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시내 한 경찰서에서 방범 순찰대 대원이 “세례를 한 번 더 받으면 안 되나요?”라며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세례를 또 받기를 원하는 것인지….
알고 보니 이 대원은 경찰서 경신실에 ‘예비자’로 등록했고 경찰사목위원회 선교사로부터 교리공부를 받던 도중, 자신은 예비자가 아니라 이미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대원이 경찰서에 배치되기 전, 논산훈련소에서 세례를 받았는데 세례명을 모르겠다고 했더니 담당선교사는 세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세례식에 대한 기억이 없는 그 대원은 성체성사 교리를 배우면서 “무엇인가 먹기는(?) 한 것 같다”며 “세례를 다시 받으면 안 되느냐”고 정색을 하고 질문을 던졌다. 이런 일이 수시로 있는 터라 즉시 논산훈련소 연무대본당에 확인을 해보니 ‘루치오’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대원이었다.
“루치오야! 너는 이미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자란다.”
훈련소 생활 후 자대배치를 받고 군종에서 보충교리를 하고 신앙적으로 보살핌을 받아야 할 대원들이 행정자치부 소속인 전경으로 차출되면 교회의 보살핌과 가르침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경찰사목위원회에서는 이런 힘든 조건에 처한 대원들을 위해 보충교리와 인성교육으로 신앙의 끈을 놓지 않게 지도하고 있다.
사회에서 세례 받고 냉담중인 대원, 유아세례 후 부모님의 무관심으로 자신이 신자인지조차 모르는 대원, 훈련소에서 세례 받고 심지어 세례명도 모르는 대원, 인사할 때 목사님과 신부님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는 대원, 간혹 나를 아저씨라고도 부르는 대원….
다양한 대원들의 모임이지만 감동과 눈물이 어우러지며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이 전해지는, 살아있는 선교현장이 바로 ‘경찰사목’이 아닌가싶다. 경찰사목 전담사제로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와 5개 기동단의 94중대, 31개의 유치장, 경찰병원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의 활동일지를 정리하다보면 많은 감동을 받고 깊은 묵상을 하게 된다.
특히 전·의경을 만나는 선교사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그저 지식적으로 전하지 않고 친아들처럼 대하며 하느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잦은 출동과 불규칙한 근무 등 사회현상에 따라 움직이는 전·의경의 뒤에서 천사처럼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선교사들.
시위현장에서 간식을 주며 등을 어루만져주기도 하고, 안아주며 대원들과 함께 감동의 눈시울을 적시는 선교사들. 이들이 바라보고 믿는 하느님은 바로 이천년 전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던 그리스도, 바로 그 하느님이다.
처음 신병으로 들어와 힘들고 어려울 때 세례를 받은 한 대원이 제대를 앞두고 편지를 보내왔다.
“경신실에서 함께한 시간도 벌써 2년이 되어가네요. 처음 신병으로 와 막막하고 힘들었을 때, 가르쳐주신 말씀과 격려가 버팀목이 됐어요. 제대하면 열심히 살겠습니다. 성당도 잘 나가고요. 감사드려요. 항상 건강하세요.”
오늘도 종일 교구와 경찰서를 분주히 오가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지만, 전·의경 대원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해지는 경찰사목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강혁준 신부 (서울 경찰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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