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 향한 교구 사목전망은 ‘맑음’
소공동체는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 적응 위해 필요한 ‘희망’
대리구제 뿌리 내리기 위해 평신도 주도 특화된 활동 요청
신자수 증가는 교구 역동성·선교 열기·소공동체 강화 결실
1년 전 ‘가톨릭신문 수원교구’의 창간은 수원교구의 ‘내일’을 위한 것이었다. 창간 1주년을 맞아 새로운 출발을 각오하는 ‘가톨릭신문 수원교구’가 디디고 서야 할 발판은 어디일까. 어디에서 출발해 어떻게 걸어야 할까. 또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그 해답의 열쇠를 수원교구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통해 찾아본다.
▨ 되돌아본 교구 40주년
불과 5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많은 이들이 그때의 설렘과 각오, 다짐을 잊고 지낸다. 2003년 교구설정 40주년 얘기다. 실제로 교구설정 40주년 주제가 ‘일어나 비추어라!’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지 않다.
교구는 40주년인 2003년을 교구 설정 50주년을 향한 미래 사목의 틀을 마련하는 원년으로 만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선포했다. 교구 설정 40주년을 맞는 당시 교구의 각오는 남달랐다. 교구는 대규모 신앙대회를 개최했고, 각 단체별로 수많은 이벤트를 열었다. 또 연구소?신학교 등에선 교구 설정 50주년의 발판을 놓는 세미나와 연구 작업을 진행했다. 이처럼 교구는 40주년을 보내면서 ‘새로운 쇄신’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따라가는 사목’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교구’를 염원했고, 기도했다. 그 염원과 기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유효하다. 벌써 5년이 지났다. 50주년이 5년 밖에 남지 않았다.
▨ 되돌아본 시노두스
1999~2001년. 교구는 시노두스를 통해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라는 두 가지 의제를 도출했다. 그러나 당시 일부에서는 구역·반 공동체와 청소년 문제만 해결한다고 해서 교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6년 여에 걸친 시노두스의 결과물치고는 너무 의외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최덕기 주교는 최종문헌에서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의 활성화가 이뤄지면 수원교구는 앞으로 더 큰 문제들도 쉽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최주교가 시노두스 폐막미사에서 밝혔듯 교구민이 지혜를 모아 마련한 시노두스의 결과문은 적극 실천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또 하나의 문서 밖에 되지 않는다. 최주교는 시노두스 최종문헌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노두스의 성공적인 구현은 수원교구가 다른 많은 일들도 이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고 따라서 수원교구에는 희망찬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그러나 교구민 모두가 장기간에 걸쳐 결의하여 만들었고, 교구가 의지를 가지고 정책적으로 펼치는 일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교구는 더 이상 어떤 것도 교구적으로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하겠다.”
▨ 대리구제도
교구 대리구 제도가 2년을 맞는다. 2년 전 교구장 최덕기 주교가 대리구 체제 도입을 선언하고 6개 대리구장 신부를 임명했을 당시, 지역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사목의 활성화라는 점에서 교구민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이와 관련 교구 사제들은 ‘대리구 체제 2년’이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우선 복음화 및 복음화 국장 신부가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사목을 전개하고 있다. 선교 및 쉬는 신자, 가정 사목에 대한 배려 또한 대리구 차원에서 강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리구 체제 이후 대리구 사제단이 다양한 행사 등을 통해 일체성을 높였다는 점이 가장 돋보인다. 신자들의 활동 폭도 넓어 졌다. 대리구별로 평협 조직의 틀이 갖춰졌으며 청년 미사 등 각종 활동 신심 단체의 대리구 차원 연대 또한 강화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교구 직할 체제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다. 그러나 아직 대리구 중심 사목 체제의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에 있는 상태로, 결국 대리구 체제의 확실한 자리 매김까지는 어느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리구제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대리구별 평신도들의 특화된 활동이 요청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교구장과 대리구장, 사제단에 의해 대리구제가 논의되어 왔다면 이제는 신자들이 나서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구 공동체의 일치와 친교를 향한 ‘첫발’이 교구장 주교의 대리구제 도입 의지로 가능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걸음은 이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 소공동체 활성화
교구는 7년 전 시노두스를 마치며, 최종문헌 글 첫머리에서 “시대의 요구와 징표들을 직시하면서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를 통하여 세상의 복음화와 공동체의 복음화를 이루려고 한다”고 명시했다. 7년이 지난 현재, 교구 소공동체 운동이 시노두스의 선언을 실현하고 있는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교구는 2002년 7월 산본성당과 북수동성당에서 ‘안양 1지구 구역·반 봉사자 학교’및 ‘수원 2지구 구역·반 봉사자 학교’를 잇달아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봉사자를 양성했다. 최근에는 그 교육 내용도 점점 정교화 되고, 진화하고 있다. ‘교구의 발’이 양성되자 교구의 각종 사목 방침들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각 대리구에서 전개하는 선교운동과 가정 복음화 운동, 쉬는 신자 회두 운동이 소공동체 조직의 적극적 지원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하지만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신자들 중에는 “소공동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 신심 단체들과 소공동체와의 협력 문제, 여성 소공동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남성 소공동체의 활성화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소공동체가 신앙 생활 공동체, 복음화 공동체의 성격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단순한 기도 모임에 머물고 있는 사례도 극복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7년 전 소공동체 운동은 일선 본당에 있어서 ‘선택 사항’이었지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하지만 교구는 이제 그 선택을 의무로 바꾸어 놓았다. 소공동체 운동이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운동이 아니라, 급변하는 새로운 시대적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희망’이 된 것이다. 그 희망을 키워 나가기 위해 이제 다시 한번 신발 끈을 조여야 할 때다.
▨ 성가정 운동
지난해 2월 21일, 교구는 대대적인 성가정 운동에 돌입했다. 소공동체 활성화, 청소년 청년 신앙생활 활성화에 이어 교구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것이 바로 성가정이다. 그래서 수원교구 복음화국(국장 문희종 신부)은 대리구 및 본당, 교구 내 모든 가정이 참여하는 전 교구 차원의 성가정 운동을 시작했다.
복음화국은 우선 교구 내 모든 가정이 ▲매주 1회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가정기도의 날’을 실시하고 ▲매월 1회 가족이 함께 미사에 참여하며 ▲매월 1회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는 ‘가족 사랑의 날’과 ▲가족이 함께 복지시설 등지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랑 나눔의 날’을 실시할 수 있도록 권장했다.
성가정 운동 출범 당시 문희종 복음화 국장 신부는 “이번 성가정 운동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새로운 운동이 아니라, 깨진 것, 잊혀져 가는 소중한 가치를 다시 되살리는 일종의 회복운동”이라며 “교구 내 전 가정이 이번 운동을 통해 성가정의 행복을 맛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구 정책이 얼마나 가정 하나하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결국은 일선 본당의 의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구의 사목정책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장은 본당이기 때문이다.
▨ 미리보는 교구설정 50주년
수원교구에는 다른 교구와 달리 각 성당에 ‘고통 받는 십자가 예수상’이 아닌 ‘예수 부활상’을 설치한 곳이 많다. 조원동 주교좌 성당이 그렇고 구산성지 성당이 그렇다. 부활상에선 희망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수원교구의 생동하는 분위기는 그런 부활상을 닮았다. 신자 수 4258명에서 69만 7160명으로, 사제 수 28명에서 343명으로, 본당 수 24개에서 178개로…(2007년 말 현재). 수원교구가 1963년 교구 설립 이후 4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 같은 교구의 급격한 신자 수 증가는 단순히 도시화에 의한 것만이 아니다. 교구 특유의 선교 의지 및 역량도 신자 수 증가에 한몫하고 있는 것. 실제로 인구대비 신자비율을 보면 2002년 8.87% 이던 것이 2003년 9.29%, 2004년 9.37%, 2005년 9.58%, 2006년 9.73%, 2007년 9.92%로 꾸준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인구대비 신자 비율 10% ‘꿈’도 올해 안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원교구 신자 증가가 단순히 신도시 개발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신도시로 유입되는 인구 중 천주교 신자가 유난히 많다는 가정을 하지 않는 한, 신도시 개발과 신자 수 증가를 단순 등식화하는 것을 무리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수원교구 신자 수 증가는 교구 자체가 지닌 역동성과 선교 열기, 소공동체의 활성화 등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목전망 ‘맑음’이다.
수원교구의 이러한 통계들과 관련,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심상태 몬시뇰은 지난 2001년, 2013년(교구설정 50주년)을 내다보면 의미 있는 미래 전망을 내놓은 일이 있다. 심몬시뇰은 ‘교구 설정 50주년의 모습’을 주제로 열린 당시 교구 심포지엄에서 “수원교구가 소재한 수도권 지역은 앞으로 국가 중심 기능과 사회경제 메커니즘의 원동력을 창출하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몬시뇰은 더 나아가 “한국 제 2의 교구로서 내적 충실을 통한 질적 도약이 절실하게 요청된다”며 “2013년에 기념하게될 교구 설정 50주년을 동아시아 지역 가톨릭 중심 교구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7년이나 지났지만 심몬시뇰의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