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했다. 1년 전 오늘, 가톨릭신문 취재부엔 비상이 걸렸다. 수원교구만을 위한 수원교구의 신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 가톨릭신문 80년 역사상 처음 있는 도전이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가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교구판 신문의 틀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가톨릭신문 기자단 인력 및 구성은 24면 발행 체제에 맞춰져 있었다. 4개면 추가 발행이라는 부담도 부담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틀 안에 담을 내용이었다.
가톨릭신문의 교구 신문 발행 1호, ‘가톨릭신문 수원교구’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본다.
교구 테두리 안에서 모든 가능성 모색
사제·수도자·평신도 간 ‘쌍방향 소통의 전도체’ 역할에 고심
어려운 제작 여건 속 교구민 의견 반영해 다양한 기획 선보여
소공동체·청소년·성가정 문제 구체적 발전 방향 제시할 예정
단순히 소식만 전달하는 신문에 만족할 수 없었다. 교구의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진단해 내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했다.
교구 사목 방침과 함께 걸어가는 신문이어야 했다. 교구장의 목소리와 뜻이 전 교구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어야 했고, 일선 본당 사제과 수도자, 평신도들의 목소리가 사목 방침에 반영되도록 해야 했다. 이른바 쌍방향 소통의 전도체가 되어야 했다.
교구의 역량을 한군데로 모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불씨를 지펴야 했다. 또 교구장이 넘겨 준 복음화 바통이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로 이어 전해져 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도우미가 되어야 했다. 더 나아가 수원교구만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집어내 보도함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세상에 펼쳐 보일 수 있게 해야 했다. 그리고…. 교구민들의 따뜻함을 담아 낼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시작은 미약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4면은 우선 1면 종합 보도, 2면 공동체 소식, 3면 독자면, 4면 기획 특집 이라는 틀로 출발했다.
교구 신문의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창간과 동시에 1면에 ‘교구 복음화 진단’을 기획, 7주간 연재했다. 교구의 현실을 집어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디딤돌을 놓자는 의미였다. 그리고 2면에는 기관 단체 탐방이, 3면에는 복지시설 탐방 등 기획 연재물에 대한 취재가 병행됐다. 4면에는 ‘길에서 쓰는 수원교구사’가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모두 수원교구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기 위해 마련된 기획들이었다.
하지만 급조된 기획들인 탓에 취지에 맞는 무게감을 지니지 못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충실한 사전 취재가 부족했던 것이다. 기자도 단지 1명이 배치돼 4면을 모두 소화하기에는 무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가톨릭신문은 기자 1명을 추가 배치, 내실을 기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면서 지면을 개편, 소공동체면을 신설한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소공동체 자료를 게시, 신자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 신문이 되고자 했다. 하지만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제안이나 방안 제시 없이 단순히 소공동체 모임 자료를 연재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지면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1주년을 맞아 현재 소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년 간 4면 칼라면의 변화는 한층 다양했다. ‘길에서 쓰는 수원교구사’를 시작으로 ‘카리스마를 찾아서’ ‘성가정 탐방’ ‘특수사목 현장을 찾아서’ 등 다양한 기획 기사들이 연재됐다. ‘카리스마를 찾아서’에는 마리아의아들수도회, 오블라띠선교수도회, 한국외방선교회, 천주교사도회(팔로티회) 등 4개 수도회가 선보였다. 하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교구 단위 대형 행사들이 잇달아 열렸고, 이를 화보로 소개하면서 이 연재는 이내 힘을 잃었다. 더 많은 수도회, 특히 교구내 여자 수도회로 기획이 확대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성가정 탐방 기획도 소재 발굴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조기에 막을 내렸다. 특수사목 현장도 몇몇 복지시설과 외국인 노동자 사목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에 한정됐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자체 기획 이외에도 성직자와 평신도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평신도 발언대’는 창간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지난해 말부터 연재가 시작된 ‘수단을 입으며’는 주보의 강론을 뛰어 넘는 성직자들의 의견 개진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평신도 발언대는 최근 들어 글의 내용과 수준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1년간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취재 영역인 교구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모색했다. 지난 1년이 이처럼 모색의 기간이었다면 앞으로 1년은 뿌리내림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성가정 문제에 대해 구체적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가톨릭신문 본지와 가톨릭신문 수원교구의 기사 배치 균형도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가톨릭신문 수원교구’의 앞날을 밝혀줄 이들은 역시 교구민들일 수 밖에 없다. 수원교구 언론 사도직 ‘가톨릭신문 수원교구’가 교구민들을 동반자로 선택하고 늘 함께하며 땀 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구민들의 관심과 기도, 애정이 그 어느때 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가 모색과 뿌리내림에 이어 싹틔우기, 뻗어나가기, 꽃 피우기, 열매 맺기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1년 전,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창간 당시 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이렇게 말했다.
“교구장과 사제단, 교구장과 교구민, 사제단과 교구민의 소통이 원할이 이뤄져야 합니다. 또 교구 방침이 신자 개개인에게 정확하고 의미있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교구에는 이런 역할을 할 홍보 매체가 부족했습니다. 이제 ‘가톨릭신문 수원교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창간을 계기로 원할한 소통이 이뤄지는 교구, 그래서 일치를 통해 복음화를 향해 한층 매진할 수 있는 그런 교구를 실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1. 2007년 10월 11일 수원교구청에서 열린 조인식에서 수원교구 이용훈 총대리(현 부교구장) 주교와 이창영 본사 사장 신부(오른쪽)가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를 발행키로 약정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2. 2007년 10월 28일자로 발행된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창간호.
3. 올해 들어서 소공동체 자료를 게시했지만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제안·방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재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소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4. 창간호부터 시작, 교구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기 위한 기획으로 22회까지 4면에 칼라로 연재됐던 ‘길에서 쓰는 수원교구사’. 이후 ‘카리스마를 찾아서’ ‘성가정 탐방’ 등 다양한 기획 기사들이 연재됐다.
5. 지난해 말부터 연재해 주보의 강론을 뛰어 넘는 성직자들의 의견 개진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수단을 입으며’(왼쪽)와 창간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글의 내용·수준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평신도 발언대’(오른쪽).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