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의 내적 갈등, 교회는 품지 못했다
냉담 이유로 ‘생계·학업문제’ 가장 많아
종교 이탈 신앙생활 5년 이내 주로 발생
신자들 고통 보듬는 사목적 배려 아쉬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새 영세자들에 치우친 선교로 정작 교회에 등을 돌리는 신자들을 놓치고 있다. 각 교구의 많은 본당들은 최근 1인 1예비자 만들기, 가두 선교 등을 통해 활발한 새 신자 찾기 운동을 벌인다.
그러나 2005년 한국 천주교 교세통계에 따르면, 쉬는 교우 수는 169만 9968명으로 전 신자 대비 약 36.4%라는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쉬는 교우 관리 소홀’이라는 교회의 무관심을 여실히 드러내는 결과다.
사례 1.
최근 남편과 사별한 정모(51·안나)씨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호텔 홈메이드로 취직했다. 휴일 없는 근무와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된 정씨는 ‘성당 갈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고 말한다.
사례 2.
유아세례를 받고 초중고등부 주일학교까지 성실히 다녔던 최모(31·프란치스코)씨는 10여 년째 성당에 나가지 않고 있다. 최씨가 성당을 멀리한 것은 고3때부터다. 대학을 진학하면 성당에 나가겠다고 다짐했지만, 이후에도 대학생활과 취업준비로 바쁜 날들을 보내야했다. 지금이라도 성당에 가고 싶지만 바뀐 전례와 어색한 분위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가톨릭신문사가 지난해 창간 80주년을 맞아 조사 발표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에 따르면 냉담원인 순위로는 생계나 학업이 42.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앙에 대한 회의 12.1%, 기타 8,9%, 고해성사의 부담 7.4%, 가정 내 종교 갈등 5.8%, 성직자 또는 수도자에 대한 실망과 취미생활이 각각 4.7%, 자녀양육 혹은 자녀문제 4.3%, 부부간 갈등과 본당 교우와의 갈등이 각각 3.5%, 경제적 부담 2.7% 등으로 나타났다(표1).
고해성사의 부담, 성직자 또는 수도자에 대한 실망, 본당 교우와의 갈등을 제외하고 냉담 원인의 대부분이 개인적 이유에 치우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본당이 신자들의 생계나 학업문제 등 외적 어려움을 파악하지 못할뿐더러 구원에 대한 낮은 확신과 흔들리는 신앙 정체성 등 내적 갈등 또한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조사(2004)에서는 무종교인 가운데 과거 종교인이었던 이들의 55.5%가 3년 이하의 신앙기간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한미준·한국갤럽 리서치(2005)에서는 무종교인들 가운데 과거 천주교 신자였던 이들의 평균 신앙경력이 4.22년으로 조사됐다. 이것은 종교이탈이 신앙생활을 시작한지 5년 이내에 주로 발생하고, 천주교는 이보다 더 빨리 진행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표 2).
예비자 입교에 힘을 기울여 신자 수의 가시적 팽창을 이룬다 해도 그들이 ‘4.22년’만에 교회에 등을 돌린다면 그것을 진정한 ‘복음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계속되는 새 신자 입교와 늘어가는 쉬는 교우의 모습은 계속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 이유에서 비롯된 ‘냉담’이라 할지라도 궁극적 원인은 개인의 어려움에까지 사목이 미치지 못하는 교회에 책임이 있다.
통합사목연구소는 “냉담이 개인적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 원인들이 교회의 구조적 여건과 무관하지 않으므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개인적 수준에 한정시키지 말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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