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으로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에 조사한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2007)’에 따르면 냉담원인 중 고해성사의 부담이 7.4%로 되어 있다. 그러나 수원교구의 ‘쉬는 교우대상 설문분석 결과보고서(2007)’에 따르면, 냉담원인 중 ‘고해성사 보는 것이 불편해서’가 39.6%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편으로는 통합사목연구소는 2007년에 열린 ‘미래 한국사회와 가톨릭교회’ 주제 연구발표에서 쉬는 교우의 비율이 1995년 26.45%에서 2005년 37.02%로 증가했다고 지적하면서 2014년에는 40.8% 그리고 2015년에는 41.2%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냉담자 증가 현상은 냉담의 원인 중 ‘고해성사의 부담’도 도외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주시해야 할 것은 성사로서 고해(신학적 관점)나 교회제도로서 고해(교회법적 관점)라기보다는 신자들이 죄를 고백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이미 냉담한 신자들을 찾아가는 것도 필수적인 일이지만, 냉담의 원인 중 하나로서 고해성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 죄 : 그렇다면 죄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가톨릭교회 교리서’에 따르면 죄는 ‘어떤 것에 대한 비뚤어진 애착 때문에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참다운 사랑을 저버리는 것이다’(1849). 그런데 죄를 전통적으로 대죄(중죄)와 소죄(경죄)로 구별한다. 그러면 ‘대죄’는 무엇인가? 대죄라고 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계명’으로 이해할 수 있음)를 대상으로 하고, 완전히 의식하면서, 고의로 저지른 죄이다’.(1857)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소죄’가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죄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사랑’의 논리보다는 ‘율법의 준수’ 의무가 앞서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하느님-이웃에 대한 사랑 없이, 계명을 따르거나 거절할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 중에서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랑이 좀 부족하기는 하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는 경우나 거절하는 경우, 그 행위가 어느 정도의 것인지는 전혀 묻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것은 ‘하느님과 그의 자녀들’ 간의 관계(사랑)가 아니라 ‘주인과 종(노예)’의 관계(명령-복종)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고해를 회개, 고백, 용서, 화해의 성사라고 부르기 어려울 것이다.

- 죄의 고백 : 이제 ‘어떤 죄를 고백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대죄는 고백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소죄는? 교회법(988,2)과 ‘가톨릭교회 교리서(1458)’에 따르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잘못(소죄)도 고백하도록 교회는 크게 장려한다.’ 물론 이론상으로 대죄와 소죄를 구별하는 것은 좀 추상적이다. 그렇다면 모든 신자들은 소죄까지도 다 고백해야 영성체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1) 어떤 것을 소죄 또는 무죄라고 결론 내리는 객관적-주관적인 기준은 각자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2) 현행 교회법(989)과 ‘가톨릭교회 교리서(1457)’는 ‘모든 신자는 사리를 분별할 나이에 이른 후에는 매년 적어도 한 번(한국에서는 두 번) 자기의 중죄를 성실히 고백할 의무가 있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중죄는 대죄라는 말이다. (3) ‘가톨릭교회 교리서’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의 내적 참회는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1434)고 설명하고 있다.

- 판공성사 : 고해와 관련해서 판공성사를 실시하는 방법도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신자들이 연중 언제나 본당에서 제시하는 고백시간에 고해성사를 받을 수 있다면, 판공성사표는 미리 본당사무실에서 발부하고, 고해성사는 적당한 때에 자유롭게 받고, 성사표는 정해진 날까지 본당사무실에 내도록 요청하는 방안도 있다. 판공 때에 모든 신자들을 ‘동원’하는 것이 숫자상 효과적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본당사목의 유일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