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보면 가장 먼저 ‘양심맨이다’라고 불러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인터뷰할 때도 그 부분에 대한 질문들을 빼놓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의 ‘양심추적’ 코너를 진행한 지 꽤 오래되었네요. 약 6년간 진행을 맡았다가 잠시 쉬었었죠. 이제 다시 ‘최재원의 양심추적’ 코너로 돌아왔습니다.
대한민국의 양심을 바로잡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쓰레기 투기에서부터 음주운전 단속, 세금 탈세를 추적하고 임금체불을 고발하고….
덕분에 양심맨이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얻었지요. 사실 탤런트라는 본업보다 양심맨으로 통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양심 추적’ 진행자로서 잃은 것도 있고 또 얻은 것도 있고 그렇죠.
우선 남들 눈도 있지만 스스로도 양심에 꺼리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됐습니다. 코너를 맡게 되면서부터는 더욱 더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어쩌다가 무단횡단이라도 하는 걸 시민들에게 들켜 보십시오. 그날로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난리도 아닐 겁니다.
예전엔 술자리가 낀 회식이나 모임에 참석하게 되면 다들 제가 음주운전을 할까 말까 감시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전 술 한 잔도 제대로 못하는 체질이니 그 부분은 걱정이 안 되긴 했지만요. 한번은 촬영이 늦어서 불법 유턴하다 의경한테 걸린 적이 있는데 정말 생각할수록 부끄러워요. 그때 이후 양심에 꺼리는 일은 안 하고 있습니다.
행동이 조심스러울 때는 있지만 부담스럽다는 건 아니예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좀더 열심히 하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긍정적이지요.
하지만 양심 추적 촬영은 쉽지만은 않아요. 때때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 커녕 도리어 자신이 무얼 잘못했냐며 막무가내로 따지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번은 음주운전편을 찍으면서 단속에 걸린 한 운전자와 제작팀간에 실랑이가 붙어서 심각한 상황까지 갈 뻔 했어요. 정말 조직폭력배 같았는데, 그분이 화가 나서 씩씩대며 ‘나중에 보자, 밤길 조심하라’고 으름장을 놓으시는데 정말 식은땀까지 나더라구요.
또다른 이유로 프로그램을 그만두려고 한 적도 있었어요. 방송에는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편집돼 나오지만 그들의 사정을 듣다 보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동정심도 생기기 마련이죠. 혹여 선의의 피해자들을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사실 갈등도 있었어요. 사회 곳곳의 비양심적인 행동을 추적하면서부터 ‘양심맨’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역 제의가 들어오면 시나리오도 읽지 않고 포기하기도 했답니다.
특히 현재 (사)선행칭찬운동본부, 아름다운가게 홍보대사 등 10가지가 넘는 곳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데요. 2004년부터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홍보대사를, 또 올해에는 가톨릭공여제대혈 홍보대사 타이틀도 덧붙였습니다.
양심 추적 프로그램으로 대통령상을 받고 사회 각계 기관단체의 홍보대사도 맡게 됐으니 처음엔 부담도 많이 느꼈었지요.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봉사를 통해 한발한발 더 하느님께 다가가는 은총이라는 생각을 더욱 많이 하게 됐습니다.
사진설명
2004년 2월 19일 탤런트 최재원(왼쪽 네 번째)씨는 가수 바다, 개그우먼 김미화씨와 함께 가톨릭사회복지회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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