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결실…감격의 눈물 흘렸다
‘한우리’ 회원 도움으로 봉사소 설립
민족 화해와 일치·협력 앞장 다짐
북한 평양의 ‘평화봉사소’ 설립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방북 일정은 10월 29일~11월 1일 3박4일간 이어졌다.
행사의 중심은 ‘평화봉사소’ 축복식과 장충성당 기념미사. 특히 봉사소 설립 후원의 주축이 된 ‘한우리’ 회원들은 일정 내내 민족의 화해와 복음화를 위해 실천해나갈 몫을 서로 독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 ‘평화봉사소’의 축복식은 4년여에 걸친 그야말로 오랜 준비와 기다림 끝에 영근 열매였다.
축복식은 10월 30일 오전 11시 ‘평양 안동대마방직 합영회사’ 공장 준공식에 이어 진행. 유흥식 주교(전 한국 카리타스 총재) 주례로 이어진 이날 축복식은 예정된 일정과는 달리 봉사소 내 식당에서 간단한 예절로서 봉헌돼 못내 아쉬움을 남겼다. 행사 당일 남북측이 처음 합의한 내용과 달리 봉사소 준공식 외에 공식 축복식은 전면 취소됐기 때문.
그러나 설립 주체인 작은형제회 회원(수도자)들과 북한 선교 후원 단체인 ‘한우리’ 회원들의 기도 만큼은 그 어떤 때보다 뜨거웠다.
특히 유흥식 주교와 작은형제회 회원 등 일행은 이날 공장과 봉사소 전반을 견학,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새로운 만남에 반가움을 표하기도.
◎… 하지만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 평양시 선교구역 장충동에 위치한 장충성당에서는 시종일관 눈물의 기도 소리와 격려의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이날 참가자들 대부분은 눈물 속에 모든 성인과 특별히 한국 순교자들의 중재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를 구하며 미사를 봉헌. 유주교도 강론 중 참지 못한 눈물을 떨구며 “수많은 변수를 안고 진행된 일정은 주교로서 또 개인적으로도 고민과 갈등의 시간이었다”며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계획대로 또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과 상황조차 봉헌하시길 바라실 것이며, 우리가 한 일은 작지만 하느님께서는 크게 쓰실 것”이라고 독려했다.
◎… 미사 중에는 참가자들의 말씀나누기 시간도 마련돼 각자 가슴뭉클한 소감과 민족 화해를 향한 서로의 뜻을 확인하기도.
이날 말씀 나누기에서 한우리 회원 천정자(발바라)씨는 “이번 방문은 하느님의 선을 이루는 자리이자 회개의 자리”라며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에 나서는 프란치스칸 가족이 되자”고 다짐했다.
특히 미사에는 장충본당 김영일(시몬) 회장과 김철웅(프란치스코) 부회장도 함께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 한편 김대중(토마스 모어) 전 대통령은 30일에 열린 평양 안동대마방직 합영회사 준공식에 보낸 격려사를 통해 “이번 공장 운영이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는 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평양 안동대마방직 합영회사’는 평양 시내에 들어서는 첫 남북 합영회사로 재속 프란치스코회 회원인 김정태(요한) 이사장이 운영하는 안동대마방직과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산하 새별 총회사가 합작 운영한다.
준공식에는 남측 경제인단과 남북경협 관계자 및 전문가 300여 명이 참석했다.
“도시빈민 돕는 공간되길”
[인터뷰] 평화봉사소 설립 일등공신 김정태 이사장
“북한에서도 농촌에서라면 텃밭이라도 일굴 수 있지만 도시 근로자들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면 해결책이 묘연합니다. 합영회사 노동자들 뿐 아니라 인근 도시빈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평화봉사소 활동이 더욱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평양 안동대마방직 합영회사 김정태(요한) 선임이사장은 평양 ‘평화봉사소’ 설립의 일등 공신이다.
김 이사장은 기업 진출을 구상하면서 동시에 근로자들과 평양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지시설 설립 아이디어를 냈고, 이 뜻을 실현하기 위해 물심양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북측과 수없이 의견을 나누고 수정하며 기업 합영을 추진하는 가운데에서도 ‘평화봉사소’ 설립만큼은 절대 북측에 양보하지 않았다. 덕분에 평화 봉사소는 합영회사 운영방침에 준하는 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신자 경제인으로서도 큰 모범이 된다는 평가다.
재속 프란치스코회 회원이기도 한 김 이사장은 지난 1998년 두만강 유역을 방문 중 우연히 북한동포를 만난 것을 계기로 북한 진출에 본격 나섰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한번도 제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하느님께서 주신 탈렌트를 활용해 그분의 뜻에 맞갖게 쓰고 싶었습니다. 그 방법의 하나로 평생 섬유인으로 일하며 쌓아온 전문적인 역량을 북한 이웃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특히 김 이사장은 “공동선을 실현하는 일에 한국 교회가 나서주길 바랐다”며 “마침 대북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던 작은형제회가 일을 맡아줘 감사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작은형제회 한국관구가 미국 관구와 연합해 대북 구호 사업을 펼칠 때도 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시작할 때는 하느님 뜻에 따라 한 형제자매들과 같이 먹고 살자는 마음 하나뿐이었습니다. 사랑과 정직, 배려만 있으면 남북한이 협력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그는 무엇보다 “작은형제회가 평화봉사소를 운영하면서 비록 종교인이 아닌 사업가로 활동하긴 하지만, 북측 주민들이 나와 더불어 사는 이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더이상 남북한이 서로 체제가, 이념이 옳다고 그르다고 싸움만 할 때가 아닙니다.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화해와 협력을 도모할 때입니다.”
사진설명
▲평화봉사소 축복식에서 유흥식 주교(오른쪽에서 세번째)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도를 바치고 있다.
▲평화봉사소 실무책임자 김권순 신부(왼쪽)와 손을 맞잡은 유흥식 주교.
▲11월 1일 장충성당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하느님의 크신 은총 속에 평화봉사소가 사랑의 공동체가 되길 기원하고 있다.
▲평양 장충성당에서 감격스러운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한국교회 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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