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화 통한 전인 교육 실현한다”
가톨릭교회 복음정신 반영한 교육 이념·원칙 수록
구체적으로 적용할 ‘가톨릭학교 교육지침서’ 준비
지난 2006년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 인준을 받은 한국가톨릭학교교육헌장이 10월 23일 오후 5시 제주 신성여자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선포식을 갖고 공식 반포된다.
이날 선포식에 이어 전국 가톨릭계 초·중·고등학교가 중심이 돼 각 교구 차원의 선포식도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가톨릭교회의 복음 정신을 반영한 교육 이념과 원칙을 담은 ‘한국가톨릭학교교육헌장’은 가톨릭 학교의 정체성과 사명, 한국 가톨릭 학교 특성 및 교육 방법을 총 망라한 한국교회 최초의 헌장이다.
공청회를 비롯한 전문가 회의를 거쳐 마련된 이번 헌장은 한국 가톨릭 학교 교육에 관한 최고의 권위를 갖는 문헌이라는 점에서도 평가를 받을 만하다.
선포 배경 및 의의
주교회의 교육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마련한 한국가톨릭학교교육헌장은 한국 천주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각 학교 현장에서 가톨릭 교육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틀을 세웠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가톨릭학교교육헌장의 제정은 지난 2005년부터 3년 동안 정부와 사학간 힘겨루기를 통해 세간에 관심을 끈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 개정안이 발단이 됐다. 사학법 사태 이후 가톨릭교회 내에서 가톨릭 교육에 관한 이렇다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반성이 제기돼 교육헌장 마련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2005년과 2007년 사학법 개정과 재개정 과정에서 한국교회는 뚜렷한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교회는 한국가톨릭학교교육헌장을 공식 선포함으로써 ‘가톨릭 학교’의 존재에 대해 당위론적 주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톨릭 학교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이론적 근거와 법적·제도적 토대를 구축하게 됐다.
이용훈 주교는 “한국가톨릭학교교육헌장이 정립됨에 따라 향후 가톨릭계 사립학교는 국가 공교육 제도 아래서 국법과 교회법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가톨릭 교육이념에 적합한 학교교육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주교회의 교육위원회와 한국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는 이 헌장의 정신을 학교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활용될 수 있는 ‘가톨릭학교 교육지침서’를 준비 중이다.
주교회의 교육위원회는 이를 위해 지난 5월 29일 원주교구 배론성지에서 ‘가톨릭 학교 교육 지침서’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전국 가톨릭계 학교장과 교사, 학부모들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지침서는 교육헌장의 각 항목에 대한 세부 실천사항을 제안하며, 일선 사목자와 수도자, 교사, 학부모, 학생 등 학교 공동체와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가톨릭 학교 교육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안내서가 될 전망이다.
지침서는 우선적으로 ‘통합지침서’ 형태로 발간되며, 이를 바탕으로 각 학교별 특성에 맞는 ‘학교별 지침서’ 또한 추후 마련된다.
무엇을 담았나
한국가톨릭학교교육헌장은 서언과 결언, 그리고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서언은 “가톨릭교회는 구원의 신비를 만인에게 선포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만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활동에 참여한다”는 말로 시작된다.
이어 “한국 가톨릭교회는 스승이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가톨릭 학교 교육의 본질과 사명 그리고 원칙을 밝히고, 그 사명의 실현을 위한 기본적 지침을 담은 이 헌장을 반포한다”고 밝히고 있다.
제1장 ‘가톨릭 학교의 의의’에서는 가톨릭 학교의 정의와 사명에 대해 소개한다.
제2장 ‘가톨릭 학교 교육의 기회’에서는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교회의 관심’과 ‘소외된 청소년을 위한 기회 배려’를 언급하며, 가톨릭 교육의 기회는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어 가톨릭 학교 입학의 요건과 가톨릭 학교 선택의 권리 옹호 등에 다룬다.
제3장 ‘가톨릭 학교의 운영’에서는 보다 실무적인 부분에 들어가 가톨릭 학교법인의 역할과 가톨릭 학교의 교육 과정, 교육 방법, 교직원의 기본 요건에 대해 설명한다.
제4장 ‘가톨릭 학교의 교육 방향’에서는 모든 이들이 일반 교육 과정에 담긴 진리의 요소들을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비춰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와 관련해 가톨릭 학교에서는 생명존중 교육, 평화와 정의 교육, 봉사 교육, 문화적 대화 교육, 환경보전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함을 제안한다.
제5장 ‘가톨릭 학교를 위한 협력’에서는 가톨릭 학교와 필수불가결의 관계를 맺고 있는 교구, 수도회, 가정, 학교 공동체, 지역 사회, 국가 등 각 공동체에 대한 협력을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결언에서는 “가톨릭 학교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그리스도교 정신과 이에 따르는 가톨릭교회의 사명의 실현을 위해 설립 운영되는 교육기관”임을 상기시키며, “가톨릭 학교의 교육은 학생들이 일반 교육 과정에서 진리의 요소들을 배우고 이를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조명하며, 영적 성장에 필요한 학습과 활동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가톨릭 학교는 복음화를 통한 전인 교육의 실현을 위해 교회(교구), 수도회,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의 이해와 협력을 필요로 한다”며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하느님의 뜻이 이 세상에서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총무 김웅태 신부
“가톨릭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가톨릭 정신에 따른 교육을 구현해 나가기 위한 법적·제도적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든든한 이론으로 무장했으니, 앞으로는 가톨릭 교육 관련 공동체가 하나 되어 실천에 나설 일만 남았습니다”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총무 김웅태 신부(서울 동성중고등학교 교장)는 “교육헌장에도 드러나겠지만, 가톨릭 교육의 핵심은 지식 및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도덕성과 정서가 함양된 참 신앙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이어 “오늘날 국내 학교의 교육은 오로지 대학입시만을 위해 짜여져 전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가톨릭 교육은 공교육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신앙 교육과 인성 교육을 보완하며 한국사회의 잘못된 교육 풍토를 바로 잡는 대안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아울러 “가톨릭 교육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참된 인간을 길러낼 수 있고, 이는 우리 사회의 복음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면서 “바람직한 가톨릭 교육 풍토가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지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격려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
■ 헌장 선포까지 경과
△ 2005년 11월 21일
-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산하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 제19차 정기총회. 사학법 개정에 대한 대책 마련과 교육관계법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기로 함.
△ 2005년 12월 14일
-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 긴급 임시총회가 열림. 사학법 개정 반대운동과 가톨릭의 교육이념과 목적을 분명히 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것을 결의함.
△ 2005년 12월 29일
- 제17대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
-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 상임위원회는 교육·법률전문가, 교사대표, 학부형대표를 포함한 대책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일임.
△ 2006년 2월 23일
-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 임시총회에서 ①대책위원회의 사업계획안·예산안 승인 ② 대책위원회 운영회칙과 가톨릭교육연구소 설립 ③주교회의 상임위원회에 교육주간설정 공식 건의 ④가톨릭학교교육이 대내외적으로 이념과 목적을 분명히 나타내도록 재정립한 후, 이를 헌장으로 발표. 이후 심포지엄과 공청회 통해 문헌을 주교회의의 승인을 받도록 할 것을 결의.
△ 2006년 6월 17일
- 한국가톨릭학교교육헌장 제정을 위한 의견수렴과 공청회 열림.
△ 2006년 10월 9~15일
- 주교회의는 가을 정기총회에서 한국가톨릭학교교육헌장을 승인함.
△ 2006년 11월 30일
- 주교회의 교육위원회는 총무를 비롯한 10여명의 새로운 위원들을 위촉하고 새롭게 출범함.
△ 2008년 4월 15일
-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는 가톨릭사학에 대한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모아 「가톨릭학교 관련 법제의 현황과 발전방안」을 발간.
△ 2008년 9월 17일
-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제13차 회의에서 한국가톨릭학교교육헌장을 전국 단위로 성대하게 선포할 것을 결의함.
△ 2008년 10월 23일 : 한국가톨릭학교교육헌장 선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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