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교구 발전 선도
놀라운 교세 성장·행동하는 교구 면모 이어갈 듯
사회사목 역량 강화·인프라 확충 등 묵은 과제도
이용훈 주교는 10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은 전임 교구장이신 고 김남수 안젤로 주교님의 축일이자, 현 교구장이신 최덕기 주교님의 사제서품일”이라고 말했다.
이 주교 스스로의 사명이 고 김남수 주교와 최덕기 주교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되고 또 성취될 것이라는 암시다. 실제로 이 주교는 현 교구장의 뜻을 잘 살펴 보필해 나가겠다는 뜻을 여러번 드러냈다.
이 같은 이 주교의 뜻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수원교구가 한국교회 내에서 지닌 역량과 비중 때문이다. 수원교구 교세는 2007년 말 현재 본당 178곳, 성직자 410명, 신자 69만7000여명에 이른다. 신자 수는 10월 말 현재 이미 7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교회 내에서 서울대교구 다음 가는 교세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원교구의 놀라운 성장세는 일차적으로 신도시 인구 유입이라는 외부적 요인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기회를 열매로 가시화해낸 저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수원교구는 ‘행동하는 교구’로 불린다. 교구 복음화국(국장 문희종 신부)은 지난해 대리구 및 본당, 교구 내 모든 가정이 참여하는 전 교구 차원의 성가정 운동을 3개년 계획으로 수립, 본격 시행했다. 교구 차원에서 ‘성가정’을 주제로, ‘구체적’프로그램을 실시한 것은 수원교구가 처음이다. 특히 성가정 운동을 교구 전체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전개한 것은 ‘구호’를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바오로 해’의 활발한 움직임도 수원교구가 단연 돋보인다. 현재 수원교구에선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오로 열기로 가득하다. 교구 메인 홈페이지를 바오로 해 특별 홈페이지로 장식했으며, 교육 피정 체육대회 등 모든 교구 행사를 바오로 해에 초점 맞추고 있다.
여기에는 활발한 평신도 사도직도 한 몫하고 있다. 수원교구에 가면 평신도 사도직이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리내성지 인근 골프장 건설 반대를 위한 교구 환경연합의 활동에서부터 교회 내 복음화 활동에 이르기까지 평신도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교구는 지난해 한국교회에서 유래가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틀)을 가동하고 나섰다. 가칭 ‘라너 프로그램’(Rahner Project)이 그것. 교회의 현대화와 쇄신에 큰 영향을 미친 신학자 ‘칼 라너’에서 따온 라너 프로그램은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평신도의 프로그램으로, 평신도 인재풀 창출을 위해 기획된 전문 봉사자 양성 및 통합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검증된 평신도 지도자를 교구가 직접 양성하고 조직화해 평신도 교육의 전면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구는 그 첫 단계 작업으로 ▲성경봉사자회 ▲소공동체 봉사자회 ▲선교봉사자회 ▲가정 복음화 연구 봉사자회를 중심으로 복음화 봉사자회를 설립했다. 한국교회에서 교구가 직접 선교와 소공동체, 성경 전문가를 모집, 양성, 조직화해 일선 본당에 파견하는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다.
이 같은 교구의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교구의 전폭적 지지는 ‘평신도들의 자발적 교육열기→봉사의욕 고취→격려→신뢰에 걸맞는 높은 수준의 평신도 사도직 실현→평신도에 대한 신뢰’라는 선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성전 건립 및 신자 교육, 교구 인프라 확충, 성지 개발, 대리구 제도 정착 등에 우선적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사회사목 분야가 상대적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사회복음화국의 역량이 강화되고 외연이 확대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와 관련 관계자들은 수원교구 사회복음화 노력이 앞으로 상당히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 놓고 있다. 이 주교가 윤리신학을 전공한데다, 평소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피력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음화 자체가 교구라는 나무가 뿌리를 깊게 내린 이후에 거둘 수 있는 열매라는 점에서 이같은 설명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본당 사회복지 모델 연구 개발과 대리구 단위 사회복지분과 체계 연구 및 활동 체계 확립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가톨릭 사회복지 전문 인력 양성 및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서도 많은 땀을 흘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교육 생명 환경에 대한 관심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덕기 교구장 주교가 이끄는 수레에는 복음화, 소공동체 활성화,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가정 성화, 대리구 제도 정착 등 많은 짐이 실려 있다. 이제 그 수레를 이 부교구장 주교가 뒤에서 힘껏 밀고 있다. 그만큼 수원교구 수레는 더욱 힘차게 굴러갈 것이다. 교구장의 어깨도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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