 뚜렷한 특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교우 가정들은 생명에 대한 의식, 성의식, 출산 등에 관한 교회의 신앙적인 가르침보다 현실적인 여건을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 가정의 복음화를 위한 노력에서나 가정 구성원들을 성숙한 신앙인으로 양성하여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노력하도록 만드는 역할에 대한 의식이 매우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전까지의 사목활동을 되돌아보고 교우들의 가정이 변화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도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로 자리할 수 있도록 또한 세상에 속해 있으면서도 세상을 성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목적인 고려가 시급히 요청된다.
▶ 발표 2. 교회의 가르침에 비춰 본 한국 가정
이창영 신부 (가톨릭신문사 사장)
“가정 위한 체계적 교육과 가정 사목 비중 높여야
“
오늘날 우리 가정은 이혼을 비롯해 출산율 저하, 낙태, 가정폭력, 아동학대, 동거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해체되고 파괴되어 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사회와 교회의 기초공동체인 가정은 ‘죽음의 문화’로 병들고 파괴되고 가치를 상실해 가고 있다. 그러므로 가정이 지닌 본래의 가치와 고귀함을 회복하고 성가정을 이룬 예수님의 뜻에 따라 가정 제도를 보호하고 가정을 복음화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노력해야 할 사명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정성화를 위한 교회의 사목적인 방안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끊임없이 연구되고 새로운 접근 방안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위기에 직면한 가정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가정 사목의 대상이자 주체가 바로 가정’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정 교회가 가정기도, 복음화, 봉사 등을 통한 그 본연의 사제직과 예언직 그리고 왕직을 조화롭게 수행해야 한다. 둘째, 가정을 위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사제와 수도자 양성에 있어서 가정 사목이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 세번째로 가정사목을 사목의 중심과제로 통합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주5일 근무제 등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가정 사목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므로 이를 위한 연구소 설립이 요청된다. 각 본당에 가정 분과 신설과 활성화가 필요하며 전국, 교구, 본당 차원에서 가정사목과 관련된 사목자나 봉사자들 그리고 가정 관련 단체들의 긴밀한 유대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 발표 3. 인구 전환기 한국 가정을 위한 교회의 가정사목 방향
박문수 원장 (가톨릭 패밀리 아카데미)
“해외 교회의 선진 경험 벤치마킹도 필요"
가정사목은 한국교회를 뿌리로부터 살릴 수 있는 중장기 사목 프로젝트다. 교서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에서 제안한 대로 한국교회는 가정을 사목의 대상이자 주체로 삼아 다른 사목들을 통합해 나가야 미래가 있다. 따라서 당장은 비현실적으로 비칠지라도 사목의 큰 틀을 재설계하고 이를 위한 전략을 단계적으로 실천해나가는 것이 가정사목이 나아갈 방향이다.
- ‘가정 중심의 통합적 사목’을 비전으로 : 가정사목이 중심사목이 되기 위해서는 소공동체 사목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교구장의 의지와 사목지속성의 측면에서 보면 (현재 한국교회 안에서는) 소공동체 사목이 가장 성공적이다. 10년 이상의 실천노력이 있었고 아직 성과가 충분하지 않을지라도 교회에 그리고 우리 신앙생활에 무엇인가 바뀔 것이 있다는 것을 신자들이 인지하도록 만든 까닭이다. 따라서 한국교회에서 ‘소공동체 사목’ 만큼 전 교회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패러다임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성과를 존중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일 것이다. 교서에서는 간단히 제시하고 있지만 이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가정사목과 소공동체 사목’의 통합안이라고 생각한다.
또 현세 구복적이고 사사화(privatization)된 신앙관을 가진 신자들이 자신들의 생활을 교회와 신앙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러한 사목 모델을 따르도록 사목방향을 정하고 실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가정사목 비전을 교구장, 교구 꾸리아, 본당신부, 신자들에 이르기까지 공유하는 단계를 진행하고 교구의 지원시스템(주일학교 및 예비신자 교육 내용 개편, 주일학교와 가정 연대, 소공동체와 통합) 구축, 평신도 양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가정기도’나 ‘가족미사’ 등 신자들에게는 가장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 기존 가정사목의 강화 방안 : 각 교구마다 가정사목부와 전담사제를 두도록 지원해야 한다. 해외 교회의 선진 경험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교회의 경우 사목적 배려가 필요한 과제들에 대해 사회복지 방법론을 도입해 촘촘한 지원망을 구성하고 있다. 가정사목위원회와 가정사목연구소가 공동으로 교회의 가르침에 입각해 한 인간의 생애주기에 따라 혼인준비, 성소식별, 재교육, 가족기능 강화, 각종 복지적 요구에 대한 사목적 대응을 포함하는 통일적인 사목방안을 기획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새로운 사목대응이 필요한 상황 : 가정사목에 있어 새로운 사목적 배려가 필요한 대상으로는 ‘다문화 가정’, ‘독신가정’, ‘기러기 가정’, ‘한 부모 가정’ 등이 있다. 이외에도 동성애자, AIDs 감염자 가족 등에 대한 배려 등은 교회의 복지적 관심과 가정사목이 통합돼야 할 영역이다.
사진설명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가톨릭뮤지컬 극단 ‘앗숨도미네’가 가족간의 갈등을 신앙을 통해 해결해 가는 모습을 그린 뮤지컬 ‘너, 누구냐?’ 공연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