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회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겨우 6년을 일본에서 살았기 때문에 일본교회에 대해서 잘 모르며, 안다고 하더라도 내가 소속된 교구 안에서 바라본 설명이기에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잘못된 편견을 심어주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흔히 일본교회는 신자들의 숫자나 규모면에서는 작지만 신앙심이 돈독한 신앙인들의 교회라는 인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인 가톨릭신자는 일본 전체 인구의 0.3%인 약 40만 명 정도가 된다. 그러기에 일본에서 성당건물을 보기는 쉽지 않다. 물론 동경에는 여러 개의 성당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교회건물이 지역의 이정표가 되어 운전기사들에게 교회이름만 말하면 쉽게 그곳까지 데려다 준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신자들이 적은 만큼 교회의 수도 적기에 성당의 이름을 말해도 운전기사가 쉽게 안내를 해주지 못한다. 내가 담당하던 성당 역시 3개의 시와 마을을 관할지역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교회’나 ‘성당’이라는 말을 하면 누구나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하느님을 연상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다른 단어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본당에 전화가 걸려오면 ??교회라고 응답한다. 그런데 교회라는 말이 일본말로는 ‘교우카이’라는 말이 되는데, 이 말은 동음으로 ‘협회’라는 말도 된다. 그러므로 교회라는 의미보다는 마치 ??건설협회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신년회를 온천에서 하려고 예약을 하고 갔더니만 입구 안내판에는 ??협회라는 이름의 명패가 걸리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이처럼 일본에서의 교회에 대한 인지도는 무척이나 낮은 편이다. 특히 15년 정도 전에 ‘옴진리교’라는 신흥종교단체가 지하철에 사린이라는 독가스를 살포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것을 계기로 종교에 대한 이미지가 무척 나빠졌다.
한 번은 가톨릭교회를 다니고 싶다며 어느 일본 사람이 전화를 했는데, 이야기 중간 중간에 계속해서 로마의 교황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불교나 신사를 제외한 다른 종교 특히 외국에서 들어온 종교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기에 혹시 사이비종교단체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초대교회 역시 신자의 수가 극소수였기에 많은 오해와 비판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그런데 그나마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교황님의 존재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갖고 있기에 가톨릭은 다른 종교에 비해서는 조금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가 조금은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러므로 그러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신앙을 수호하고 지켜나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일본사람들은 모두가 일치(和)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무척이나 강조한다.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행동하기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열심한 신자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부 활동(특별활동)을 선택하게 될 때 가능하면 단체 활동(야구, 농구, 배구, 축구)이 아닌, 개인 활동(육상, 수영)을 하게 유도한다. 단체 활동은 매 주일 모여서 시합을 하거나 연습을 하게 되므로, 신자라고 해서 성당에 간다며 부 활동에 결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일본에서는 그것이 보편적인 원칙이다. 그래서 몇몇 단체 활동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저녁미사를 만들기도 하였다.
또한 일본에서는 평일에는 열심히 일을 하고 주말에는 쉬는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말에는 여러 가지의 행사가 많다. 학교행사, 결혼식, 문화제 등등의 행사가 있는 관계로 신자들도 성당에 오기 어려워지는 것도 있다. 일요일이면 모두가 성당에 가는 문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성당에 가는 사람보다는 종교생활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보편적이기에 신부들 역시 신자들이 성당에 오는 것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힘들다. 만일 신자들이 일반 사회 사람들과 어우러지지 못하면 정말 사이비종교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일본 교회도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사회 속에 살면서도 자신의 고유한 신앙을 돈독하게 지키고, 뿌리 내리기 위한 고뇌들이 오늘도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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