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라는 동질감… 현지 삶에 적응·친화 빨라
사목지원·친교·복지활동·환경보전운동도 펴
‘선교’에 대한 열의 있고 ‘공동생활’ 가능해야
해외선교를 위한 평신도들의 의지 또한 최근 눈에 띄게 성장했다. 특히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는 한국 교회 안에서 평신도 해외선교사 양성에 가장 능동적으로 나서왔다.
선교회는 지난 1970년대부터 평신도를 선교를 위한 동반자로 적극 받아들여 기존 선교 사제들이 쌓아온 역량을 공유하고, 또 평신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호에서는 ‘골롬반 평신도 선교회’가 펼치는 양성과정과 활동 등을 통해 평신도 해외선교사들의 소명을 되새겨본다.
# 골롬반 평신도 선교회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는 설립 초기부터 평신도들을 선교 사목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함께 활동에 나서왔다. 특히 1977년부터는 평신도들과의 공동 협력 증진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활동 중인 각 지부에서 동시에 선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후 점차 평신도들에게 더 많은 책임이 부여됐으며, 여러 지부와 선교 단위체에서 선교사들을 파견하고 또 받아들여 왔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06년 ‘골롬반 평신도 선교회(이하 CLM)’로 이름을 변경하고 재설립된 바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 한국에 파견된 첫 선교사는 아일랜드인이었다.
1970년대 말 제주 이시돌목장에서 수의사로 활동했던 그는 이후 당시의 선교 활동을 계기로 사제(한국명 이어돈 신부)가 되었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인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는 1990년 처음으로 해외에 파견됐다. 첫번째 선교팀은 총 6명으로 필리핀에서 성공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후 총 11개 한국인 선교사 팀이 필리핀과 피지, 대만, 일본, 미국, 아일랜드, 칠레 등에 파견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해 오고 있다. 현재 12번째 한국팀은 교육 중에 있으며, 이들은 다음 달 미얀마로 파견돼 본격적인 선교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
# 평신도 선교사로서의 비전
전 세계적으로 현재 활동 중인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는 70여 명. 그중 한국인 선교사는 2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선교사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통해 가족과 문화와 국가를 떠나 활동하게 된다. 이들은 여느 선교사와 마찬가지로 각 선교지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이웃으로 살면서 서로의 신앙을 성장시키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평신도 선교사들은 성직·수도자들과는 달리 같은 평신도의 입장에서 현지인들의 삶에 더욱 깊이 파고들어가 생활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해외선교사로서 파견되는 지역은 대부분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사제들이 활동하고 있는 15개국이 대상이다.
그 안에서 선교사로서의 삶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기본적으로는 파견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사목적 지원과 함께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친교를 나누는 삶을 산다. 따라서 선교사의 역할은 도시빈민과 장애인, 행려자 등을 위한 복지활동 뿐 아니라 환경·생태보전 활동, 본당 사목 협조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아울러 모든 평신도 선교사 파견은 3년 단위로 이뤄진다. 3년 과정 후에는 계속적인 선교의 삶을 이어갈 수도, 일반 사회생활로 돌아갈 수도 있다.
# 양성 과정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의 양성 과정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운영된다.
해외선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선교에 대한 열의가 있고 공동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 활동에서 특기할만한 점도 항상 개인이 아니라 한 팀으로 선교활동에 파견된다는 것.
보통 23~35세 남녀 젊은이들이 관심자로 참여할 수 있다. 기혼자도 선교사가 될 수 있지만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취학 전의 아동이어야 한다.
해외 선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관심자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 동선동에 위치한 성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의 집(담당 배캘빈 신부·손선영 선교사)에서는 매월 둘째 주일 오후 2시부터 관심자 모임이 열린다. 이 모임에서 참가자들은 다채로운 나눔과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성소를 식별하고, 또 해외선교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구체적으로 해외선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9개월간의 공동생활을 통한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에는 한국 가톨릭 해외선교사 교육협의회가 운영하는 선교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특강과 실습을 통해 선교활동을 간접 체험한다. 한국인 평신도 선교사 양성을 위한 실습은 공부방과 양로원, 행려인 쉼터, 이주노동자센터 등지에서 이뤄진다.
이어 성소식별과 언어습득 등의 과정을 거치면 총본부 주관 아래 각 선교지로 나가게 된다.
[인터뷰] 한국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 프로그램 담당 손선영 선교사
“선교의 기본은 상대와 눈높이를 같이 하는 것”
“평신도 선교사도 선교 사제나 수도자와 마찬가지로 각 선교지 사람들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들보다 더 나은 위치에서 도와주는 삶이 아닌 서로 기대어 나누면서 하느님을 찾아가는 역할이지요.”
한국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 프로그램 담당 책임을 맡고 있는 손선영(카타리나) 선교사는 “특히 평신도 선교사들은 무엇보다 같은 평신도로서, 같은 눈높이에서,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어 선교 활동에 이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7년 여간 필리핀에서 선교활동을 펼친 손씨는 지난 5월 귀국해 현재 평신도 선교사 프로그램 책임자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필리핀에서는 소공동체 운동을 돕다가 이후 도시 빈민지역에서의 생활했었다. 도시 빈민들과 같은 공간에서 살면서 자립 등을 위한 교육과 각종 지원을 연결하는 생활인이었다고.
손씨는 자신이 선교사로 살게 된 동기와 원동력 모두 신앙의 힘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보세요. 그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잖아요. 하느님은 내게 그런 분이었고, 그분의 모습을 더욱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손씨는 한국에 돌아와 관심자 모임을 이끌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해외선교를 아주 무거운 십자가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신앙을 의무로만 책임감으로만 받아들이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기쁨을 얻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기 위한 선교활동에 나설 수는 없지요.”
선교지에서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손씨는 타인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문화와 사고를 강요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보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의식과 성과 위주의 사고가 그들 곁에서 살아가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심지어는 ‘난 이것밖에 하지 못하는데 왜 해외선교를 떠나온 것일까’ 하는 회의도 들었고, 이 또한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포용하고, 나의 기준으로 무엇이든 바꾸려고 조바심 내지 않고, 그저 ‘거기’에 가서 ‘사는’ 것만으로도 하느님의 뜻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손씨는 “선교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강조한다. 함께 살면서 서로를 알아가다보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선교사들도 역할도 다양합니다. ‘내’가 아닌 ‘네’가 필요한 것을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나눌 수 있는 ‘열린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해외선교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진설명
▲성골롬반외방선교회가 지난 6월 서울 돈암동 선교센터 강당에서 가진 제11차 평신도 선교사 해외파견 미사 모습
▲대만에서 열린 6년차 이상 선교사 워크숍.
▲워크숍에 참가한 칠레선교사의 모습.
▲선교사가 필리피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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