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다마스쿠스 후… 거듭났죠”
독실한 개신교 신자서 개종
꾸리아 단장으로 열성 봉사
“도구로 써 주셔서 늘 감사”
화서동본당에서 꾸리아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학진(바오로)씨를 만났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선교활동을 펼쳐왔다는 그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 형제님의 선교 이력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이혼 직전의 부부를 화해시키셨다는 일화가 있다고 하시던데, 자세한 얘기가 궁금합니다.
▲ 공무원 직에 있기 전까지 택시기사 일을 했었습니다. 하루는 조암에서 수원을 오는데, 젊은 남녀가 가정법원에 가자고 하더군요. 같은 일행인데 앞뒤로 나누어 탄데다, 중동사거리까지 오면서 아무 말도 없는 걸 보니, 직감상 이혼하러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법원 앞에 도착했지만 부부관계가 와해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차를 세우고 설득을 하게 됐습니다. 이유야 다 있겠지만, 둘 다 서로 잘못이 있을 것이고, 촛불이 자신을 녹이면서 주위를 밝히는 것처럼 결혼생활도 그러한 것 아니겠냐고 말입니다. 그렇게 2시간가량 얘기를 한 것 같은데, 나중에는 서로 잘못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더군요. 그 때 새 출발하라는 뜻으로 두 사람이 하룻밤을 지내고 오라고 온양온천까지 무료로 태워다 주었죠. 그리고 8년 후에 아이 둘을 더 낳고 그 부부가 제게 다시 찾아왔습니다. 뒤늦게 결혼식을 치르려고 하는데, 주례를 부탁하러 왔다고 하더군요. 그때 택시 안에서 제가 했던 말을 꼭 주례사로 해달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결국 주례까지 하게 됐고, 당시 비신자였던 그 부부는 지금 조암성당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그렇게 가정의 소중함을 타인에게 전달하실 정도라면, 형제님의 가정에서도 가정 성화를 위해 특별히 하고 계신 실천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 저희 가정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런 부분은 하느님께서 다 채워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내(김진순, 안젤라, 57)와 슬하에 아들(장남-정해용, 빅토리노, 32, 차남-정해원, 토마스 아퀴나스, 30)을 둘을 두었는데, 모두 직장을 갖고 있어 자주 보기 어렵지만 그래도 적어도 저녁기도는 꼭 함께 바치고 있습니다. 모두 모이면, 그날의 독서와 복음을 낭독하고 함께 기도한 후 매일 지향을 두고 묵주기도 15단을 바치면서 하루 일과를 함께 마칩니다.
- 열정적인 선교활동을 펼치셨다고 알고 있는데, 남다른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 직장 동료들이 저로 인해 20여 명 정도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권유했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거나 할 때, 제 생활에서 보이는 신앙인으로서의 부분들이 좋아보였던 것 같습니다. 본당 구역장으로 있을 때는 최선을 다했죠. 관할 구역의 신자 200여 명 중에 직업 특성상 바깥 활동이 잦은 딱 1명을 제외하고는 구역 내 전 신자가 판공성사를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또, 한번은 당시 다니던 성당에 전입 온 신자가 있었는데 교적이 없어 판공성사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대신 여러 번 본당을 오가며 교적을 받게끔 하고 그 분이 성사를 볼 수 있게 되어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 그렇게 적극적으로 이웃들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모습이 형제님의 수호성인인 바오로 사도와 닮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 아무래도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했던 바오로 사도가 다마스쿠스 체험 이후 열심히 전교활동을 편 것처럼 변모한 사실이겠죠. 저도 원래는 권사까지 했을만큼 열성적인 개신교 신자였습니다. 그때는 다른 개신교 신자들처럼 천주교가 마리아교라고 비난하기도 했었으니까요.(웃음)
뒤돌아보면, 세례명을 바오로로 정한 것도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택시 운전을 할 때, 당시 예비신자였는데, 서둔동성당 앞에서 수녀님 두분을 태워드린 적이 있습니다. 수녀님들께는 차비를 안 받겠다고 했더니, 대신 세례명을 지어주겠다고 하시면서 권해주신 것이 ‘바오로’였거든요.
- 개신교에서 개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개신교에 있을 때는 천주교가 마리아를 믿는 이단 종교라고 배웠었습니다. 그런데, 한 천주교 신자가 식사기도 중에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을 보고, ‘왜 마리아를 믿는 종교라고 들었는데, 그렇게 기도하는건지’ 처음으로 의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권유로 성령기도회에 참석한 이후 마음이 흔들렸고 신부님, 수녀님과 면담 후에 개종을 결심하게 되었죠. 이전까지 제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은 제가 개종하겠다고 하자 우리 집을 수십 차례 방문하면서 개종은 안 된다고 만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참 하느님을 안 이상 결심을 꺾을 수 없었기에 목사님께서 못 오시도록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옆집을 통해 집안 출입을 한동안 하기도 했었습니다.(웃음) 그리고 우리 가족과 부모님은 물론 형제들의 가족들까지 23명이 차례로 세례를 받았죠.
- 굉장히 파란만장한 신앙 인생이신 것 같습니다. 같은 신자로서 현재 미지근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교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전하신다면?
▲ “게으른 손바닥은 가난을 지어내고 부지런한 이의 손은 부를 가져온다”(잠언 10, 4)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일은 내가 남보다 부지런히 희생하고 봉사하면서 기도해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부족하고 비천한 사람도 주님께서는 도구로 사용해 주십니다. 때문에 저는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남은 삶도 주님을 위해 봉사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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