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명동성당에서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의 세례식이 올해 마지막으로 진행됐다.
세례식이 다가오면 경찰서와 기동대에서 전·의경 대원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세례 준비를 시키는 선교사들의 노고가 한층 가까이 느껴지는 듯하다.
해마다 세 번씩 명동성당에서 서울시내 경찰 대원들과 직원들 1000여 명의 세례식이 개최되고 있지만 세례식이 있을 때마다 안절부절 못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난 7월 1일 세례식 때의 일이다. 당시 전국은 촛불 시위로 인해 매우 혼란스러웠고,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전·의경들은 밤샘 근무를 한 후 오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후에 다시 시위현장으로 출동하는 일이 반복되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특수상황에서 세례식 참석을 위해 대원들을 성당으로 오게 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해당경찰서 선교사들은 기동단과 방범순찰대 중대장을 비롯한 지휘관들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면서 세례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정했다. 그러나 막상 시위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대원들의 참석을 허가하지 않는 부대가 많이 발생했다.
그날 발을 동동 구르면서 대원들의 참석을 애타게 기다리는 선교사들의 모습은 정말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심지어 성유예식이 종료되고 본격적인 물세례 예식이 끝날 무렵 황급히 한 대원을 데리고 들어오면서 예식을 청하는 선교사가 있을 정도였다.
특수사목을 하면서 ‘특수’라는 단어의 참 의미를 깨닫고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을 많이 경험한다. 아마 그것은 특수한 상황에 있는 이들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은 이해와 배려, 기도를 해야 한다는 그분의 부르심이라 생각한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시위진압에 동원되는 대원들에게 고정된 교리시간에 교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그 불규칙한 시간을 따라다니며 함께한다는 것이 주님의 사랑에 대한 깊은 깨우침 없이 움직일 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우리 경찰사목의 사랑하는 선교사들과 대원들을 위해 사제는 항상 주님의 말씀과 사랑으로 무장해야함을 강조해야 한다. 선교현장에서 힘을 잃지 않고 꿋꿋이 복음을 전하도록 선교사들을 격려하는 것은 사제의 임무다. 주님께 힘을 받는 기도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며 서로를 이어 가는 것도 사제의 사명이다.
올해는 바오로 해다.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복음을 전파했던 바오로 사도. 일명 ‘닭장차’라고 부르는 전경 버스를 찾아가 잠 못 자고 힘들어하는 대원들에게 초코파이를 주며 그들을 안아주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경찰사목 선교사들이야말로 바로 바오로 사도의 후예들이라고 생각한다.
깊어가는 가을, 한국과 외국에서 늘 최선을 다하고 계신 신부님들과 평신도 선교사들에게 주님의 풍성한 축복과 은총을 빈다.
강혁준 신부(서울 경찰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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