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는 길 행복합니다
운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운다. 그리고 또 운다.
그렇게 펑펑 눈물을 쏟는다. 이제 가야한다. 바람을 피부로 느낄 수 없고, 신선한 숲속 공기를 숨 쉬지 못하고, 향기로운 꽃 내음을 맡지 못하는 곳으로 간다. 시간이 ‘아주 조금’ 남았다. 40대 초반, 한창 일할 나이. 째깍째깍…. 1분 1초가 이렇게 소중 했었나….
남들은 파란 가을 하늘에서 청명함을 본다지만 조남제(라파엘라, 42)씨에겐 그 하늘이 조금만 쥐어짜도 금방이라도 눈물 쏟을 것 같은 눈물 바다로 보인다. 울지 않으려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았는데, 그곳에 눈물 바다가 있어 그래서 또 운다.▶관련기사 11·12·13면
조씨는 지금(10월 27일 현재) 모현의료센터(원장 박삼화수녀, 마리아의작은자매회)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7일? 14일? 길어야 1개월? 그에게 남겨진 시간이다. 순진함 가득한 해맑은 소녀 얼굴…. 고와서 서러움이 더하다.
“유방암으로 지난 5년간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안 좋아져서 여기까지 왔….” 또 운다.
“음악 듣다가도 울고, 책을 읽다가 울고, 눈물이 많아 졌어요.” 수학강사 일을 하며 결혼도 미루고 열심히 살았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이 싫어 혼자 힘으로 42년을 억척스럽게 살았다. 그리고…. 이제는 죽음을 준비한다.
“처음에는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모현 호스피스에 오면서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삶에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특히 부모님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요즘은 주님만 바라보며 지냅니다. 주님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조씨는 ‘혹시나’하며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적금 통장을 지난 8월 해약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9월초 가족들과 제주도로 마지막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모현 호스피스를 찾았다. 포기하자 평화가 찾아왔다. “전 축복 받았어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좋은 분들과 마지막을 보내잖아요. 하느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웃는다. 사랑하는 가족들, 손때 묻은 책과 살림들, 그동안 삶을 위해 흘렸던 땀과 노력들, 수많았던 인연들을 모두 남겨 놓고 가는데 웃는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미소를 짓는다. 조씨의 미소는 모현 호스피스에서 ‘조금 앞서’ 떠난 한 할아버지가 남긴 유언을 빼어 닮았다.
“나는 지금 이 고통을 즐기고 있다. 하늘로 가는 길은 아주 시원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그래서 행복하다. 이런 것을 체험하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 이런 것을 모르는 사람은 불쌍해. … 나는 생명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해. 그리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해. 나는 햇빛 밝은 쪽마루에 앉아서 맑은 물로 발을 싹싹 닦은 것처럼 상쾌해. 아주 기분이 좋아.”
사진설명
부활과 하느님 나라의 삶을 위한 전초적 단계인 죽음은 슬퍼하거나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완성을 향한 과정이며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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