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그동안 경찰기관 교우들을 위해 베풀어주신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경신실을 통해 경찰관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고 당신과 가까워질 수 있는 장소가 되게 해주십시오.”
10월 24일 서울 시내 성북경찰서 경신실 축복을 앞두고 마무리 준비가 한창이다. 내부시설 정리와 함께 축복식에 따른 주교님 예방과 행사일정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막상 마지막 남은 경신실을 준비하다 보니 그동안 경신실 축복을 위해 있었던 과정들이 하느님 앞에서 한편의 영화 같은 사연 속에 진행되었음을 느낀다. 사실 경신실이라는 공간도 의미 있지만 그 안에서 작동하는 신앙의 구조가 더 중요하다.
경신실은 지역사제들이 집전하는 미사를 통해 성사중심의 공동체가 이뤄지는 장소이고 교리와 성경공부, 복음나누기를 통해 ‘말씀중심의 공동체’가 이뤄지는 장소다. 또 경찰직원들이나 유치장 사목 선교사들의 기도방이며 영적대화나 상담이 이뤄지는 신앙의 공간도 된다.
서울지역 마지막 경찰서 경신실이 축복된다 하니 여러 가지 감회가 서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000년 9월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님에 의해 경찰사목위원회가 발족되고 11월 서울지방경찰청에 처음으로 경신실이 들어섰다. 이후 지금까지 서울 시내 31개 전 경찰서와 5개 기동단에 경신실과 경당이 들어섰고, 이번 일부중대까지 포함해 마지막 40번째로 성북경찰서에 경신실이 마련된 것이다.
개신교나 불교에 비해 30~40년 늦게 출발한 경찰사목 현장! 이미 다른 종교의 특성이 뿌리 깊게 반영된 경찰사목현장에서 새롭게 싹을 틔운다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견제 속에서 하느님의 이끄심과 선배 신부님들의 격려를 받지 못했다면 쉽게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해당 경찰기관장과 씨름해 겨우 경신실 장소를 확보한 뒤에도 내부시설 공사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막막했던 순간,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그분께 모든 것을 내어맡기지 못하던 나와의 영적싸움이었음을….
불가능해 보였던 전 경찰기관 경신실이 현실이 되면서 더욱 마음에 찡하게 다가오는 것은 매 순간 함께 해주신 성령의 인도와 우리 선교사들의 기도, 희생이다. 한곳 한곳의 경신실이 마련될 때마다 헤아릴 수 없는 사연이 만들어졌고 그러한 사연은 ‘여러 권의 책으로 옮겨 써도 부족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막상 경찰사목을 하며 경찰관들과 가깝게 지내다보니 ‘정말 이들이야말로 신앙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일반직장과는 달리 경찰관들은 밤낮 구분 없이 활동하므로 규칙적인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데다 업무 자체가 다른 사람의 잘못과 관계된 활동에 중점을 두다보니 심적 갈등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도 열심한 분들을 중심으로 경찰서마다 교우회를 구성하고, 숨어있던 신자들이 다시 나오고 천주교에 관심이 있던 경찰관들이 경신실 문을 두드리며 복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힘든 격무와 심적 갈등에 어려움을 겪는 가톨릭 경찰인들이 경신실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 경찰기관 안에 하느님의 뜻을 이뤄가길 바란다.
강혁준 신부 (서울 경찰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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