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협력·소통 창구 역할 기대
작은형제회, 북한 현지서 복지시설 관리·운영
쌀 공급로·후원회원 확보 등 해결할 과제 많아
한국 교회의 사제가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 평양에 체류하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지시설인 ‘평화봉사소’ 운영에 나선다.
평화봉사소는 남과 북의 합영 복지시설로 남측의 작은형제회 한국관구(관구장 오상선 신부)와 북측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새별총회사가 공동 운영한다. 특히 남측에서는 작은형제회 김권순 신부가 봉사소 실무자로 공동 운영 책임을 맡았다.
오랜 기간 동북아지역, 특히 북한 진출을 준비해온 작은형제회 한국관구로서는 평화 봉사소 설립을 통해 수도회의 사랑 나눔 행보에 새로운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10월 30일 문을 연 평양의 ‘평화봉사소’는 남한의 종교인이 북측과 함께 합영 복지시설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대북 지원 관련 기관단체 등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작은형제회가 북한 체류 혹은 상주를 직접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것은 지난 2004년부터다. 당시 작은형제회는 북한 선교 담당을 맡은 김찬선 신부를 중심으로 북한 진출 기업을 물색하는 한편 금강산 특구 지역 인근에서 농장 운영도 추진한 바 있다. 이후 2006년에는 자선음악회를 통해 대북 지원 사업을 위한 후원금을 모금했고, 한국 카리타스로부터도 기금 10만 달러를 지원받는 등 북녁 땅에서의 실질적 행보를 위한 물질적 인프라 구축에도 힘써왔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 문제와 금강산 피격 사건 등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봉사소 설립은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다. 수차례 위기를 거쳐 작은형제회와 새별총회사는 봉사소 설립에 합의했으며 올해 2월 공식 협약을 맺었다. 작은형제회는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인 봉사소 운영에 나서기 위해 현재 각종 실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은형제회 선교위원장 김찬선 신부는 “평화 봉사소 설립과 관련해 남북측의 의견 차이도 있었지만 북측에서도 자신들의 법과 원칙 안에서 최대한 배려를 해주었다”며 “앞으로도 한결같은 협력으로 선의의 열매를 맺어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한의 화해와 일치는 한국 교회는 물론 교황청과 세계 각 교회와 수도·선교회 등의 공통된 관심사 중 하나다.
게다가 최근 남북 정부간 냉각 구도로 남북간 소통과 협력이 원활하지 않고, 대부분의 대북 지원 사업이 중단되는 현실에서 이뤄진 ‘평화봉사소’의 설립은 대북 관계에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 카리타스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등에서도 평화 봉사소가 지속적으로 운영돼 남과 북의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 작은형제회가 대북 지원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펼쳐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우선 한국 교회는 물론 정부와도 실질적인 협력과 연대에 나서기 위해 역량을 다져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작은형제회는 앞으로 한국 카리타스 산하 대북 지원 단체로서 대북 지원 사업 등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12월부터 봉사소 운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쌀 공급로 확정과 관련한 실무 등 적잖은 과제가 산재해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제가 직접 북한 현지에서 주민들에게 식사와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실무를 맡은 것은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는 면에서 뿐 아니라 민족의 대화와 협력을 향한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희망을 던져준다.
작은형제회는 평화봉사소 운영 등 대북 지원 사업 후원에 도움을 줄 ‘한우리’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한우리’는 작은형제회 한국관구가 북한과 중국 동북3성 지역에 거주하는 우리 민족을 돕기 위해 설립한 후원회로, 종교 유무와 관계없이 뜻있는 이들은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현재 200여 명의 한우리 회원들이 북한 동포 뿐 아니라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을 위한 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회원 모임은 매월 넷째 화요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수도원에서 열린다.
※후원 및 가입 문의 010-2340-5501, 02-6364-5543
“기도운동으로 북과 신뢰회복해야”
[인터뷰] 작은형제회 한국관구장 오상선 신부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체제와 문화 속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왔기에 소통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편견으로 인해 가난하고 소외된 형제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작은형제회 한국관구장 오상선 신부는 ‘평화봉사소’ 축복식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평화봉사소 설립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서로 간에 신뢰 부족이었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는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한 북한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해 전국적인 기도운동에도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도 운동은 수도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5개월 전부터 펼쳐지고 있다.
특히 봉사소 운영 방식과 관련해 오신부는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존 대북 지원과는 달리 천주교 사제가 북한에 체류하면서 식사를 제공하고 의료를 지원하는 현장 관리에 동참함으로써 남북간 협력과 지원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그동안의 대북 지원 과정에서는 직접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확인하기 어려워 신뢰에 금이 간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오신부는 아울러 “작은형제회의 작은 발걸음으로 남과 북의 이해 관계가 조금씩 가까워진다면 그것이 바로 하느님 뜻에 다가서는 길”이라며 “앞으로 한국 교회가 대북 지원활동을 펴는데 있어 또 하나의 실무자로 성실히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신부는 “작은형제회는 한국 카리타스의 산하 기관으로 대북 지원 사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북한 동포들에게 다가가는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앞으로 평화봉사소가 형제적 사랑을 지속적으로 나누는, 대립의 문화를 공존의 문화로 변화시키는 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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