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공존 위해 힘모으자”
【오리사, 인도 외신종합】“어쩌면 주님께서는 이 혹독한 고초를 통해 당신 백성들을 더 강하게 하시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도 콜카타 마더 데레사 수녀의 후계자인 니르말라 조쉬 수녀는 지난 10월 1일 오리사(Orissa) 주의 주교들, 그리고 여러 수도회 지도자들과의 만남 후에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지난 8월 이후,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의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을 피해 집을 떠나온 수만 명의 그리스도교인들을 돌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두어 달간의 공격으로 최소한 30여명이 죽었고, 1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번 모임에서 결정된 것은 800여명의 청소년들을 교회가 운영하는 수용 시설로 옮겨 이들에 대한 교육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 인도에 대한 우려
지난 5일부터 로마에서 시작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2차 정기총회에 참석한 전 세계 주교들에게도 최근 인도의 상황은 우려의 대상이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0월 12일 오전 4명의 새로운 성인의 탄생을 선포했는데, 그 중 한 명은 최초로 성인이 된 인도 여성으로 알폰사 무타투파다투 수녀(1910~1946·글라렛 수녀회)가 그 주인공이다. 이날 인도 성녀의 탄생은 인도의 우려스러운 상황에 대한 관심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시성식을 마친 뒤 가진 삼종기도 자리에서 “인도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오늘 최초의 인도 여성이 성인으로 선포된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릴 것”이라며 “이 어려운 시기에 여러분과 기도 중에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와 함께 “평화와 화해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전능하신 하느님의 돌보심을 청한다”며 “폭력을 일삼는 이들이 형제자매들과 함께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는 일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폭력의 중단에 대한 교황의 호소에 이어 각국 주교들 역시 인도에서의 평화로운 공존과 화해의 노력을 촉구했다.
- 계획된 공격들
최근 들어서 오리사 주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공격이 사전 계획된 것이라는 추정은 매우 믿을 만한 정황을 갖고 있다.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은 사회의 소외 계층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힌두교로의 개종, 혹은 축출을 강요한다.
뉴욕타임스는 10월 13일 기사에서 극단적인 힌두교도들이 그리스도인들을 상대로, “개종 혹은 도주”를 강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최악의 폭력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칸드하말(Kandhamal)에서는 지금까지 30명이 살해됐고, 3천여채의 가옥이 불탔으며, 130여개 이상의 교회가 파괴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스도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은 조직적으로 방해받고 있다.
교황청의 아시아 교회 소식 통신사인 아시아 뉴스(Asianews)에 따르면, 지금까지 61명이 살해됐고, 1만 8000여 명이 부상당했으며, 4500여 채의 집이 파괴됐다. 교회는 무려 181개나 파손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공격이 지난 8월 23일 세계힌두교평의회(VHP)의 지도자인 스와미 락사마난다 사라스와티의 살해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한다.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은 그의 죽음이 그리스도인들의 소행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실제로 그가 살해된 이틀 뒤, 한 힌두교 폭도들이 누아가온의 한 마을에 난입해 사제와 수녀를 납치해 폭행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다만 최근 이 사건의 혐의자로 5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분쟁과 억압
인도의 가톨릭교회는 지난 20세기 동안 2백만 명 미만에서 1800만 명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인도 전체의 인구 증가율을 능가하는 것이며, 2050년까지는 적어도 거의 3천만 명의 교세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수치는 영국, 호주, 아일랜드, 나아가 캐나다의 가톨릭 신자 수를 능가하는 것이다.
특기할 것은 인도 가톨릭 신자의 60~75% 가량이 시골 지역, 또는 인도의 하류 계급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도의 신자 증가율과 출신 성분은 인도에서의 사목적 대안들을 수립하는데 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최근의 분쟁 이면에는 종교적인 요인 외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극빈곤층, 즉 파나스(Panas)와 칸드하스(Kandhas)라는, 두 집단 모두 이 지역의 토착민 집단 간의 분규 때문이다. 두 집단은 모두 같은 신을 섬겨왔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변화가 있었다. 즉, 파나스는 대부분 그리스도교, 즉 로마가톨릭과 침례교의 신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반면에 칸드하스는 힌두교가 지배적이었다. 결국 두 집단 사이의 사회 경제적 갈등 요인이 종교적 색채를 띠고 더욱 심화됐고, 급기야 무한궤도의 폭력 사태로 전이된 것이다.
인도에서 종교간 무력 분쟁이 낯선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오리사 주를 중심으로 빚어지고 있는 사태는 극히 우려할 만한 문제다. 해결책은 어느 한 가지 요인으로만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현지 주민들의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설명
▲인도의 여학생들이 지난 9월 인도 오리사에서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사랑의 선교회 총원장 니르말라 조쉬 수녀(오른쪽)가 10월 4일 난민들을 방문했다. 이들은 오리사에서 무차별 공격을 피해 집을 떠나온 사람들이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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