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가톨릭대학교 전례사목연구회는 10월 25일 수원가톨릭대학교 대강당에서 ‘사도 바오로와 선교’를 주제로 학술연구발표회를 가졌다. 현대 선교의 기초로서 바오로 사도의 복음 선포를 재조명하고자 마련된 이번 학술연구발표회에는 이용훈 부교구장 주교를 비롯하여 수원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과 신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발표에 나선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부들은 사도 바오로의 신학적 가치 인식을 통한 선교사목의 방향을 지적하고, 그의 복음의 핵심인 하느님의 사랑의 신비가 선교와 교회생활의 중심임을 밝혔다. 이날 학술연구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정리 이우현 기자 helena@catholictimes.org
주제1 “바오로의 가치 패러다임 전환과 율법” -구원의 이해 (이용화 신부)
율법 → 그리스도 구원관 중심 전환
율법을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신봉한 바오로는 다마스쿠스 도상에서의 체험을 계기로 가치 패러다임의 전환을 경험하였는데, 이는 율법 중심의 사고에서 그리스도 중심의 삶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을 옹호하고 세상의 세상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며 만민의 구원을 선포하는 사도직으로 부르심 받았다고 인식한다. 이러한 점에 있어 다마스쿠스 도상에서의 사건은 바오로에게 박해자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새로 태어난 회심체험인 동시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에 전하는 ‘사도’로 부르심 받은 소명체험이라고 볼 수 있다.
바오로는 특별한 개인 체험으로 유다인에서 그리스도인으로 변화되었지만 그의 의식체계는 완전히 유다인의 전통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바오로가 갈라티아서에서 ‘율법의 실천에 의지하는 자들은 다 저주아래에 있다’고 극언하지만 이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기보다 통합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바오로는 공동체의 분열을 조장하는 요인으로 전락한 율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지 율법의 본래 정신을 부정한 것이 아니다.
이는 바오로의 로마서에서 율법에 대한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바오로는 로마서에서 율법의 순기능에 대해 역설한다. 율법의 순기능이란, 세상의 죄를 증가시켜 죄를 일깨우게 만들어 은총이 세상에 넘쳐나게 한 것이라고 본다. 이와 같은 율법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마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바오로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이방계 그리스도인 사이에서 둘 다 포용함으로써 공동체의 일치를 원했다.
다마스쿠스 체험 이후에 바오로의 구원관은 그 중심의 축을 율법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바꾼다. 바오로의 독특한 구원관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죄’에 빠져있는 인간의 비참한 상황에 대한 숙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오로의 구원이해를 고찰함에 있어 특히 바오로의 ‘화해사상’에 역점을 두고 보면 화해, 즉 구원의 주체는 항상 하느님이시고 인간은 그 대상에 불과 하다고 봤다.
이는 바오로 자신이 화해의 봉사직이라는 하느님과 인간을 화해시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고 화해를 전적으로 하느님 몫으로 돌리지만 궁극적인 화해의 완성을 위해 신자들에게 그리스도 중심의 삶으로의 전환과 ‘화해의 봉사자’가 되기를 독려한다.
주제2 “조직신학적 입장에서 본 사도 바오로의 복음선포” - 현대의 선교를 위한 신학적 기초(곽진상 신부)
복음의 핵심은‘예수 그리스도’
어떻게 선교해야 하는가 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무엇을 선포해야 하는가?’이다. 질문은 또한 ‘누구를’ 선포해야 하는 가로 바뀌어야 한다. 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가 복음 자체이며, 복음 선포의 주체 또한 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바오로가 선포한 복음의 핵심은 예수가 주님이라는 하느님 사랑의 신비다. 교회 선교의 사명은 예수 안에서 벗겨진 신비가 “선교와 교회생활의 중심이고 모든 복음 선포의 기초”라고 선언한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간은 악과 죄와 죽음에서 완전히 해방된다.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새롭고 신성하고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 바로 이것이 인간과 역사를 변혁시키는 기쁜소식이오. 이 기쁜소식은 모든 이들의 구원을 위해 교회에 맡겨졌다.” 사도 바오로는 그 증인이다. 부활하신 예수를 체험한 바오로는 이 복음을 만방에 전하였다. 그의 열정은 근본적으로 복음이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힘”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바오로가 이방인들에게 전한 복음은 갈라티아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하느님에게서 온 것으로 유일하고 결정적인 것이다.(갈라 1, 11∼12, 15∼16) 바오로는 여기서 자신의 복음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받은 것임을 이어서 하느님의 주도권을 통해 이루어진 것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가 받은 계시는 바로 그리스도에 관한 것이다. 로마서에서도 바오로는 계시를 통해 받은 복음이 예수 그리스도임을 지적하고 있다.(로마 1, 2∼4)
교회가 본질적으로 구원의 기쁜소식임을 지각한 것은 20세기 초였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에 이루어졌던 성경연구의 발전과 전례와 교리교육 쇄신운동들은 그리스도교가 근본적으로 구원의 기쁜소식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실로 교회는 바오로가 가르쳐 주고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불리운 이들의 공동체이다. 앙리 드 뤼박은 이미 1954년에 선교에 관한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교회는 구원의 수단, 아니 위대한 수단이며 동시에 목적이다. 교회는 가시적인 몸이며 동시에 신비롭고 영원한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생명에 이르는 길이요, 동시에 이 길의 종착점인 생명 자체 이시다. 이와 같이 교회를 생각할 때 교회는 구원의 길이요 동시에 종점이다. 교회는 구원의 실재인 영적인 일치이다.”
교회는 복음의 힘으로 태어나고 복음을 새롭게 전파함으로써 자신을 완성해 나간다.
주제3 “바오로 신학사상에 비춰본 공동체 상생의 공통분모”(박현창 신부)
친교·사랑으로 공동선 극대화
1984년부터 1994년 사이에는 신자증가율이 점점 떨어지기는 했지만 천주교 인구의 증가가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1994년 이후 신자증가율이 소폭의 감소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교회의 신자 연령별 추이를 살펴보면 유독 20대 신규영세자의 증가가 매우 크다. 이는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군종사목을 통한 20대 남성 신자의 증가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폭발적인 신규 입교자 수가 허수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영세 후 제대 대상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시급하다.
2001년부터 여성 영세자의 비율이 연평균 성비에 있어 남성 비율과 거의 균형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 중 눈에 띄는 흐름은 영세자 성비율이 예전처럼 여성이 절대적으로 우세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성 신규 입교자의 수가 줄고 있는 이유는 향후 몇 년 사이 여성 교용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여성의 직업관이 변했고 취업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젊은 연령층의 사회참여 증가로 신앙의 냉담시기가 오고 있는 점도 신앙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례이다. 이 세대는 그들의 어린 자녀들의 신앙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외에도 행불자나 사망자, 냉담자 등이 교세 감소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회와 세대의 변화에 따라 정성과 시간을 필요로 하고 인내와 깊은 묵상을 요하는 신앙행위일수록 현대 신자들에게는 실천의 의지가 전반적으로 빈약해 보인다. 이러한 내적 영성생활이 공동체의식에도 적지 않게 반영된다는 사실은 말할 나위가 없다.
교회의 세속화 현상은 영성생활이 귀감이 되어야할 성직자들의 세속적 관료화 경향이 확산되고 신자들도 성사생활을 등한시 하는 풍조가 교회영성의 빈곤을 부추기고 있다.
현대 신앙생활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20대부터 30대 초반의 세대를 ‘88만원 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탈권위주의, 수평적 토론문화, 사교적인 정보교류 등에 익숙해 종교에서 요구하는 인내, 자비관용, 질서 등과 공통분모를 찾기가 어렵다.
지금과 같은 신앙 풍토 안에서 바오로의 교회정신과 영성은 고뇌에 찬 시대의 전환기에 우리에게 교회모두가 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잡아주고 있다. 이는 구성원끼리 신앙의 연결고리로 상처를 치유하고 영적은사로 공동선을 극대화하며 상부상조의 통합-협력의 모델을 통해 상생의 운명공동체로 성장시켜 준다. 공동체 상생은 서로의 소박한 친교와 사랑의 나눔에서부터 시작되는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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