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된 성 미술의 발전 기반 마련”
외국 성물 모방 만연된 현실 안타까워
공모전 통해 교회 미술 활용 도움되길
한국 천주교회 종교미술이 화려한 날개를 달았다.
서울대교구는 최근 ‘가톨릭 미술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교회예술의 발전과 창작활동의 다양성을 위해서다. 총 상금은 ‘2억 5000만원’. 국내 종교계는 물론 미술계에서도 가톨릭 미술 공모전의 상금 규모는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큰 편이다.
“성미술의 활성과 육성, 작가의 양성은 교회의 임무 중 하나입니다.”
10월 2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가톨릭미술공모전 운영위원장 염수정 주교를 만나 가톨릭 미술 공모전의 의미와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염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토착화된 교회 미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이번 공모전은 한국 성미술의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발견하고 성미술 활용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천주교회가 설립된 지 220여 년이 지난 만큼 한국 가톨릭미술이 이방인의 문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를 대변하는 미술의 한 분야임을 분명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며 공모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고(故) 장발(루도비코, 1901~2001) 선생을 비롯해 몇몇 선구적인 화가에 의해 한국 성미술이 발전돼왔지만 현재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층이 두텁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국내에서 제작된 성화가 턱없이 부족해 외국에서 제작된 성물이나 그것을 모방한 조악한 작품들이 교회 내에 만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는 한국 천주교회의 설립과 더불어 발전해 온 성미술의 미술적 위상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해 때는 성화와 성상 등이 만들어졌지만 이런 활동이 종교의 자유가 허락된 이후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가톨릭 미술 작품들이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톨릭 미술 공모전을 제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작가들이 신앙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자는 것. 때문에 운영위원회는 일반 순수 회화와 조각·공예작품은 물론 미디어 아트, 스테인드글라스 등 재료와 장르에 제한이 없다. 작가의 국적과 종교, 성별과 연령도 제한하지 않고 활짝 문을 열어 두었다.
염주교는 “불균형적인 발전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성미술이 발전한다면 우리나라 예술계의 균형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첫 번째 공모전의 주제는 ‘순교’다. 현대 신앙인들에게 ‘이상적인 인간’과 ‘참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뜻에서다.
“순교라는 주제가 자칫 경직된 주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시대의 ‘성숙한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순교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 다채롭다고 말했다. 자신이 믿는 신앙을 지키다가 죽임을 당하는 적색순교가 일반적인 순교라고 생각하지만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는 백색순교와 욕심을 버리고 단식과 금육을 지키는 녹색순교 역시 순교라는 것이 염주교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서 현대인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신앙인의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는 뜻도 담겨있다.
또 다른 이유는 순교성인들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김대건 신부님의 갓과 빨간 영대를 제외하고는 각 순교성인들을 표현하는 상징물이 없다”고 꼬집은 염주교는 “공모전을 통해서 순교성인의 심벌들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모전에 거는 기대도 컸다. 신앙 안에서 창작된 많은 작품이 공모전을 통해 탄생되고 이를 바탕으로 성미술이 창작미술의 한 분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술 작품 자체가 하나의 선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 미술 공모전을 통해 많은 미술 작품에서 진실한 신앙인의 모습이 표현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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