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이런 호강도 하네요”
벽은 쓰러질 듯 하고 내부는 곰팡이 냄새 진동
한 달 수입 22만원이 고작 … 폐지 모아 생활
“이런 누추한 곳에 주교님께서 오시다니…”
10월 8일 인천 남구 용현3동 147-21. 김기영(요셉·92·인천교구 용현동본당) 이정복(체칠리아·91) 노부부가 안절부절 이다.
가톨릭신문·MAD종합건설 공동 집 고쳐주기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주교님이 오신다는 소식에 노부부는 집 안팎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걷기도 힘들 정도로 그 노쇠한 몸으로 방을 닦고 마당을 비질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집은 청소가 무의미해 보였다. 47년을 훌쩍 넘긴 집은 노부부의 몸 만큼이나 노쇠해 있었다. 벽은 조금만 손을 대면 와르르 무너질 듯 위태해 보인다. 대충 바람만 막은 나무문을 틀과 아귀가 맞지 않아 여닫을 때 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세 사람이 들어서면 가득차는 마당은 ‘빛’이 들지 않아 음습한 공기로 가득하다.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방도 군데군데 곰팡이가 슬어 있다. 마당 한 구석에는 쥐가 드나든 흔적이 보였고, 방과 4~5m거리에 위치한 재래식 화장실에선 악취가 풍겨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올 겨울나기. 연탄보일러는 지난해 고장 난 이후 한 번도 손보지 못했다. 주위에서는 왜 편한 기름보일러를 사용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이들 노부부의 한 달 수입은 노령연금 14만원과 국가 유공자 관련 보상금 8만 여원이 전부. 폐지를 모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형편에 기름보일러는 생각도 못한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국가로부터 더 많은 생활비를 지원 받을 수 있지만, 유일한 혈육인 조카가 큰아버지 내외를 모시기 위해 할아버지 이름으로 예금한 1000여 만원 때문에 그 마저도 불가능하다.
자녀는 일제 강점기 당시 아들 둘을 두었지만, 모두 일찍 하늘나라로 갔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병에 시달릴 정도로 몸이 약했어. 하지만 전쟁 통에 약을 구할 수 있어야지. 일본 사람들도 약이 없어 죽어가는 판에, 조선 사람들이 약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그래서 일찍 죽었어” 눈물도 말랐는지 할아버지는 두 아들의 죽음을 덤덤하게 말한다.
나이는 속이지 못한다. 할아버지는 대상 포진과 탈장으로 고생하고 있고, 할머니는 고혈압 때문에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교님이 찾아왔다.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에 웃음이 활짝핀다. “평생 맘 고생, 몸 고생만 하다 이렇게 죽나 싶었는데 죽기 전에 이런 호강을 다 하네요. 주교님도 이렇게 직접 만나고…. 하느님께서 이렇게 큰 은총을 주셨으니 기도 더 열심히 하며 마지막 남은 인생 살아가겠습니다.” 할머니가 손에 쥐고 있던 묵주를 흔들어 보인다.
■ 공사내역
당초 7일이면 될 것으로 보였던 공사는 10일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대공사다. 재래식 화장실을 손보고, 방 바닥을 모두 뜯어내 새로 보일러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다음은 공사내역.
▲대문 확장 및 낡은 현관문 교체. 최대한 빛을 집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해 구조 재설계
▲보일러 설비 재시공
▲재래식 화장실 교체. 화장실 바닥, 미끄럼 방지 타일 시공
▲합판으로 대충 막은 담, 벽돌로 재시공
▲도배
▲장판 교체
▲부엌 조리대 및 가스레인지 설치
▲페인트 공사
▲전기 공사 및 낡은 전선, 전등 교체
■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 신청 및 문의
서울 성동구 홍익동 398-2(133-030) 가톨릭 신문사. 02-778-7671~3
사진설명
▲10월 8일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왼쪽에서 네번째) 주례로 거행된 '사랑의 집 고쳐주기' 축복식에서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오른쪽에서 두번째), 김기영 이정복 부부와 관계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김기영 이정북 부부 집 안팎의 노후한 모습. 연탄보일러마저 고장 나 겨울나기를 걱정하던 이들에게 '사랑의 집 고쳐주기'란 행복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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