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수호이자 사랑의 돌봄입니다”

교황청은 계시-창설 연결짓는 수도회에 사도적 권고 수용 수 차례 요구

교령은 ‘사적계시’로 부터 수도회·신자 보호하기 위한 교구장 의지 표명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10월 7일 교령(Decretum)을 발표, 미리내 천주성삼 성직수도회·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미리내 성요셉 애덕수녀회 등 3개 수도회에 무궁화 성모상을 비롯해 성모 7고상 등 ‘황데레사 사적계시’와 관련한 상을 모두 철거, 파쇄토록 했다. 또 세 수도회가 사용하고 있는 기도서 안에 포함된 ‘황데레사 사적계시’ 관련 기도문도 모두 삭제토록 했다(가톨릭신문 10월 19일자 1, 4면 보도).

이와 관련한 해설을 2회에 걸쳐 수원교구 수도자 담당 교구장 대리 이정운 몬시뇰로 부터 듣는다. 여기서 말하는 소위 ‘황데레사 사적계시’란 1947년부터 일어난 경북 상주 황데레사의 사적계시를 말하는 것으로, 대구대교구는 이와 관련해 1957년 “황데레사 사건에 관계되는 계시, 경문, 기록, 그림, 예언, 전파, 집회, 토론, 영신 지도들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의 고통과 번민

먼저 모든 주교님, 모든 신부님, 남녀 모든 수도자, 모든 교우님들께 인사합니다.

이 글의 목적은 첫째, 미리내 세 수도회가 쇄신되어 발전하기 위함이고, 둘째, 교도권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한국 교회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1963년 10월 7일 수원교구 설정 이래 초대 윤공희 빅토리노 주교님의 뒤를 이은 제2대 김남수 안젤로 주교님이 제3대 최덕기 교구장에게 남기신 말씀은 단 한 마디, “미리내 수도회를 잘 돌보아 주시오!”라는 말씀이었다고 들었습니다. 3대 교구장으로 착좌한 직후 일부러 이 수도회 장상들을 만나서 선임 교구장 주교님의 유지를 잘 받들고자 한다는 뜻을 일러주며 이 수도회들이 잘 살아주기를 직접 부탁하였습니다.

그리고 광주대교구 윤공희 대주교님께서 나주 윤율리아 문제로 교령을 발표하셨을 때에 ‘1998. 1. 1; 천주교 98-17(1998. 1. 21. 참조)’ 그 문건을 손에 직접 들고 고(故) 정행만 신부(2004년 6월 6일 선종), 이관배 신부(당시 부총장), 미리내 성모성심 총장 수녀를 불러 “미리내 수도회도 ‘상주 데레사의 사적 계시 금령’이 아직도 유효한 것이니 일체 사적계시를 유보시키거나, 수도자들에게 강요하거나, 기도문, 책 등을 유포시켜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이 수도회들을 잘 돌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상주 데레사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나주 윤율리아 처럼 교도권의 질책을 받지 않게 될 것이니 서둘러서 스스로 미리 모든 일을 잘 정리하라는 자부적 당부였습니다.

2005년 8월 31일,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제게 “몬시뇰 서임을 축하드린다”는 말씀과 함께 수도자 교구장 대리에게 당신의 애타는 마음을 담은 메일을 보내셨습니다. 그 고통과 번민을 저도 느끼며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이 기회에 최주교님께서는 허락하지 않으시겠지만 용기를 내서 저에게 주신 말씀을 아픈 마음으로 아래에 기록합니다.

“1996년 3월 베드로 바오로 무덤 방문과 교황 성하 알현(Ad Limina)에 갔을 때 신앙교리성 차관 대주교님이 윤대주교님(윤공희 대주교)과 김안젤로 주교님(김남수 주교)을 부르셨습니다. 모두 사적 계시 문제였습니다.

교황청은 김주교님께 미리내 수도회 사적계시 문제에 대하여 교구가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그 때 김주교님께서는 위원회를 구성하면 신부들이 다 반대할 것이라 하시며 심사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선임 주교님의 분부말씀도 받들어야 하겠고 또 다른 한편 교회의 금령과 주교의 명에도 불구하고 사적계시를 포기하지 않는 수도회를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고민에 빠집니다. 나는 이런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선임 주교님의 말씀을 따라 잘 돌보려했으나, 나의 부족으로 잘 되지 않았는데 어찌되었든 천주교회의 신앙 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그 후 이 수도회들과 계속 부딪힘이 있었습니다. 두 번이나, 교황청에 교구장을 고발하고, 두 번 다 소속 교구장이 옳았음이 판명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이 없었습니다” (2005. 8. 31).

“어떻게 해야 언제 이 수도회들이 교구장의 고통과 번민을 깨달을 것인가? 그 날이 언제 올 것인가?… 아! 괴롭다! … 아! 가슴 아프다! … 이 수도회들을 잘 돌보아야 하는데.”

“언제 이 자녀들이 자신의 지난 일을 뉘우치며 아버지 앞에 다가와 용서를 빌 것인가? 돌아오라! 내 사랑아! … 어서! 빨리! …”

“‘올바른 성모신심’과 ‘교도권의 가르침’을 따르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 ‘황데레사의 사적계시’와 관련한 교령 반포 배경

1. 줄여서 교령 반포 배경만을 요약합니다. 2006년 3월 7일 전임 주한 교황 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님께서는 수원교구장 주교님에게 사도좌 순시를 하게 되었다는 말씀과 서한을 보내셨습니다. 이 서한에서 “미리내 천주성삼 성직 수도회 공동체가 로마에 반복되는 청원을 해오고 있고, 수원교구와 미리내 수도자들 사이에 계속되는 오해 때문에 필요하다고 여겨졌다”(Nuntiatura Apostolica in Corea N. 1088/06)고 하셨습니다.

2. 그 후에 2007년 1월 6일 주한 교황 대사관을 통하여(N. 1650/07) 인류복음화성에서 사도좌 순시를 알리는 문서 ‘Prot. 0024/07(2007. 1. 6)’와 ‘사도좌 순시관’(Faililitator, 박문수 신부 S. J.) 임명장(Prot. 0024/07)과 순시관의 임무가 내려졌습니다. 그 임무 중 세 번째는 이렇게 말합니다.

“위에 말한 세 수도회들의 창설자와 회원들은 추정되는 사적계시(presumed private revelations)로 위에 언급된 수도회들의 창설과 연결시키려고 해오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 상주의 황데레사는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로부터 사적계시를 받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점에서 세 수도회들은 이미 부여된 지침들에 의하여, 그리고 교회의 권위에 의하여 장차 부여받게 될 지침들에 의하여, 언제나 받아들여 수락하고 생활하도록 강력히 요청하여야 할 것이다.”

3. 지난 4월 2일, 다시 주한 대사관을 통하여(Apostolic Nunciature in Korea Prot. N. 2447/08) 인류복음화성의 세부 순시지침이 또 내려졌습니다. 이번 수원교구장의 교령과 관련되어 있는 항목을 인용합니다(1항).

“세 미리내 수도회의 총장들은 그들 각각 평의회(참사회)와 함께 각 수도회들은 전적으로 그들의 회칙에 간직되어 있는 그들의 창설자의 카리스마에 기초하여 창설되었음을, 그리고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황데레사에 의해 전해진 사적계시들은 해당 수도회들의 창설에 어떠한 불가결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함을 밝히는 서명된 선언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선언문에 서명하기 전에 장상들은 해당 공동체들에게 이 선언문과 그에 대한 교회법적인 함축된 의미를(法的連累, canonical implication) 알려주어야 하며, 각 구성원들이 그 추정되는 계시들을 각 개인이 ‘사적으로’ 믿든 안 믿든 그들의 자유이지만,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이나 신자들의 생각에 걱정을 일으키거나 혼란을 야기하거나 추문을 일으키지 못하고, 본래의 정신에 의거하여 살아가도록 그들을 지도해야 할 것이다. 위의 내용이 담긴 선언문의 사본들은 해당 수도원의 문서고에 보관되도록 함은 물론, 수원 주교와 본 인류복음화성에 각각 제출되어야 한다.”

4. 위 항목에서 의문시 되는 문제는 “각자는 사적으로 추정되는 사적계시에 대하여 믿고 안 믿는 것은 자유이다”는 말이었습니다. 보충설명이 필요하게 되어 사도좌 순시관은 친히 이 대목을 인류복음화성에 문의하였습니다(천주교 무악동성당 2008. 7. 7).

순시관은 이렇게 질문하였습니다. “현 수원교구의 교구장님께서는 이러한 소위 (사적)계시들에 관한 1957년 대구교구의 금지령을 현재의 수원교구에도 적용하고 계십니다. (금지령 첨부) 이것에 비추어 볼 때에 ‘사적으로’(privatley)라는 표현의 적절한 해석의 범위는 어떠한 것인지요?”

인류복음화성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사적으로’(privately)는 ‘엄격하게 개인적으로’란 뜻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믿는다’(believe)는 표현의 의미는 위 명료화, 즉 어떤 이가 황데레사의 영적체험을 한 열심한 사람의 체험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추정되는 사적계시가 신앙의 유산과 일치할 수 있고, 그것들이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인지에 대하여, 어떤 공식적이고 공적인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합법적 교회의 권위의 권한이다. 즉 교구 주교와 성좌의 권한이다(인류복음화성 Prot. N. 2584/08(2008. 6. 16) nn. 1-2).

5.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님의 교령 반포 동기는 아주 소박합니다. 선임 주교님의 유지대로 이 세 수도회들을 “잘 돌보기 위함입니다.”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님께서 나주 윤율리아에 대한 교령을 반포하신(1998. 1. 1) 직후 ‘윤율리아 금령’, 윤율리아의 이야기를 금지하는 윤주교님의 교령을 손에 들고 이들을 찾아가서 직접 아버지의 사랑을 전하신 사랑의 문서적 확인이며, 황데레사의 추정되는 사적계시를 어떠한 방법으로도(말이나 글, 기타방법) 다른 이들에게 전할 수 없다는 금령을 내리시는 것입니다.

왜 금하는 가? 이는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고, 많은 영혼들에게 혼란을 빚고, 손해를 입힌다고 판단하여, 전국의 착한 신자들이 황데레사의 소위 사적계시로 물들지 못하게 하고, 성지 미리내가 사적계시 선전 장소가 될 수 없게 하기 위함입니다. 진리수호이자 사랑의 돌봄입니다. 1957년 2월 2일 대구교구 서정길 대주교님의 금령과 같습니다. 1998년 1월 1일 광주대교구 윤율리아 금령과 같은 노선입니다. 교회법과 회헌을 잘 준수하여, 미리내 세 수도회들이 탄탄대로를 가게 하기 위함입니다.

자녀가 길을 벗어난 것을 보고, 그대로 보고 있으면 그것이 아버지의 사랑이 되겠습니까? 그것이 잘 돌보는 것입니까? 수원교구장의 교령은 대구교구장 서정길 대주교의 교령과 동일한 노선에서 안동, 부산, 광주 그리고 전국 교구장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선포하는 것이며, 오랫동안 지역교회의 판정을 지켜보는 사도좌에 보고하는 것입니다. 전국의 주교님들과 함께, 수십 년의 걱정을 모두 잊고, 이 수도회들이 앞으로 진정으로 수도자답게 잘 살아가게 하기 위함입니다.

교도권의 가르침에서 빗나가 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개인이나 단체는 이 기회에 모두 주교님들께로 돌아와 주십시오.

이정운 몬시뇰(수원교구 수도자담당 교구장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